믿음으로 돌아가는 절, 귀신사의 석사자상 - 개(狗)로 오해하며 벌어진 이야기
손신영 (사)한국미술사연구소 책임연구원
귀신사는 조선 후기까지만 해도 전주 인근을 대표하는 절집이었다. 전주와 금산을 잇는 길목에 자리했을 뿐만 아니라 수십 동의 불전이 늘어서 장관을 이뤄, 오가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당시 지도에는 귀신사가 금산사보다 크게 표시되곤 했다. 지금은 불전 3동과 요사 2동만 있는 작은 규모지만, 사역 밖의 석조 계단과 석축, 「청도리 3층석탑」과 「귀신사 부도」 같은 석조물들은 과거 광대했던 귀신사를 암시하고 있다.
귀신사(歸信…
일단은 밖으로 나가서 걸읍시다
김종우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3초면 분노할지 말지가 결정되고, 15초가 지난 시점에는 이미 인체의 호르몬과 자율신경계의 긴장 수치는 최고를 찍고, 어느새 화가 나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심장은 뛰고 있고, 혈압은 올라가 있으며, 얼굴은 달아오르고, 목덜미는 뻐근해진다. 받은 스트레스는 불과 몇 초 만에 우리의 몸과 마음을 변화시킨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가장 좋은 방법은 스트레스 현장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몸은 벗어났다고 하더라도 마음이 현장에 머물러 있게 되…
길 위의 명상
바람의 정의
이태훈 여행 칼럼니스트, 여행연구소 소장
과학적으로 공기의 이동을 ‘바람’이라고 한다. 사전적 의미의 바람은 ‘두 지점 간의 기압 차가 생길 때 그 차이에 의한 힘으로 공기가 움직여서 생기는 현상’이다. 바람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면 딱딱하고 재미없지만, 우리 조상들은 바람을 그 방향에 따라 아주 친근하게 표현했다.동풍은 샛바람, 서풍은 하늬바람, 남풍은 마파람, 북풍은 된바람…., 바람은 눈으로 볼 수도 없고, 손으로 만질 수도 없다.그러나 바람은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 두 눈을 지그시 감고 마음을 열면, 온…
스토리텔링 사찰 속으로
믿음으로 돌아가는 절,
귀신사의 석사자상 - 개(狗)로 오해하며 벌어진 이야기
손신영 (사)한국미술사연구소 책임연구원
연두색 풀이 꽃보다 예쁜 봄이 왔다. 메마른 나뭇가지마다 물이 올라 화려한 꽃망울로 콘서트를 펼치는 봄. 봄이다. 자그마한 절집, 김제 귀신사에도 홍매화, 수선화, 산수유가 활짝 폈다. 귀신사는 조선 후기까지만 해도 전주 인근을 대표하는 절집이었다. 전주와 금산을 잇는 길목에 자리했을 뿐만 아니라 수십 동의 불전이 늘어서 장관을 이뤄, 오가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당시 지도에는 귀신사가 금산…
생명에 대한 자비
정병조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벌써 35년쯤 전의 일이다. 당시 나는 인도 네루(Nehru)대학교의 국제학대학원교수로 재직하고 있었다. 그때 델리에서 세계종교평화회의가 열렸는데 한국 종교 대표 세 명도 참석했다. 불교는 초우 조계종 총무원장, 가톨릭은 김수환 추기경, 개신교는 강원룡 목사 등 세 분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인도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일은 더위와 음식이다. 역겨운 향신료 때문에 어지간히 비위가 강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다. 나는 회의장에 가서 세 분을 뵙고 우리 집에 저녁 초대를 했다. 차마 스님만 모…
불교와 민주주의 : 생활방식으로서의 민주주의 1
불교의 민주주의 정신과 오늘의 문제
정천구 백성욱연구원 이사장
불교와 민주주의 불교는 근대 민주주의 발전 이전에 성립된 가르침이지만 자유민주주의의 정신이 가장 잘 들어 있는 종교다. 자유민주주의는 공화주의와 함께하는 제도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헌법에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서양에서는 민주주의의 기원을 그리스에서 찾지만, 기원전 6세기경 인도에도 붓다의 모국인 샤캬(Śākya)는 밧지(Vajji), 말라(Malla) 등과 같은 공화국이다. 붓다의 부친 슛도다나(정반왕)…
불교와 민주주의 : 생활방식으로서의 민주주의 2
불교적 생활 방식과 민주주의
이병욱 고려대학교 강사
기원전 6세기 불교가 인도에 등장할 즈음에 북인도에는 16개의 나라가 있었다고 한다. 이 16개의 나라는 두 종류로 구분되는데, 하나는 군주제 국가이고 다른 하나는 부족적 색채를 띤 공화제 국가이다. 그리고 이러한 나라들을 병합해서 인도 최초의 통일제국을 세운 나라가 마우리아 왕조이다. 그런데 석가모니는 공화제의 국가를 지지했고, 이러한 신념은 승려의 공동체를 상가(saṃga)라고 부른 데서 잘 나타난다. ‘상가’는 한문으로 승가(僧伽)…
불교와 민주주의 : 생활방식으로서의 민주주의 3
불자다운 민주주의적 사고방식을 위하여
윤원철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교수
민주주의적 사고와 실천의 핵심은 ‘다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에 있다. 자유와 평등의 구현을 궁극의 이상으로 삼으면서, 다름의 문제를 폭력적으로 해결하는 데 반대하고 평화로운 수용을 지향하는 데 민주주의의 본질적인 가치가 있다. 삼라만상이 다들 각자 절대적인 개체이다. 그러나 또한 갖가지 범주에서 같은 부류끼리 묶이면서 다른 부류와 구별되어 상대한다. 예를 들자면 우리가 돌멩이라 싸잡아 부르는 것들은 사실은 하나하나…
불교와 민주주의 : 생활방식으로서의 민주주의 4
불교와 민주주의
제이 가필드 미국 스미스 대학 인문학 교수
엄밀히 말해 불교와 민주주의는 상호 독립적이다. 불교는 민주주의를 배제하지도 수반하지도 않고, 자유민주주의 역시 그러하다. 불교는 개인의 행복한 삶에 대한 교리를 설하고 또한 개인이 고에서 해탈하기 위해 요구되는 가치, 수행, 성격, 마음 상태와 세계관을 설하는 교리이다. 대승에서 이 가치가 이타적 교리로 세분화되기는 하지만 불교 이론은 대체로 개인의 삶과 수행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이런 일반화에 두 개의 예외가 있다. 그중 하…
불교와 민주주의 : 생활방식으로서의 민주주의 5
붓다와 민주 원리
붓다다사 커티싱헤 불교 저술가
민주 정부의 기본 원리는 법 앞에서 평등한 인간의 자유와 존엄이다. 자신의 소명을 계급이나 특권 등의 장벽에 구애받지 않고 추구할 수 없다면 그는 자유로운 인간이라 할 수 없다. 더 깊은 의미에서 권위적 강요의 공포나 압박 없이 자신이 타고난 가능성을 펼치고 자신의 업이나 운명을 스스로 만들고 완성할 수 있어야만 인간은 자유롭다 할 수 있다. 이러한 가치를 다르마를 통해 처음으로 설하고 실현한 사람이 바로 붓다다.민주적 가치들민주 사회 문…
현대적으로 이해하는 불교 경전 길라잡이|『금강경』 (3)
인류를 안심시킬 최고의 교과서, 『금강경』
원빈 스님 송덕사 주지, 행복문화연구소 소장
불교의 르네상스 - 무상반야(無常般若) 후오백세인 기원 전후 인도 불교에서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는 기득권 세력이었습니다. 이 부파는 만물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구성 요소를 75가지 법(法)으로 구분했고, 이 법은 실체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자아는 실체가 없다는 점에서는 불교 전통을 이었지만, 법에 대한 실체론적 관점은 부작용을 발생시켰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보살…
생명과 환경이 보여주는 연기(緣起)의 진리
유선경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학교 철학과 교수
붓다가 성도(成道) 당시 깨달았다는 진리가 연기의 법칙이다. 붓다의 연기법(緣起法)이란 다음과 같다.이것이 있을 때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며 저것이 일어난다.이것이 없을 때 저것이 없고, 이것이 소멸하며 저것도 소멸한다. 붓다의 가르침인 연기는 우주의 삼라만상이 조건에 의존(緣)해서 생겨난다(起)는 뜻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도 연기하며 생성되고 소멸한다. 붓다의 연기법은 생명현상을 꿰뚫는 가르침이기도 하다. 지구상의 어떤 생명체…
불교란 무엇인가 | 불교, A에서 Z까지
붓다의 사상적 특징
화령 정사 불교총지종 정사, 보디미트라 ILBF회장
붓다가 탄생하던 무렵(기원전 6세기)의 인도는 사회 전반에 걸쳐 일대 전환의 시기였다. 도시국가의 발달로 물질이 풍부해지고 생활에 여유가 있게 되자 사람들은 향락에 안주하고 도덕이 붕괴되었다. 사람들은 재래의 바라문적 관습을 단순한 미신으로 보기 시작했으며 베다의 권위에 회의를 품은 사상가들이 속출했다. 동시에 인간의 지식의 발달은 보다 고차원적인 사상의 출현을 갈구하게 되었고 해탈에 관한 갖가지 수행법과 사상이 정비되고 …
다시 쓰는 재가열전|세속에 핀 연꽃
우촌 원의범 거사 자유인을 꿈꾸며 살았던 불교 원전 연구의 개척자
문을식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우촌 원의범(尤村 元義範, 1922~2017년) 선생님은 1922년에 평안북도 정주(선천군)에서 태어났다. 그는 일찍이 일제 강점기 때 부모의 슬하를 떠나 서울로 유학해 불교학과 인도철학에 향학열을 불태웠다. 이러한 우촌 선생님은 불교의 토양이자 한국 사회에서 불모지와 다름없던 인도철학의 가르침을 펴면서 1967년 8월부터 1988년 2월까지 동국대학교 인도철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우촌은 80세가 …
종교와 종교가 만나려면|불교와 유교 (1)
조선조 불교 논쟁과 현대적 의의
송석구 전 동국대학교 총장
배불론의 일반적 특징 조선조 배불론의 특징은 삼봉(三峯) 정도전(鄭道傳, 1337~1398)의 본격적인 배불론이 나오기 전까지는 당시의 시폐(時弊)와 송유(宋儒)들이 말하던 배불적 경향을 벗어나지 못한 형편이었다. 고려 말의 성리학자들이 배불의 근거로 불교의 이론적 결함이나 비논리적 이론을 비판한 것이 아니라 단지 불교의 폐단과 불교가 주장하는 이론과 믿음이 그 당시의 성리학적 윤리와 배척되어 비판했다. 예를 들면 이색(李穡, 1328~…
사유와 성찰
마음공부
정계섭 전 덕성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
모든 동물은 세상에 나오는 순간부터 곤경에 처하게 된다.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결코 생존할 수 없다. 그래서 자연은 미물에게도 모성애를 부여한 것 같다. 우리 인간은 성인이 되어서도 생활고(生活苦)와 인생고(人生苦) 때문에 근심 걱정이 그칠 날이 드물다. 생활고란 각자의 업(karma)에 따라 하게 되는 몸 걱정, 사람 걱정, 돈 걱정이다. 요즘엔 나라 걱정 하나가 더 늘었다. 여기에서는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는 인생고의 문제에 대해서 잠시 성찰해볼까 한다. 인…
문태준 시인이 읽어주는 불교 詩
나무
한승원
푸른 우듬지를 하늘로쳐들고 있는 나무의 뜻을 천축국의 왕자가‘나무(南無)’라고 읽으라 했는데, 나는‘나 없음의 나무[我无]’라고 어눌하게 소리 냅니다,
그 이르고 싶은 곳 어디인가,푸르른 내 고향 태허입니다.
한승원 시인은 불교계 대표적인 소설가이기도 하다. 시인은 한 인터뷰에서 “인간 본위의 휴머니즘이 우주에 저지른 해악을 극복할 수 있는 단초는 노장(老莊)이나 불교 사상에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고, 많은 불자들은 시인의 시와 소설 작품들을 통해 불교적인 교설에 못지않은 가르침을 감동적으로 …
작은 것이 아름답다
내가 남긴 물 발자국
김승현 그린 라이프 매거진 『바질』 발행인
생명은 물이다 바다에서 생명이 태어났다는 말처럼 대부분의 생명이 물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그래서일까? 자비의 마음으로 중생을 돌보고자 부처가 되지 않았던 관세음보살의 손에도 생명을 유지해주는 생명수인 물이 담긴 정병이 들려 있다. 최근 전 세계에서 이 물에 위협이 가해지고 있다는 소식이 계속 들려온다. 산업화되면서 따라붙는 수질오염 문제에 더해 기후 변화로 일어나는 물 부족과 가뭄 소식이 반복적으로 들린다. 우리는 이런 소식…
살며 생각하며
염불정진대회 참관기
김태겸 수필가
몇 년 전, 서울 조계사 옆에 있는 동산불교대학에 다닐 때였다. 하계 수련도 할 겸 강원도 건봉사에서 실시하는 염불정진대회에 참석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입재식은 건봉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열렸다. 삼백 명 정도 모였을까? 전국염불만일회가 주최하는 행사였다. 대회 배경이 궁금했다. 신라 경덕왕 17년(758년)에 발징 화상이 염불만일회를 결성한 것이 효시였다. 명칭 그대로 염불을 1만 일 동안 지속해서 하는 모임이라고 했다. 1998년 8월 6일 전국염불만일회를 발원했다 하니 2025년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