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효창 박사의 나무 이야기
뿌리가 흙에 닿았을 때,
씨앗은 처음으로 자신이 아닌 세상의 감각과 맞닿는다.
흙은 손바닥처럼 부드럽지만,
안으로 더 들어가려 하면 분명한 저항을 준다.
온도는 낮보다 밤의 기운을 닮아 서늘하고,
그 속에 오래 잠겨 있던 물기에서는
풀과 이끼의 냄새가 은근하게 올라온다.
씨앗은 그 모든 낯선 촉감을 처음 느끼면서도 물러서지 않는다.
그것은 자극이며, 자극은 관계의 시작이다.자연은 생명에게 결코 온순하지 않다.
특히 씨앗에게는 더 냉혹하다.
햇빛은 너무 멀고, 땅은 너무 무겁다.
비는 너무 적거나, 너…
- [다시 듣는 강의] 혜안 스님의 명상 강의, 과거와 미래의 짐을 내려놓는 연습
불교 명상은 단순한 이론이 아닙니다. 우리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구체적인 수행 방법론이자, 괴로움의 원인을 소멸시키는 ‘행복의 법칙’입니다. 흔히 세상에서는 ‘사랑의 기술’을 이야기하지만, 부처님께서는 그보다 명확하고 실천적인 ‘행복의 기술’을 우리에게 남겨주셨습니다. 그 첫걸음은 바로 우리 마음속에 일어나는 과거와 미래의 짐을 버리는 연습에서 시작됩니다. 우리를 짓누르는 99%의 가상 무게우리가 겪는 괴로움 대부분은 사실 현재에 존재하지 않습니…
- 나의 불교 이야기
어머니는 아흔 한 살이다.허리가 굽어, 젊으실 적보다 키가 10cm는 줄어든 것 같다. 그래도 매일 아침 예불을 올리고 염불을 한다. 기억력도 좋아 경도 줄줄 외우신다. 몸이 굽은 채로 절도 하신다. 똑바로 서지 않아도 기도는 똑바로 간다고 믿으시는 것 같다. 어쩌면 실제로 그럴지도 모른다. 어머니는 가끔 아들을 불러 묻는다.“술 많이 마시지는 않지?”, “살아있는 것 해치진 않지?”. “혹시라도 개고기 먹지마라.”나는 그냥 웃고 만다. 예순이 다 된 아들한테 아직도 그런 걸 묻는다. 하지만 어머니는 웃지 않는…
- 정여울 작가의 이럴 땐 이 책을!
이 푸 투안 지음, 윤영호․김미선 옮김, 사이 刊, 2020년 아름다운 장소, 토포필리아『공간과 장소』“집에 사는 자는 집에 묶이고, 집을 나온 자도 마음이 집을 떠나지 않으면 묶여 있다.”
— 『숫따니빠따(Sutta Nipāta)』 제1장 「뱀의 경(Uraga Sutta)」어린 시절에는 내가 이렇게 많은 장소를 여행하며 살게 될 줄 몰랐다. 여행과 출장이 섞여 있는 이동, ‘일과 휴식’이 공존하는 형태의 장소 이동이긴 하지만, 고된 일정이 잔뜩 쌓여 있을지라도 나에게 여행은 ‘휴식’이 된다. 일로…
- 중도의 참 뜻 10분으로 배우는 불교
『반야심경』·『금강경』·『중론』으로 공부하는 공(空)우리나라 불자들에게 가장 익숙한 경전은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법회마다 암송하는 짧고 압축적인 『반야심경』과 『금강반야바라밀경(금강경)』만큼은 절대 빠지지 않을 것이다. 두 경전 모두 완전한 지혜를 뜻하는 ‘반야(prajñā)’가 들어가 있듯이 ‘반야부’ 경전류에 속하고, 금강석과 같이 단단한 내 안의 여러 가지 집착된 상(想)을 반야의 지혜로 깨트려야 함을 가르친다. 여기서 반야의 지혜란 다름 아닌 공성(空性)을 의미한다.이렇게 반야부 경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