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불교 이야기
어머니 치맛자락 잡고 따라간 절에서 시작된 불교 인연나는 유난히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다. 어려서부터 그랬다. 시장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신기했고, 부산의 어느 시장에서 차력과 마술을 하던 사람을 보고 오래 생각했던 기억도 있다. 그 궁금증과 사유의 습관이 결국 나를 철학과 불교로 이끌었다.불교와의 첫 인연은 어머니 치맛자락을 붙드는 것에서 시작했다. 절에 가지고 갈 공물을 이고 산을 오르시는 어머니를 따라다녔고, 생일이면 방문을 닫고 손바닥을 비비며 중얼거리시는 어머니의 기도 소리를 살짝 엿들었다. 조계종에…
슬기로운 수행생활 · 세이 린포체 편
스승은 구름과 같고, 제자의 믿음은 대지와 같으니얼마나 서원이 깊었기에, 그는 사람뿐 아니라 짐승조차 자신의 이름을 듣기만 해도 삼악도에 떨어지는 일은 없을 거라고 했을까. 히말라야의 척박한 동굴 속에서 쐐기풀로 연명하며 수행하느라 몸이 푸른색으로 변했다는 전설의 성자. 그 일화가 정말 사실인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가 남긴 서원은 실로 그러하다는 세이 린포체의 말에, 법회에 동참한 반려견 푸코에게로 축하인사가 날아온다.그의 일대기를 몇 번이나 읽었는지 모른다는, 푸코 앞자리에 앉은 노인의 투…
— 왜 믿음이 아닌 수행이어야 하는가
재가자의 바라밀다
법(Dhamma)’법(法, dhamma)’은 본래 우주와 삶을 지배하는 질서와 규범을 가리키던 고대 인도의 베다-브라만교 용어이다. 붓다는 이 전통적 개념을 빌려오되, 그것을 전복적으로 재해석해 드러난 유일한 ‘실재(Reality),’ 곧 ‘이것’을 상징하는 말로 사용했다.붓다에게 법이란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볼 때 드러나는 ‘연기법칙(緣起法則)’이며, 그 조건적 발생의 흐름 속에서 고통이 어떻게 생겨나고 어떻게 소멸하는지를 보여주는 해법이기도 하다. 붓다가 설한 법은 세계에 대…
법상 스님과 함께하는 마음공부
그것은 내가 아니다우리는 누구나 자기 자신에 대한 어떤 이미지, 상(相)을 붙잡고 살아간다. 그것이 '나'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착한 사람이야', '나는 성공한 사람이야', '나는 자상한 사람이야', '나는 영적인 사람이야', '나는 수행자야', '나는 행복한 사람이야' 등등.'나는 착한 사람이야'라는 상을 붙잡고 사는 사람은 자기 이미지에 들어 맞지 않는 상황이 올 때 괴롭다. 어떻게…
나의 불교 이야기
교회오빠라는 말은 자주 쓰는데 절오빠라는 말은 왜 거의 안 쓸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2014년, 당시 싸이월드에서 불교 커뮤니티를 운영하던 포교사 구희철 법우와 조계사 청년회에 다니던 지혜순 법우와 나는 우연한 만남으로 함께 ‘절오빠절언니’라는 모임을 시작했다. 셋 다 30대 초반의 나이였다.불교로 오는 젊은이들 안내하는 호텔 로비1990년대, 개성을 중시하는 X세대가 출현하더니, 매서운 IMF 외환 위기가 온 나라를 휩쓸어 취업난에 빠진 Y세대, 디지털이 더 편한 Z세대가 나타나면서 나이대가 조금만 달라도 소…
나의 불교 이야기
내가 불교를 선택한 이유해인사가 있는 합천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4학년 때 부산으로 이사했다. 그 이듬해부터 집에서는 어머니와 누나 사이에 작은 ‘종교 전쟁’이 시작되었다. 어머니는 철저한 기복신앙을 가진 불자였다. 부처님께 기도해 아들 셋을 얻었다고 굳게 믿고 있었기에, 누나가 교회에 다니는 것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혹여 부처님이 노하여 세 명의 남동생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까 걱정하셨던 것 같다.그 모습을 보며 나는 자연스럽게 불교와 기독교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고등학생이 되자 직접 교회와 절에 가보겠다…
[다시 듣는 강의] 혜안 스님의 명상 강의
호흡 명상의 자세와 기본 원리좋은 판단력과 좋은 선택이 성공적인 삶의 열쇠라는 말은 누구나 알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그 판단력이 흐려지는 순간, 우리는 엉뚱한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판단력을 맑고 예리하게 유지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 답 중 하나가 바로 명상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불교 역사상 가장 중요한 명상법, 아나파나사티(?n?p?nasati)-호흡 명상-의 자세와 기본 원리를 살펴보겠습니다.좌선 자세: '편안함'이 목적입니다명상은 앉아서 하는 것이라는 인상…
나의 신행 일지
사찰음식 배우며 효도 준비, 투석 중에 홀연히 떠나신 엄마 생각에 통한
봉은사서 10년간 영어 통역 봉사 거쳐 명상 지도사… 슬픔, 자비심 승화
노숙인·청소년 ‘5분 선명상’, 불법 등불삼아 정진하며 세상에 평화 전해엄마의 부재에 대한 슬픔에서 나를 지켜준 부처님의 명상법엄마가 돌아가신 지 어느덧 5년이 흘렀지만, 나는 지금도 엄마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난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아름답고 슬픈 기억은 마음속에 늘 화두로 남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구하게 한다. 엄마는 당뇨병으로 몇 년간 고생하시다 증세가 점점…
- 진리는 이미 드러나 있다
[법상 스님과 함께하는 마음공부]
지금과 다르게가 아니라, 지금처럼 산다우리가 깨어있는 자, 깨달은 자라고 말하는 이들은 어떤 삶을 살까? 평범한 우리와는 전혀 다른 도인의 삶이 따로 정해져 있을까? 그렇지 않다. 겉으로 보기에는 지금 우리의 삶과 그들의 삶은 똑같다.사실 삶은 인연 따라 펼쳐지는 것이기 때문에, 연기법대로 펼쳐지는 모든 것들은 자아라는 주체성 없이, 무아로써 그저 인연따라 생겨났다가 인연따라 변해가고 인연따라 사라질 뿐이다.이 연기법이 바로 진리다. 무수히 많은 상호연결성, 중중무진의…
- 세계 유명 인사들의 명상 이야기
영화 <황비홍>의 배우 이연걸은 최상의 실력을 갖춘 무술의 고수이면서 선한 미소년의 표정을 가진, 강함과 부드러움이 잘 어우러진 배우였다. 그런 그의 모습을 10여 년 전부터 영화에서 보기가 쉽지 않다. 소문에 의하면, 그는 지난 10여 년 동안 병에 시달려 영화에 출연하기를 꺼린다고 했는데 사실은 이렇다. 이연걸이 영화 일을 많이 하지 않게 된 것은 그의 쇠약해진 몸 때문은 아니다. 명상 수행과 불교를 배우게 되면서 무술에 관한 그의 생각이 변했기 때문이다. 그는 영화에서 막강한 무술…
- [법상 스님과 함께하는 마음공부] 깨달음, 깨달은 자에 대한 환상
깨달음에 대한 환상 버리기'깨달음', '해탈', '부처'에 대한 당신의 견해는 전혀 깨달음, 해탈, 부처와는 관계가 없다. 당신이, ‘깨달은 부처는 이럴거야’라고 생각하는 그 모든 깨달은 사람에 대한 이미지는 말 그대로 이미지, 상(相), 허상에 불과하다. 그것은 내가 그림 그려놓은 깨달음에 대한 환상일 뿐, 깨달음 그것 자체는 아닌 것이다.바로 그 깨달음, 해탈, 부처에 대한 나의 허황되고 과장된 해석들이 나의 깨달음…
- 삶의 조건을 재배열하는 인식의 혁명 [재가자의 바라밀다]
수행의 목적이 열반(涅槃, nibbāna)이라면, 어떻게 수행이 곧 열반이라고 할 수 있는가? 열반은 흔히 불자가 도달해야 할 궁극의 경지나 초월적 상태로 이해된다. 그러나 팔리어 ‘니바나(nibbāna)’의 본래 뜻은 ‘불이 꺼짐’이다. 무엇의 불인가. 탐욕·성냄·어리석음, 곧 ‘탐·진·치(貪瞋癡)’가 조건 따라 타오르는 불이다. 이 불을 끄는 일은 새로운 실체를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고(苦, dukkha)’가 발생하는 조건이 소멸한 상태를 가리키는 상징에 가깝다.불교…
- [다시 듣는 강의] 혜안 스님의 명상 강의, 과거와 미래의 짐을 내려놓는 연습
불교 명상은 단순한 이론이 아닙니다. 우리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구체적인 수행 방법론이자, 괴로움의 원인을 소멸시키는 ‘행복의 법칙’입니다. 흔히 세상에서는 ‘사랑의 기술’을 이야기하지만, 부처님께서는 그보다 명확하고 실천적인 ‘행복의 기술’을 우리에게 남겨주셨습니다. 그 첫걸음은 바로 우리 마음속에 일어나는 과거와 미래의 짐을 버리는 연습에서 시작됩니다. 우리를 짓누르는 99%의 가상 무게우리가 겪는 괴로움 대부분은 사실 현재에 존재하지 않습니…
- 나의 불교 이야기
어머니는 아흔 한 살이다.허리가 굽어, 젊으실 적보다 키가 10cm는 줄어든 것 같다. 그래도 매일 아침 예불을 올리고 염불을 한다. 기억력도 좋아 경도 줄줄 외우신다. 몸이 굽은 채로 절도 하신다. 똑바로 서지 않아도 기도는 똑바로 간다고 믿으시는 것 같다. 어쩌면 실제로 그럴지도 모른다. 어머니는 가끔 아들을 불러 묻는다.“술 많이 마시지는 않지?”, “살아있는 것 해치진 않지?”. “혹시라도 개고기 먹지마라.”나는 그냥 웃고 만다. 예순이 다 된 아들한테 아직도 그런 걸 묻는다. 하지만 어머니는 웃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