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제(苦聖諦), 괴로움은 피할 수 없는가?

 [현대인의 삶을 바꾸는 사성제(四聖諦)]



무상하므로 괴롭다

불교에서 괴로움[고(苦)]을 강조하니, 어떤 사람은 불교는 세상을 너무 비관적으로 본다고 말한다. “왜 삶을 괴로움이라고 하는가? 즐거움도 있는데.” 이에 이렇게 대답한다. “그러한 즐거움도 완전한 즐거움이 되지 못한다. 언젠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고, 또 다른 괴로움이 올 수도 있다.” 이때 상대방은 이렇게 반문한다. “괴로움도 완전한 괴로움이 되지 못한다. 언젠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고, 또 다른 즐거움이 올 수도 있다. 왜 괴롭다고만 하는가?” 그 말에 잠시 당황하며 생각해 보면, 중생의 삶에서 괴로움과 즐거움은 완전하지 않고, 지속하지 않는다. 그 지속하지 않기 때문에 괴로움이 더 드러난다. 경전에서 “무상(無常)하므로 고(苦)다”라는 말을 자주 언급하는 이유다.

부처님이 태자 시절 성문 밖에서 노인, 병자, 죽은 자를 보면서 스스로 돌아보셨다. ‘나는 지금 이렇게 젊지만, 언젠가 나도 저렇게 늙어 사람들의 조롱과 혐오를 피할 수 없으리라.’ ‘나는 지금 건강하지만, 나 역시 저렇게 병드는 것을 피할 수 없으리라. 내가 어찌 저 사람의 아픈 소리를 흘려버리고 기녀들의 노랫소리를 따라 흥얼거릴 수 있겠는가.’ ‘누가 죽음을 피할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사랑하는 이들도 모두 저렇게 내 곁에서 떠나가리라. 나 역시 죽음의 강을 건너야 하리라. 내일도 오늘처럼 살아 있으리라고 과연 장담할 수 있을까?’

“… 이렇게 관찰한 뒤에는 병들지 않았다고 해서 일어나는 뽐내는 마음은 곧 저절로 없어졌다. …

많이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범부는 병들지 않았다고 하여 뽐내고 거드름 피우며 방일하고 욕심으로 말미암아 어리석음이 생겨 범행을 행하지 않는다. 많이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범부는 젊다고 하여 뽐내고 거드름 피우며 방일하고 욕심으로 말미암아 어리석음이 생겨 범행을 행하지 않는다. 많이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범부는 오래 산다고 하여 뽐내고 거드름 피우며 방일하고 욕심으로 말미암아 어리석음이 생겨 범행을 행하지 않는다.”(『중아함경』 제29권, 117「유연경(柔軟經)」)

한 치 앞을 내다보지도 못하면서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아가는 것이 중생이다. 자신은 늘 그렇게 문제없이 살아갈 것 같지만, 결국 자신도 힘든 환경에 처한 뒤, 주위를 둘러보지 못한 것에 뒤늦은 후회를 한다. 그런데 잊고 있거나 단지 자각하지 못할 뿐, 늘 쉽지 않은 삶의 환경에 놓여 있다. 이러한 우리 삶의 모습을 일깨워주는 가르침이 사성제(四聖諦) 가운데 고성제(苦聖諦)다.“삶은 괴로움”이라는 것이다. 괴로운 삶의 현실을 자각하는 것이야말로 그 괴로움 삶을 극복할 수 있는 첫걸음이다.

누구나 피할 수 없는 괴로움, 생로병사

부처님이 출가한 이유는 생로병사(生老病死) 때문이라고 한다. 혹은 당시 주변 강대국에 둘러싸인 약소국가의 왕자로서 비애와 크나큰 파국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출가였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경전에 의하면, 생로병사가 출가의 이유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출가의 다른 이유를 주장하는 것처럼, 세상의 괴로움이란 생로병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타의 다른 괴로움도 있다. 그렇다면 왜 생로병사를 강조할까. 생로병사는 어떤 이도 피해 갈 수 없는 괴로움이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생로병사를 피해 갈 수 없는 것처럼, 모든 중생에게는 어떤 형태이든 괴로움이 있다는 가르침이다. 따라서 생로병사는 생로병사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중생의 모든 괴로움을 상징하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이러한 괴로움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한다. 첫째 자체 고통으로부터 오는 괴로움이다. 이를 고고(苦苦)라고 한다. 가령 추위, 배고픔, 부상 등으로 느끼게 되는 괴로움을 말한다. 둘째, 있던 것이 없어짐으로써 오는 괴로움이다. 이를 괴고(壞苦)라고 한다. 가령 소중하게 여긴 재물 등을 잃어버림으로써 오는 괴로움 등이다. 셋째, 항상 있지 않고 변해감으로써 오는 괴로움이다. 이를 행고(行苦)라고 한다. 가령 젊음이 그대로 있지 않고 변해감으로써 오는 괴로움 등이다.

또는 괴로움을 구체적으로 표현한다. 바로 사고(四苦) 또는 팔고(八苦)이다. 사고는 네 가지 괴로움으로 생로병사(生老病死)를 말한다. 생로병사는 모든 이들이 겪게 되는 과정이다. 팔고는 사고에 네 가지 괴로움을 더한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괴로움[애별리고(愛別離苦)], 미워하는 사람과 만나게 되는 괴로움[원증회고(怨憎會苦)], 구하고자 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괴로움[구부득고(求不得苦)], 오음이 치성하여 이루어진 괴로움[오음성고(五陰盛苦)]이다.

그런데 잠깐 생각해 보자. 중생의 생로병사가 괴로움인 것은 맞지만, 진짜 생로병사 자체가 괴로움일까?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것 자체가 무조건 괴로움일까? 누구나 생로병사를 겪게 된다. 이 땅에 오신 성인(聖人)도 그렇게 가신다. 그리고 성인도 사람을 만나고 헤어진다. 그 자체가 괴로움이라면 성인도 괴로워야 하지 않을까? 진짜 삶 자체가 괴로움일까? 그러면 우리의 삶이 너무도 슬프지 않은가?

세상 자체가 괴로운 것이 아니라

불교에서는 세상 자체를 괴롭다고 보지 않는다. 그리고 비관적이지도 않다. 따져보면 불교에서 언급하는 고(苦)는 세상을 보는 마음 작용에 중점을 둔다. 그런데 마음 작용에 대한 풀이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 우리의 시선이 마음보다는 바깥 물질에 가 있고, 마음을 이야기하면 관념적이라는 견해가 있기 때문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마음을 여러 각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팔고 가운데 오음성고에 대한 설명은 쉽지 않다. 오음성고는 팔고를 다 포함하는 말이다. 생로병사 등은 그 자체가 괴로움은 아니다. 생로병사 등을 받아들이고 분별하는 마음 작용에 탐진치(貪瞋癡)[탐욕, 성냄, 어리석음] 삼독(三毒)이 함께하기에 괴로움이 일어난다. 우리의 삶은 오음(五陰)인 마음 작용으로 전개된다. 따라서 오음성고를 이해하면 고(苦)의 의미에 다가갈 수 있다.

오음은 색음(色陰), 수음(受陰), 상음(想陰), 행음(行陰), 식음(識陰)을 말한다. 『반야심경』에 등장하는 ‘색즉시공 공즉시색 수상행식 역부여시’에서 색수상행식이 오음이다. 오온(五蘊)이라고도 한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색은 대상의 성질이고, 수는 대상의 성질을 받아들이는 작용, 상은 받아들인 대상의 성질을 통해 형상화하는 작용, 행은 받아들인 대상의 성질을 통해 조작하는 작용, 식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종합적으로 대상을 분별하고 인식하는 작용이다.

이렇게 오음이라는 마음 작용이 화합하여 세상을 분별한다. 그런데 오음의 바탕에는 어리석음이 자리하고 있다. 어리석음으로 인해 끝없는 괴로움이 일어난다. 이러한 분별로 인해 일어나는 괴로움이 오음성고다. 오음은 우리의 삶이다. 오음성고는 삶으로 야기되는 괴로움이다.

그런데 삶이 분별이기에, 중생이든 성인이든 분별이 있다. 그리하여 『잡아함경』 등에서는 오음(五陰)과 오수음(五受陰)을 구별한다. “오음에 번뇌[루(漏)]가 있으면 오수음이다.” 오수음을 오취온(五取蘊)이라고도 한다. 번뇌란 어리석음[무명(無明)], 탐욕 등이다. 중생의 삶은 오수음이다. 그런데 이렇게 오음과 오수음을 구분하여 정의하지만, 경전에서는 구분 없이 오음(오온)을 오수음(오취온)의 의미로 사용하기도 한다. 오음성고처럼. 필자의 글도 그렇다.

중생은 이러한 어리석음과 탐욕 등으로 무엇이든 분별하고 집착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생로병사가 괴로움이 된다. 어리석음과 탐욕 등으로 좋아하거나 싫어하게 되니, 이별과 만남이 괴로움이 된다. 그렇게 어리석음과 탐욕 등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늘 집착 속에 세상이 괴로움으로 다가온다. 세상은 그냥 그렇게 있는데 말이다. 어리석음과 탐욕과 성냄으로 인한 집착만 내려놓으면 될 일인데 말이다.

이처럼 불교에서 괴로움을 강조하는 것은, 삶을 직시하고 해결해 보자는 것이지 비관적인 인생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사성제(四聖諦)에서 고성제(苦聖諦)가 먼저 등장하는 이유다.

 

목경찬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대학원 불교학과에서 유식불교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동국역경원 사업에 참여했으며, 현재 여러 불교대학에서 불교 교리 및 불교 문화를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사찰, 어느 것도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연기법으로 읽는 불교』,『유식불교의 이해』,『절에는 이야기가 숨어있다』,『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절집 말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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