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어록 / 백운경한(白雲景閑)
지옥이 바로 정토법좌에 올라앉아 "제바달다(提婆達多)1)가 지옥에 떨어져 있을 때, 세존께서 아난을 시켜 물었다. '그대는 지옥의 고통을 참고 받아들일 만한가?' '제가 비록 지옥에 있기는 하지만 삼선천(三禪天)2)과 같은 즐거움을 누리고 있습니다.' 세존께서 다시 아난을 시켜 물었다. '그대는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은가?' '세존께서 지옥에 떨어지시면 제가 벗어나겠습니다.' 아난이 말했다. '세존은 삼계(三界)의 중생을 이끄는 …
극락정토로 가는 길 / 10분으로 배우는 불교
통도사에서 만난 수많은 불보살님7세기 자장율사가 부처님의 사리를 모셔와 창건한 불보(佛寶) 종찰 통도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큰 사찰이다. 그러다보니 통도사는 사리를 모신 금강계단을 중심으로 상로전(上爐殿), 대광명전을 중심으로 중로전(中爐殿), 그리고 영산전을 중심으로 하로전(下爐殿)의 세 영역으로 구별된다. 일주문을 지나 가장 먼저 하로전에 들어서면 영산전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을 뵐 수 있다. 그리고 약사전에는 중생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시는 약사여래가, 그 앞 극락보전에는 서방정토를 …
『금강경』의 “응무소주 이생기심”- 머물지 않되, 온전히 살아가기
/ 부처의 말, 우리의 삶
흔들리는 마음은 왜 괴로운가『금강경』에는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이라는 유명한 구절이 있습니다.보통은 “어디에도 머무르지 말고 마음을 내라” 정도로 번역되지만, 처음 들으면 조금 어렵고 추상적으로 느껴집니다. 마치 세상일에 무심해지라는 말처럼 들리기도 합니다.하지만 이 말의 핵심은 세상을 떠나라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세상을 더 또렷하게 바라보되, 거기에 끌려다니지 않는 자유로운 마음을 말합니다.예를 들어 우리는 하루에도 …
어머니의 소원이 불행의 씨앗이 된 까닭부처님오신날인 오늘은 정말로 부처님 말씀의 묘미를, 그 맛을 진짜로 음미하는 날입니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 서양에서 그 맛을 발견하고 맛본 사람이 몇이 있지만 우선 한 사람을 잠깐 소개해 드리면 레비-스트로스라는 인류학자가 『슬픈 열대』라는 책 속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불교는 내세가 없다. 다른 모든 종교는 내세가 있고 신이 있지만 불교는 신이 없다. 불교는 우주를 무(無)로 본다. 불교는 종교를 넘어섰다. 종교를 넘어선 수련이다. 그런데 불교 뒤에 나온 종교들이 진보는커녕 퇴보를 보이고 …
더 보기 »불기 2570년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문
룸비니 동산에 울려 퍼진 탄생의 선언오늘 우리는 불기 2570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부처님 탄신을 온 마음으로 봉축하고자 이곳 괴산에 있는 대한불교진흥원 다보사에 모였습니다. 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 위없는 스승, 조어장부, 하늘과 사람의 스승, 불, 세존께서는 오늘 룸비니 동산에서 정반왕의 태자로 탄생하시어 싯다르타라는 이름을 받으셨습니다. 태자께서는 어머니 마야부인의 오른 옆구리로 탄생하시어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으신 후 오른손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왼손으로 땅을 가리키며 선…
불교 경전에 물들다
‘부처님의 생애’를 다룬 텍스트는 다양하며, 각기 다른 특성과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만약 그 가운데에서 가장 인간적인 붓다를 만나고 싶다면, 『마하박가』의 제1장 크나큰 다발의 첫 번째 「송출품」부터 네 번째 「송출품」까지를 보아야 합니다. 『마하박가』의 번역자 전재성은 해제에서 이 부분의 가치를 다음과 같이 평가합니다.
“부처님의 바르고 원만한 깨달음인 정각의 내용과 그 후의 전법의 이야기를 비롯하여 승단의 형성 과정을 기록한 것으로 『디가니까야』의 『열반경』과 아울러 가장 믿을 만한 부처님의 생애의 원형을 …
- 평정심의 지혜: 흔들리지 않으면서 따뜻하게
[10분으로 배우는 불교]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 네 가지 숭고한 마음, '사무량심'오늘날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사람 사이에 경제적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가치관의 충돌은 일상화되었으며, 급속히 변화하는 기술로 미래는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조건은 사람들의 마음을 끊임없이 흔들어 놓는다. 불안은 일상이 되었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도 긴장과 갈등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마음의…
다시 읽는 선어록 / 진각어록
“그대 부처님 제자들이 이 터에 머무는 모습 그대로가 바로 부처님께서 자유자재로 누리는 경지이다. 늘 그 안에 머물면서 걷거나 앉거나 누워 있는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라! 여러분 자신에게서 나오는 한 줄기 신령한 광명이 옛날과 오늘을 찬란하게 비추고, 하늘과 땅을 모두 거두어들이며, 하나의 그 무엇도 막히거나 걸림이 되는 것이 없고, 한 가지 일도 그것과 필적하거나 그것의 조건이 되는 것은 없다. 만일 당장에 이 말을 진실한 것으로 믿을 수 있다면 힘들이지 않고 온몸으로 짊어질 수 있을 것이니, 어찌…
- 10분으로 배우는 불교
번뇌는 마음을 얽어매어 가두는 것 번뇌는 불교 고유의 가르침이다. 불교에서는 마음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을 모두 번뇌라고 하는데, 경전에서는 다양한 이름으로 번뇌를 부르고 있다. 번뇌는 ‘마음을 얽어매는 것’, ‘마음을 오염시키는 것’, 또는 ‘(마음) 안으로 흘러들어오는 것’ 등으로 불린다. 마음을 얽어맨다[纏]는 것은 우리가 원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번뇌에 빠지게 된다는 뜻을 전달하고 있다.
고통을 일으키는 번뇌의 행동은 처음에는 전혀 고통스럽지 않고 오히려 즐거운 일이다. 자신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이 점점 …
다시 읽는 선어록 / 백운어록
봄의 자취법좌에 올라앉아 말했다.“불성의 뜻을 알고자 한다면 그때마다의 시절에 나타난 인연을 관찰해야 한다.¹⁾ 시절이 무르익으면 그 이치는 저절로 드러날 것이다.²⁾ 하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사계절은 운행되고, 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만물은 발생한다. 또한 마치 봄이 모든 나라에서 시작되면 곳곳이 어느 곳이나 한결같이 봄기운이지만 봄은 어떤 자취도 남기지 않는 것과 같고, 달이 포구에 떨어지면 어느 물결에나 동시에 나타나지만 달은 나누어지지 않는 것과 같다.³⁾ 앞에서 ‘봄은 어떤 자취도…
- 중도의 참 뜻 10분으로 배우는 불교
『반야심경』·『금강경』·『중론』으로 공부하는 공(空)우리나라 불자들에게 가장 익숙한 경전은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법회마다 암송하는 짧고 압축적인 『반야심경』과 『금강반야바라밀경(금강경)』만큼은 절대 빠지지 않을 것이다. 두 경전 모두 완전한 지혜를 뜻하는 ‘반야(prajñā)’가 들어가 있듯이 ‘반야부’ 경전류에 속하고, 금강석과 같이 단단한 내 안의 여러 가지 집착된 상(想)을 반야의 지혜로 깨트려야 함을 가르친다. 여기서 반야의 지혜란 다름 아닌 공성(空性)을 의미한다.이렇게 반야부 경전이…
- 마음을 바꾸는 삶의 기술
우리 마음속에는 늘 무언가를 향한 ‘원함’이 소용돌이칩니다. 불교에서는 이 역동적인 에너지를 그 성질과 방향에 따라 욕구(欲求), 욕망(慾望), 서원(誓願)으로 구분합니다.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이 세 가지는 우리 삶을 전혀 다른 행선지로 안내하는 이정표가 됩니다. 생명을 지탱하는 정직한 뿌리, 욕구(欲求)욕구는 생명체가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 발현하는 본능적인 에너지입니다. 배고프면 먹고 싶고, 고단하면 쉬고 싶은 마음은 수행의 방해물이 아니라, 도(道)를 닦기 위한 소중한 몸을 보존하는 기초입니다.불…
- 현대 심리학과 시스템 이론이 조명한 붓다의 지혜
현대 물리학의 카오스 이론과 시스템 이론은 세상이 고정된 실체가 아닌, 수만 가지 변수가 얽힌 복잡한 네트워크라고 말합니다. 놀랍게도 이 첨단 과학의 목소리는 2,600년 전 붓다가 설파한 '상호의존적 발생(연기, 緣起)'의 가르침과 그 맥을 같이 합니다. 우리는 흔히 '나'라는 존재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믿지만, 불교 심리학의 렌즈로 들여다본 인간은 거대한 인과율의 바다 위에 일시적으로 솟구친 '소용돌이'와 같습니다.고정된 '나…
- 법상 스님과 함께하는 마음공부
올 때는 오도록 하고, 갈 때는 가도록 하라세상 모든 것은 왔다가 간다. 올 때가 되면 오고, 갈 때가 되면 간다. 저마다 자기가 와야 할 때 정확히 오고, 갈 때가 되면 정확하게 돌아간다. 계절도, 밤과 낮도, 바람도, 구름도, 사람도, 인연도, 일도, 돈도, 명예도, 건강도, 모든 것이 전부 다 인연 따라 왔다가 인연이 다하면 반드시 가고야 만다.그것이 세상의 법칙이다. 이를 생사법(生死法), 생멸법(生滅法)이라고 한다. 생겨난 모든 것은 멸할 수밖에 없다는, 제행무상(諸行無常), 제법무아(諸法…
- 다시 읽는 선어록 / 백운어록
백운경한(白雲景閑 1299~1375)백운의 선법은 꾸밈없고 자연스럽다. 그는 어느 종파나 조사의 선법을 강조하지도 않았고 그때그때마다 종지에 부합하는 내용을 빌려와 활용하면서도 자신의 견해를 무리하게 드러내지 않았다. 당시 유행하던 간화선의 경우 몇몇 구절의 화두가 등장할 뿐 화두 참구의 방법을 애써 강조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백운은 원나라에 들어가 견문을 넓힌 이래로 꾸준히 선사상의 정보를 비축함으로써 당대 조사선의 선법을 충실하게 전한 것으로 보인다. (계속) 원문 전체 보기
- 10분으로 배우는 불교
자기 자신에게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주는 일은 처음에는 어색하고 낯설다. 오랫동안 자신을 다그치는 언어에 익숙해진 사람일수록, 친절한 말은 진짜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새로운 언어가 그러하듯, 자기 자비 역시 연습할수록 자연스러워진다. 우리는 자신의 행동보다 훨씬 더 큰 존재이며, 바꾸고 싶은 부분이 있더라도 그 모습 그대로 존재할 자격이 있다. (계속) 원문 전체 보기
- 문진건(동방문화대학원대 교수)
- 다시 읽는 선어록 / 진각어록
“둥지나 구멍에 사는 미물들은 하늘의 이치에 통하는 눈이 있고,1) 초명2)은 땅을 뒤덮는 몸을 가지고 있으며, 대천세계의 뜻을 포괄하는 경전들은 단지 하나의 미세한 티끌 속에 들어 있다.3)
여러분은 하나의 미세한 티끌을 알고 싶은가? 있다고 말해도 하나의 티끌이 되지 못하고, 없다고 말해도 하나의 티끌이 되지 못하며,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고 말해도 하나의 티끌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라고 말해도 하나의 티끌이 되지 못한다.
열에 아홉은 이미 여러분에게 다 말했다. 하나를…
10분으로 배우는 불교
불교는 ‘너도, 그리고 나도 부처다!’라고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이야기한다. 쉽게 말해 깨달음을 얻으면 모두가 부처님과 동급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수많은 생에서 수행과 공덕으로 깨달음을 얻으신 관세음보살, 문수보살, 지장보살 등 대보살님들은 그 능력이 부처님과 아무런 차이가 없고 그래서 우리는 그분들을 부처님과 똑같이 예경하는 것이다.(계속)원문 전체 보기
- 정상교(금강대 교수)
- 인공지능 시대를 사는 불자의 자세
부처님의 수승한 지혜는 단순히 ‘한 생각 바꿈’으로 도달할 수준이 아니다. 따라서 필자는 금생에 완전한 성불을 이루겠다는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에 매달리기보다는, 성불을 향해 확고히 나아가는 ‘수다원향(須陀洹向, Srotāpatti-magga)’6)을 이루는 것을 현실적 지표로 삼을 것을 제안한다. “인생 별거 없더라” 따위 사이비 달관이나 타락의 길을 멀리 떠나, 성자의 흐름에 들어 결코 퇴전하지 않는 확신을 얻는 것, 그것이 다생에 걸쳐 성불을 기약하는 가장 정직한 수행의 길이 아니겠는가.(계…
- 자유민주주의와 정법(正法) 수호
불교의 “중도(中道)”는 양극단 사이에서 적당히 타협하는 ‘기계적 중간’이 아니다. 고행과 방종을 넘어 실상을 바르게 꿰뚫어 보는 ‘바른 수행(八正道)’이자, 유·무(有無)의 집착을 타파하고 연기(緣起)의 진리를 여실히 보는 통찰이다. 불이(不二) 또한 현상에 매몰되지 않는 높은 차원의 깨달음을 말하는 것이지, 현실 세계에서 진실과 거짓을 뒤섞으라는 뜻이 아니다.(계속)원문 전체 보기
- 구상진(대한불교진흥원 이사장, 법학박사·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