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의 부엌 · 명상가 찰리 편
도봉산 언저리에서 채취해서 말린 허브는 제법 깊고 짙은 향을 품고 있었다. 선재가 뜨거운 물을 여러 차례 부어도 싱그러운 허브향이 그윽하게 살아났다. 선재는 그 차를 즐겨 마셨다. 어쩌면 그것은 어딘지 모를 공허를 채우기 위한 작은 위안 같은 것일 수도 있으나 선재는 그러한 습관을 고칠 이유를 찾지 못했다. 무엇으로도 마음이 채워지지 않는 것, 그래서 불안함과 두려움을 떨치지 못하는 건 자신에게 진짜 필요한 것,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 알지 못했거나 찾지 못했다는 것일 테니. 어릴 때 별명이…
나의 신행일지[대한불교조계종 신행수기 공모전 수상작]
취직 못해 도서관 전전하던 일상, 낙산사 템플스테이 통해서 극복
절할 때마다 느끼는 나태심 직면하며 부족한 끈기와 인내력 길러
합격한 직장 대신 불교대학원…방황 청춘 위한 행복 포교사 서원취업 실패와 템플스테이의 시작“오늘도 불합격이네.”2023년 봄, 나는 열 번째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노트북 화면에 떠 있는 ‘귀하의 앞날에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라는 문구가 유독 비웃는 것처럼 느껴졌다. 스물다섯. 남들은 이미 직장생활 2년 차인 나이에 나는 여전히 도서관과 스터디카페를 전…
법상 스님과 함께하는 마음공부
일체시 일체처에 이것 뿐운암담성(782~841) 선사가 한 비구니에게 물었다.
"그대의 부모님은 살아계신가?"
"살아계십니다."
"연세가 몇이신가?"
"80세이십니다."
"어떤 이의 아버지는 나이가 80세가 아닌 이도 있다는데, 그대는 알고 있는가?"육신을 낳아주신 것은 아버지이고, 아버지는 나이가 80세이기도 하고, 돌아가시기도 한다. 그러나 꼭 이 아버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버지, 어머니는 그저 인연 따라 …
나의 불교 이야기
불교와의 만남내 방에는 여러 불상과 불화가 모셔져 있다. 그만큼 나는 오래전부터 붓다와 불교를 가까이해 왔다. 중학생 시절, 학업 스트레스와 사춘기의 혼란 속에서 마음의 괴로움이 컸다. 그러던 중 서점에서 김정빈의『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읽고 처음으로 붓다의 가르침을 만났다. 인생의 괴로움에 대한 설명은 내 마음을 깊이 울렸고, 불교는 삶의 의지처가 되었다.나는 매일 불교 잡지를 읽고 절을 찾아 108배를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특히 임제 선사의 “수처작주 입처개진”이라는 구절을 좋아했다. 가는 곳마다 삶의 주인이…
대한불교진흥원, 제4회 대원청년회 워크숍 참가기
무엇을 하든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고는 한다. 나도 그랬다. 비는 시간이 있으면 '그 시간에 쉬는 게 아니라 뭐라도 해야지'라며 자기계발이니, 자격증 공부니, 대외활동이니 하며 빈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채우려 했다. 그 과정이 힘들어도 충분히 치를 만한 대가라고 생각했다. 쉬는 시간 없이 바쁘게 보낸 시간만큼 성공이 보상으로 돌아오리라 믿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가혹하게 채찍질한 결과, 가장 먼저 돌아온 것은 지친 심신이었다.좁은 입구의 항아리…
나의 공부 이야기
인생의 겨울, 그리고 만난 대원아카데미언제나 그러하듯이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이 세상의 인연법은 만남이 있으면 헤어지기 마련이다. 대원아카데미와의 인연도 이제 마지막 학기만을 남겨놓고 있는 지금 시점은 계절로 치자면 만추라고 할 수 있겠다. 만추에 와서 대원아카데미와의 첫 만남을 돌이켜 보니 그때는 내가 회사로부터 권고사직을 통보 받고 조기퇴직 후 인생의 혹독한 겨울을 지나고 있을 때였다.‘무엇을 할까?’,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갈까?’에 대한 고민으로 불면의 밤을 지새우던 그때 평소에 자주 보던 어떤 스…
대한불교진흥원 제4회 대원청년회 워크숍 참가기
불교 동아리 지도교수가 되고 첫 워크숍 참가올해 처음 성균관대 불교학생회인 성불회 지도교수를 맡으면서 학생들과 함께한 첫 번째 추억이 바로 대한불교진흥원의 <제4회 대원청년회 워크숍>이었다. 성불회는 1968년에 창립된 유서 깊은 전통을 가진 동아리이면서 성균관대 학내에서도 최우수 동아리일 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열심히 활동하는 동아리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새내기 지도교수로서 성불회에 대해 더 알고 싶었고 내가 무엇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중에 19학번으로 성불회의 전임 …
법상 스님과 함께하는 마음공부
삶이라는 영화 관람어떤 배우는 한 편의 영화를 찍고 나서, 그 주인공 역할에 너무 깊이 몰두한 나머지, 영화를 찍은 후에도 한동안 그 주인공의 아픔이 환영처럼 자신을 힘들게 했노라고 고백하곤 한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자신이 배우가 아닌 관객이었음에도, 한 편의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주인공의 마음에 공명하여 힘들어 하기도 한다.이렇게 고통 받는 배우나 관객이 우리를 찾아와 고통을 호소한다면, 당신은 아주 쉽게 그것은 영화일 뿐이며, 그 배역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라고 말해 줄 것이다.…
슬기로운 수행생활 · 혜월 스님 편
그 시절의 기억으로 사막에 지혜의 달빛을그 긴 여정은 ‘물음’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스리랑카의 평범한 교사의 아들로 태어나 스무 살이 되었을 무렵, 친구들과 어울려 즐겁게 놀다가도 ‘이렇게 살아도 되나?’, 다른 식으로 살아가는 방법은 없을까?’ 라는 내 안의 물음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스님의 물음이 청년의 심장을 꿰뚫었다. “인생의 목적이 무엇인가?” 그 길로 스님을 찾아 나선 청년은 ‘마음 착한 이의 행복’이란 뜻의 ‘수구나난다’라는 법명을 받고 출가했다. 이제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뜨…
나의 신행일지[대한불교조계종 신행수기 공모전 수상작]
중학교 때 청소년 대표로 소녀상 건립에 동참한 게 불연의 시작
동국대학교 진학 후 봉은사서 대학생법회 회장으로 전법에 매진
군 복무하며 군종병으로 활약…현재의 3배 불연 늘리는 게 목표평등의 가치로 불연을 만나다고교 졸업할 때까지 두타산 자락의 삼화사에 다녔다. 2019년 한일무역분쟁과 더불어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망언이 쏟아질 때, 지역사회에서 소녀상을 세우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학생회장이었던 나도 동참하게 되었다. 청소년을 대표해 ‘동해 평화의 소녀상 건립 시민추진위원회’…
대한불교진흥원, 제4회 대원청년회 워크숍 참가기
대학생활에서 불교를 공부하게 된 인연어렸을 때부터 불교에 관심은 있었지만 깊이 공부해 본 적은 없었다. 대학에 와서 불교 교양과목을 수강하며 불교를 조금씩 접하게 되었고, 올해부터는 불교와 나의 진로 사이에 깊은 연결점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불교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인연이 이어져 대한불교진흥원에서 주최한 ‘나를 찾아 떠나는 명상여행’ 워크숍에도 참여하게 되었다.불자의 기준이 부처님을 믿는 것이라면 나는 어렸을 때부터 불자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
재가자의 바라밀다
수행이란 무엇인가불교는 믿음이 아닌 수행의 종교이다. 구원을 바라는 종교적 ‘믿음(faith)’이 상상이 만들어 낸 구세주를 향한 맹목적 의존이라면, 불교 수행은 우리 신체 내부 작동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철저한 자기 성찰이다 (2026년 6월호 ‘붓다의 법에는 ‘불교’가 없다 — 왜 믿음이 아닌 수행이어야 하는가‘ 참조). 수행은 도달해야 할 목적지가 없는 순례자의 길이다. 고타마 붓다도 ‘대열반(大涅槃, mahāparinibbāna)’ 마지막 순간까지 수행을 중단하지 않았다. 삶이 수행이고 수행이 삶이기에 수행이…
나의 불교 이야기
책에서 만난 부처님, 삶으로 이어진 불교와의 인연나의 불교 입문은 순전히 불교 책을 읽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아이들이 어렸을 때 책을 읽어주면서 시, 소설, 수필 등 손에 잡히는 대로 많은 책을 읽었다. 박경리의 『토지』에 깊이 감동했고,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읽을 때는 익숙하지 않은 사투리의 뜻을 이해하기 위해 몇 번이고 앞장으로 돌아가며 읽곤 했다. 그 시절에는 웬만한 장편소설은 거의 다 읽어본 것 같다.그러던 어느 날 불교 책을 손에 들게 되었다. 오쇼 라즈니쉬의 『마하무드라의 노래』, 『사하라의 노…
나의 공부 이야기
마음을 치유하는 공부를 만난 곳, 대원아카데미몇 해 전, 마음이 지쳐 있던 어느 날,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한 권의 책을 만났다. 잭 콘필드의『마음이 아플 땐 불교심리학』. '불교'와 '심리학'이라는 두 단어의 만남은 제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때까지 불교를 어렵고 멀게만 느껴왔던 나는, 심리학이라는 친숙한 언어로 풀어낸 불교를 통해 "이 공부라면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그 인연은 자연스럽게 대원아카데미로 이어졌다. 지금 돌아보면 그 선택은 단순…
[마음챙김하면서 걷자]
잘 살려면 힘이 들지만 제대로 잘 살려면 힘을 빼야 한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바쁘게 사는 걸까? 떠내려가듯 숨 가쁘게 살아서 어떤 삶에 이르고자 하는 걸까? 심지어 길을 걸으면서도 보고, 듣고,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그렇지 않으면 생각에 빠져 있다. 방금 마음 상한 일을 비롯해 지난날의 후회와 원망, 미래의 걱정과 계획, 손익 계산. 수많은 생각들로 분주하다. 다들 잘 살려고 그러겠지만 도무지 삶에 여백이 없다.
무엇이든 잘해보려면 힘을 써야 한다. 하지만 최고의 실력 발휘는 힘을 빼야 한다. 삶도 마찬가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