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와 현대 명상
- 고대의 명상, 현대의 일상 속으로
명상 끝에 깨달음을 얻은 고타마 싯다르타
고대 문명 중 하나인 인더스 문명에서 명상 관련 유물이 발견됐다. 작은 진흙 판 모양의 수천 개의 새김 도장에서 명상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도장에 새겨진 조각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전통적인 요가 수행자들이다. 그들은 고요한 상태에서 마음을 모으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이후 인도의 종교사상계는 요가와 명상의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인도 종교는 요가적인 방법과 명상을 수행의 방법으로 채택했다. 베다와 우파니샤드, 아란냐카 등의 종교 문헌은 명상 수행에 대한 비유와 경지에 대한 가르침을 담고 있다. 기원전 5세기에 이르면 파탄잘리의 요가수트라가 성립되어 명상에 대한 자세한 기술이 이루어진다. 그 무렵 태자 고타마 싯다르타는 출가하여 고행과 명상에 의지하여 수행을 계속해 갔다.
출가사문 고타마 싯다르타는 삶과 죽음으로 이어지는 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갈망했다. 그를 위해 세속의 즐거움을 버리고 기꺼이 출가했으며 극단적인 고행과 깊이 있는 명상을 계속한 것이다.
출가 직후 명상가인 알라라 깔라마로부터 감각에서 벗어나 생각이 고요해지는 명상법을 배워 사념을 떠난 깊은 평온의 삼매를 성취할 수 있었다. 순수한 무의 세계를 경험했지만, 생의 굴레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해탈을 얻지 못했다.
그다음 싯다르타가 찾아간 스승은 우다까 라마뿌따였다. 그를 통해 더 깊은 삼매에 이르는 수행법을 배웠다. 그러나 명상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왔을 때 여전히 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은 그대로 존재했다. 모든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우쳤다. 단순히 삼매에 드는 것만으로 해탈을 성취할 수 없음을 알게 된 것이다.
그의 앞에는 극단적인 고행의 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고행자의 숲으로 들어가 극단적으로 숨을 참는 수행을 했다. 그 후에는 어떤 음식물도 섭취하지 않은 채 명상을 계속했다. 파키스탄 라호르 박물관에 있는 고행상은 당시 얼마나 고통의 극한에서 수행에 전념했는지를 보여준다.
고행은 6년 동안 이어졌다. 몸은 수척할 대로 수척해졌고 갈비뼈는 실핏줄까지 드러났다. 고행 끝에 수행에 대한 또 다른 결론을 얻었다. 극심한 고행과 금욕적인 수행으로는 결코 해탈에 이르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몸을 쇠약하게 만들뿐더러 마음의 능력마저 손상한다는 것이 6년 고행의 결론이다.
부처님의 수행 과정을 비교적 소상히 기록한 율장에 따르면 싯다르타는 고행자의 숲을 떠나 우루벨라 마을 네란자라 강가로 내려왔다. 지치고 쇠약한 몸을 강물에 씻어내고 마을 소녀가 공양한 유미죽을 먹고 기력을 되찾았다.
싯다르타가 떠올린 것은 유년 시절 나무 아래 명상을 통해 초선의 경지에 이르렀던 경험이다. 해탈에 이르는 길, 지혜를 얻기 위한 최선의 길을 찾았다고 전한다. 지금의 붓다가야, 우루벨라 마을의 보리수 아래에서 싯다르타는 “만일 내가 모든 번뇌를 다 끊지 못하면 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다짐을 했다. 저녁이 밤으로 바뀌고, 떠오르는 샛별을 보며 싯다르타는 깊은 명상 끝에 깨달음을 얻었다. 붓다가 된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질병 치료의 보조, 스트레스 감소, 창의성 계발 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명상
현대 서구에 유행하는 대부분의 명상법은 붓다의 수행법에서 비롯됐다. 사물과 현상을 진실한 상태 그대로 통찰하는 위파사나 명상과 안반수의경에서 유래한 사띠 명상이 마음챙김 명상(Mindfulness)의 뿌리이다. 마음챙김은 심신에서 일어나는 경험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알아차리는 명상법이다. 불교를 믿을 필요도 자신의 종교를 버려야 할 필요도 없다. 다만 그 길을 통해 관찰하고 경험하며 진실한 자기 모습에 도달할 뿐이다.
병원에서는 통증과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프로그램으로 사용된다. 질병의 치료에 보조적인 방법으로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기업이나 학교에서는 생산성과 창의성의 계발을 위해 도입하고 있다. 교도소와 군대에서는 자신의 본모습을 마주하여 고통으로부터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도덕과 의무에 집중하게 길을 열어주고 있다. 작가는 글쓰기에서, 예술가와 크리에이터는 자신의 영역에서 창조적인 면모를 만드는 데 도움을 받는다. 부처님은 그 섬세한 방법을 비교적 세세히 알려주고 있다.
일상에서의 명상하는 방법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집과 사무실에서 5분 정도 조용히 앉아 있을 편한 장소를 찾는다. 의자도 좋다. 허리를 꼿꼿이 펼수 있는 곳이면 어디라도 괜찮다.
일부러 어떤 생각을 떠올리지 않는다. 부드럽게 자기 몸과 마음에서 무엇이 일어나는 지를 지켜본다. 감각을 통해 들어오는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지 말고 몸의 감각, 생각과 감정이 떠오르는 대로 놓아둔다. 호흡은 특별한 방법을 따를 필요 없이 평소대로 편하게 하면 된다.
마음속으로 천천히 호흡에 집중한다. 호흡을 따라서 숫자를 세어 본다. 하나에서 열까지가 적당하다.
생각은 가만히 머물러있지 않고 셋 또는 넷을 지나는 순간 어디론가 떠돌 수도 있다. 그러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지켜본다. 마치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풀밭으로 도망갔을 때 부드럽고 조용하게 품에 안듯이 의식을 다시 호흡으로 가져온다. 그리고 조용하고 부드럽게 다시 하나에서 열까지를 세어 본다.
이 방법은 붓다의 수행법 중 수식관에서 파생된 방법으로 몸과 마음을 이완하고 집중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나타낸다. 반복하면 반복할수록 익숙해지며 명상으로 통하는 길로 자연스럽게 들어설 수 있다.
신진욱
동국대학교 법학과와 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으며, Worcester State University에서 연수했다. 현재 대한불교진흥원 사무국장, MSC Trained Teacher,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 겸임교수로 있다. 공역서로 『깨달음의 길』, 『이 세상은 나의 사랑이며 또한 나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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