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래도 열반도 윤회도 모두 공한가?

- 중도의 참 뜻
10분으로 배우는 불교

도갑사

『반야심경』·『금강경』·『중론』으로 공부하는 공(空)

우리나라 불자들에게 가장 익숙한 경전은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법회마다 암송하는 짧고 압축적인 『반야심경』과 『금강반야바라밀경(금강경)』만큼은 절대 빠지지 않을 것이다. 두 경전 모두 완전한 지혜를 뜻하는 ‘반야(prajñā)’가 들어가 있듯이 ‘반야부’ 경전류에 속하고, 금강석과 같이 단단한 내 안의 여러 가지 집착된 상(想)을 반야의 지혜로 깨트려야 함을 가르친다. 여기서 반야의 지혜란 다름 아닌 공성(空性)을 의미한다.

이렇게 반야부 경전이 중요시하는 공의 가르침은 대승불교 모든 종파의 조사라 불리는 용수 보살(150?~250?)이 『중론』을 통해 논증하고 있다. 그 제목처럼 『중론』은 용수 보살이 붓다의 중도(中道)를 통해 공과 연기의 이치를 기발하고 뛰어난 논법으로 빈틈없이 해설하고 있다. 따라서 『중론』은 그 어느 장을 펼쳐보아도 이 세상 모든 원리가 중도와 연기, 그리고 공에 다름 아님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보여준다. 비유하자면 반야부 경전이 교과서라면 『중론』은 뛰어난 참고서이며 해설서이다.

그런데 『반야심경』을 대표하는 법언으로 널리 알려진 ‘색즉시공 공즉시색’ 즉, 색이 곧 공이요, 공이 곧 색이라는 표현이나 『금강경』에서 대승보살이 타파해야 할 상(想) 중 하나로 제시된 ‘수많은 중생을 열반으로 이끌었더라도 그 어떤 중생도 완전한 열반에 들게 하지 않은 것’이라는 역설적인 표현, 그리고 이러한 표현법과 동일한 사고 방법으로 『중론』에서 이야기하는 ‘윤회가 열반이고 열반이 윤회’라는 표현 등은 공에 대한 수많은 문학적 해석을 낳게 하였다. 급기야 모든 것이 공한데 윤회가 어디있고 열반이 어디있고 보살이 어디있고 부처가 어디 있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계율도 공이요 수행도 공이라며 공성이 품고 있는 소중한 메시지는 생략된 채 과장되고 급진적인 주장이 공의 본질처럼 널리 퍼지게 되었다. 그것이야 말로 공성을 잘못 이해하고 집착하는 악취공(惡取空)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예부터 불가에서는 악취공은 불변하는 절대 존재나 신, 혹은 자아를 믿는 것보다 더 무서운 공병(空病)이라며 경계하였다.

공은 허무가 아니라 연기의 진리

반야경전의 공성을 진실로 체득한 용수 보살이 윤회도 열반도 여래도 모두 그저 텅텅 빈 공이라고 했을리는 만무하다. 만일 용수 보살의 공성 해석이 모든 것을 허무주의로 이끄는 가르침이라면 우리는 여래를 알현하지도, 열반을 얻지도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용수 보살의 의도는 윤회도 없고 열반도 없고 여래도 없다는 허무주의를 강하게 밀어붙이기 위함이 아니다. 그저 언어로 표현되는 일체 모든 대상에 대한 집착을 벗어던질 때 진정으로 여래를 알현하고 열반에 들어갈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했을 뿐이다. 그래서 용수 보살은 이 가르침을 듣는 사람들이 제발 ‘없다’ ‘있다’라는, ‘언어로 표현되는’하나의 극단에 빠지는 악취공에 사로잡히지 않게 하기 위해 생과 멸의 중도, 항상함과 단멸함의 중도, 오고 감의 중도, 같고 다르다의 중도를 유지하라고 일렀다.

이러한 가르침은 용수 보살이 『중론』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붓다의 가르침을 찬탄하며 써내려간 「귀경게」에서 감동적으로 나타난다. 『중론』을 펼칠 때 마다 특별히 이 부분이 마음에 끌리는 이유는 용수 보살 역시 붓다 입멸 후 수세기가 지나서 태어났기 때문에 오늘의 우리들처럼 붓다를 직접 모시고 배운 적은 없다. 하지만 그는 중도와 연기, 그리고 공이야 말로 그 어떤 가르침보다 뛰어난 진리이고, 그 진리 속에서 참된 스승인 붓다를 알현할 수 있다는 환희심이 절절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소멸하는 것도 아니요 생겨나는 것도 아니다. 항상하는 것도, 단절되는 것도 아니다. 동일한 것도, 다른 것도 아니며 오는 것도 아니고 가는 것도 아니다. 언어 유희가 아닌 거룩한 연기의 진리를 가르쳐주신, 이 세상 모든 설법자들 중 가장 위대하신 그분 붓다께 귀의하옵나이다”

중도는 언어 유희가 아닌 세상 모든 진리의 으뜸인 연기법에 다름 아니다. 이보다 더 명징한 공의 가르침이 또 어디 있을까!

 

정상교|금강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東京)대 대학원 인도철학-불교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유튜브 채널 ‘헬로붓다TV’에 출연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도쿄대학 불교학과 - 소설보다 재미있는 불교 공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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