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여울 작가의 이럴 땐 이 책을! / 『일리아스』, 『오뒷세이아』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분노에서 귀환으로인류가 가장 오래된 이야기를 필요로 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세상이 평온할 때는 아닐 것이다.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모를 때, 너무 많은 정보 속에서 정작 중요한 것을 잃어버렸을 때, 이기는 법은 배웠지만 사는 법은 잊었을 때, 우리는 가장 오래된 이야기로 돌아간다. 삼천 년 전의 두 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조용히 말한다. 너희의 혼란은 처음이 아니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분노했고, 인정받기를 갈망했고, 사랑…
초기경전부터 뇌과학까지… 네 가지 시선으로 풀어보는 ‘무아와 윤회’
전생이 있다면 전생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사람일까? 얼굴도, 기억도 모두 다르다면 무엇이 다음 생으로 이어지는 걸까? 불교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 '나'는 없다고 가르치면서도 윤회를 이야기한다. 언뜻 모순처럼 들리는 두 가르침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재단법인 대한불교진흥원(이사장 구상진)이 월간 『불교문화』 2026년 10월호(통권 제314호)를 발간했다. 이번 호는 '불교의 오래된 질문, 무아와 윤회'를 특집으로 다루며, 2,500여…
― 수행자가 보는 무아와 윤회
[불교의 오래된 질문, 무아와 윤회]
초기불교 경전에 나타나는 윤회(輪廻, saṃsāra)는 지속되어야 할 축복이라기보다 벗어나야 할 고통의 순환이다. 수행의 궁극적 이상도 더 나은 모습으로 계속 존재하는 데 있지 않고 생과 사의 반복에서 해탈(解脫, vimutti)하는 데 있다. 그런데 오늘날 윤회를 믿고 싶은 마음에는 개인적 생존에 대한 바람과 죽음 이후에라도 정의가 실현되기를 바라는 인간적인 소망이 함께 들어 있어 보인다. “죽으면 모든 것이 끝이라면 왜 계를 지키고 자비를 실천해야 하느냐”고 묻기…
- 마음의 천장에 매단 세 개의 연등 나의 불교 이야기
어린 시절 불교 인연이 삶의 길잡이가 되다어린 시절, 가족 나들이는 언제나 팔공산이었다. 부모님을 따라나서는 길은 어린 나에게 늘 벅차기만 했다. 아버지의 이끌림에 간신히 몇 계단을 오르다 이내 뒤처지기를 거듭하다 보면, 어느새 숨이 턱밑까지 차올랐다. 바로 그즈음 탁 트인 시야 속으로 갓바위 부처님(석조여래좌상)께서 장엄하게 모습을 드러내셨다. 대구의 하늘을 등지고 묵묵히 중생을 굽어보시는 자비로운 모습은 어린 눈에도 한없이 크고 경이로웠다. 그때는 무엇을 발원해야 하는지도 모…
남효창 박사의 나무 이야기
인간과 손을 잡은 씨앗들 — 문명을 움직인 생명들몇몇 씨앗은 다른 모든 전략을 버렸다.
대신 하나의 거대한 존재와 동맹을 맺었다.
그 존재의 이름은 ‘인간’이다.벼 — 입맛 지배 전략벼는 인간의 식탁 중심을 차지했다. 한 번 입맛을 사로잡자, 인간은 스스로 벼를 심고, 물을 대고, 병충해를 막았다.
벼는 움직이지 않아도 지구 절반 이상에 퍼졌다.
맛은 단순한 기호가 아니라, 관계를 지속시키는 힘이다.옥수수 — 다목적 활용 전략간식, 음료, 가축 사료, 연료까지… 옥수수는 산업 전반에 뿌리를 내렸다.
인간의…
법상 스님과 함께하는 마음공부
사라지지 않고 늘 있는 이것한 할머니가 하루는 투자대동 선사를 찾아와 질문한다.
'키우던 소를 잃어버렸습니다. 부디 스님께서 이 소가 어디에 있는지를 살펴주십시오.'
그러자 투자대동 스님이 노파를 불렀다.
노파가 '예' 하고 대답했다.
투자가 말하길, '소가 아직 이렇게 있구나!'
노파는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갔다.선에서 소는 불성, 본래면목, 자성, 마음, 법을 가리킨다. 옛날에는 이처럼 시골의 노파, 할머니들이 도를 깨쳐서 보임하는 분들이 많았다. 우리 절에…
다시 읽는 선어록 / 진각어록
“도는 멀리 있는가? 접촉하는 일마다 참된 도이다. 성인의 경지는 먼 곳에 있는가? 체득해 보면 그대로 신령하다.”1) 주장자를 던지고 말했다.“여기저기 어디나 흩어져 있는 것이 다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 비로소 종횡 어느 곳에나 하찮은 것이 없음을 알게 된다.2) 돌!”上堂云, “道遠乎哉? 觸事而眞. 聖遠乎哉? 體之卽神.” 擲下拄杖云, “若知撲落非他物, 始信縱橫不是塵. 咄!”1) 승조(僧肇)가 『肇論』 「不眞空論」 大45 p.153a4에서 공자(孔子)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공자가 말했다. ‘인…
- 중국·유럽·미국·일본에 남아 있는 불교 고문헌과 대장경
[세계의 불교 관련 도서관]한문 대장경과 동아시아 불교문헌의 거점 9. 중국국가도서관(中国国家图书馆)한문 불교고전 연구에서는 사실상 세계 최상위 기관이다. 전신은 청(淸) 정부가 1909년 설립을 승인한 경사도서관(京师图书馆)이며 1912년 일반 독자에게 문을 열었다. 이후 국립북평도서관과 북경도서관을 거쳐 1998년 현재의 국가도서관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오늘날에는 국가고적보호센터와 국가전적박물관 기능까지 함께 수행한다.불교학에서 가장 중요한 자료는 돈황유서와 『조성금장(趙…
천년사찰 숲길 걷기명상 / 고창 선운사 꽃무릇길
선운사 꽃무릇이 마지막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이곳은 지나던 스님은
“이제 꽃이 질 때가 된 것 같어”라고
말풍선을 터트렸지만
꽃무릇을 찍는 사진작가들은
흐드러진 꽃의 향연을
렌즈에 담느라 여념이 없다.“피는 모습도 아름답지만
지는 모습도 아름답지요.”
이미 진 꽃과 피어 있는 꽃들을 찍던
사진작가의 철학 섞인
말 한마디가 법거량처럼 들린다. 고창 선운사에 피는 꽃을 생각하면 으레 동백꽃을 연상한다. 서정주 시인의 고향이기도 한 선운사의 동백꽃은 당대의 걸출한 시인의 시와 더불어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