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겨울 추위와 맞서 투쟁하지 않는다
남효창 숲연구소 이사장
이맘때쯤이면 나무는 막바지 월동 준비를 한다. 겨울나무가 무엇보다 황급히 해야 할 일은 포도당을 전분(녹말)으로 엮어내는 작업이다. 나무가 광합성을 통해 얻는 것은 단당류인 포도당이다. 포도당은 세포와 세포 사이를 쉽게 이동할 수 있다. 때문에 겨울철 비교적 따뜻한 시간이면 나무 몸속의 물이 활력을 되찾게 되고, 물과 함께 포도당은 쉽게 이동하게 된다. 그리고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 물이 얼게 되면, 나무는 생존의 위험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포도당 여러 개를 엮어놓은 다당류…
인간의 생각, 나무의 생각
남효창숲연구소 이사장
단풍은 나무 입장에서 철이 든다는 의미다. 이미 이 가을에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가을이다. 나무는 가을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단풍이 물들고 잎을 떨어뜨린다는 것은 추운 겨울을 무사히 넘기고자 하는 나무의 생존 전략이다. 그러니까 나무는 앞으로 다가오는 3개월이란 미래의 시간을 예측하며 사는 생물인 셈이다. 겨울의 가장 깊은 날인 동지를 지나면 이미 그때부터 춘분이란 시간을 준비한다. 잎과 꽃을 돋아내는 봄은 이미 겨울철에 준비한 결과물이다. 나무는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고 있는 지구의 …
나무가 잎을 가꾸는 정성으로 우리의 삶도 그러하다면…
남효창숲연구소 이사장
친구야! 지금쯤 기억 속의 우리 고향에는 청포도 익어가고, 느티나무 그늘 아래서 재롱잔치를 벌였던 기억들이 되살아나지 않니? 늘 고독함이 묻어 있는 이메일이나 카톡 같은 소통 수단이 아닌, 손 편지로 곧 찾아올 가을 소식을 나누고 싶다. 이메일이나 카톡이 때때로 미세 먼지나 초미세 먼지보다 더 무섭게 느껴질 때가 있다. 벌써 코스모스, 해바라기, 쑥부쟁이, 구절초 같은 꽃머리가 둥근, 소위 두상화서 식물들의 출현이 임박했다. 이 식물들은 왜 봄이 아닌 가을에만…
나무의 삶은 감성 계산법을 따른다
남효창 (사)숲연구소 이사장
아침의 상쾌한 숲은 마음을 자극하고, 감성이란 이름으로 온몸에서 세포의 꿈틀거림을 느낀다. 태양이 대지와 나무를 점화시키듯 마침내 내 육신도 발화된다. 나는 왜 숲에 사는 모든 생물을 있는 그대로 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일까. 삶이 자꾸만 무거워지는 것은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규정된 사회적 관계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일까. 나무처럼 살 수는 없지만, 소박하고 단순한 나무의 생활을 내 삶으로 전이시킬 수는 없는 것일까.
규정된 인공 숲과 마주하다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지…
자연은 단행본이다
남효창 (사)숲연구소 이사장
지구의 어느 편에 살든 현대인의 생활은 모두가 비슷해졌다. 스마트폰과 SNS, 획일적인 자동차와 전자제품을 사용하는 점에서도 그렇고, 자연을 인위로 전환해 생산하고 소비하는 농작물도 그렇다. 택배 기사를 만나는 것도 과학은 드론으로 간단히 해결해버린다. 초고속으로 질주하는 과학문명의 맹신자들만 이 시대를 풍미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기술 문명을 열성적으로 맹신하는 신도가 아니라면, 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고독을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전 지구의 인류를 한곳으로 빨아들이는 블랙…
나무가 알려주는 거듭나는 삶
신준환 동양대학교 산림비즈니스학과 교수
인식은 어떤 한계 안에서 작동하기에 잣나무든 측백나무든 잘잘못 따지는 건 의미 없어 어떤 스님이 조주 스님에게 달마 조사가 서쪽에서 가져온 불법의 뜻이 무엇인지를 묻자 ‘뜰 앞의 잣나무(庭前栢樹)’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런데 생태적으로 보면 조주 스님이 활동한 지역에는 잣나무가 아니라 측백나무가 분포한다. 그래서 ‘뜰 앞의 측백나무’라고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어떤 이는 조주 스님의 절 마당 앞에 잣나무가 아니라 측백나무가 무성하다는 논거를 대기도 한…
야생과 미생물, 그들을 제대로 살려야 인류가 산다
김규칠 언론인
야생을 대학살해온 인류 지구의 자연 생태계는 미생물을 필두로 하는 야생에서부터 시작했다. 인류는 거의 맨 나중에 등장해 한동안 그 야생의 터전에서 야생과 대칭적 관계에서 오묘한 균형을 이루며 삶을 영위해왔다. 오랜 야생의 사고와 신화의 시대를 거치면서 그 대칭적 관계에 큰 변화를 보이지 않다가 신석기 전후로부터 혁명적 변혁의 물결을 일으켜 비대칭적 관계로 현대에까지 이르렀다. 필수 불가결한 야생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분절과 투쟁을 거듭하기 시작해 마침내는 야생을 장악하고 포획하며…
나무를 관찰하는 것은 나의 세계를 새롭게 여는 일
신준환 동양대학교 산림비즈니스학과 교수
관찰은 잘 보고 드러내어 살펴서 아는 것으로 성숙의 시간이다 필자 주변에는 나무를 제대로 공부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때마다 나무를 잘 관찰하라고 한다. 그러면 대뜸 그렇게 쉬운 걸로 공부가 되겠냐는 표정을 짓는다. 그럴 때 “여러분이 나무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회적 통념을 떠올리는 것일 뿐입니다. 남의 생각에서 벗어나 여러분이 나무를 관찰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한다. 그제야 미소가 떠오르며 알 것 같다는 표정이다. 그런데 이것은 필자의 …
울지 마라, 하늘아! 저기 동쪽 하늘을 보아라!
수원 화성 성곽길
누구나 가슴에 아픔 하나 품지 않은 사람 어디 있겠는가. 하물며 불과 11세의 나이에 비극적인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했다면 그 슬픔을 어찌 감당할 수 있을까. 뒤주 속에 갇혀 서서히 죽어가던 아버지의 절규. 정조는 25세의 나이에 왕위에 오른 후에도 그렇게 생을 마감한 아버지를 잊지 못했다.
흐린 날이다. 오전에 이미 한 차례 소나기가 지나갔다. 팔달문에서 팔달산 방향 골목으로 들어서자 곧바로 오르막이 시작이다. 좌측 수원 화성은 어른들의 어깨높이다. 오른쪽의 우거진 숲에는…
길에서 길을 찾다 - 광부의 삶이 녹아 있는 첩첩산중 고원길
운탄고도(運炭古道)
한때 석탄이 오가던 운탄고도는 꿈 많은 청춘처럼 찬란했다. 아득한 길은 파란 하늘과 점점 가까워졌고 끝내 어느 정점에서 둘은 하나가 되었다. 그저 그 내막을 가슴 깊이 품고 있는 여행자의 발길에만 조금의 아득함이 남을 뿐이었다.
만항재는 운탄고도의 출발점이자 종착지다. 자동차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 1,330m. 이곳에서 출발하면 내리막이 많아 반대편에서 출발하는 것보다 수월하다. 초반 약 1km는 평지에 가까웠고, 이후 구불구불한 내리막이 이어졌다…
숲과 인간의 생존 프로젝트
식물은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해 꽃을 피운다
남효창 (사)숲연구소 이사장
움직이는 생물은 움직이지 못하는 생물에게 의존적이다 컴퓨터를 끄고, 스마트폰을 내려놓으면, 비로소 들려오는 것이 있다. 계곡의 물소리, 새소리, 풀벌레 소리, 다람쥐의 바스락대는 소리 그리고 나무가 내쉬는 숨소리까지 몸에 전해진다. 과학 문명이 대신할 수 없는 절대 고요가 온순한 영혼을 되찾아준다. 마치 가상의 세계처럼 자연의 실제 세계가 펼쳐진다. 내가 내 삶의 주체가 되어 스스로 보고 듣고 반응하는 존재자란 사실을 일깨운다.
냉이와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