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 시인이 읽어주는 불교 詩
나무
한승원
푸른 우듬지를 하늘로
쳐들고 있는 나무의 뜻을 천축국의 왕자가
‘나무(南無)’
라고 읽으라 했는데, 나는
‘나 없음의 나무[我无]’
라고 어눌하게 소리 냅니다,
그 이르고 싶은 곳 어디인가,
푸르른 내 고향 태허입니다.
한승원 시인은 불교계 대표적인 소설가이기도 하다. 시인은 한 인터뷰에서 “인간 본위의 휴머니즘이 우주에 저지른 해악을 극복할 수 있는 단초는 노장(老莊)이나 불교 사상에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고, 많은 불자들은 시인의 시와 소설 작품들을 통해 불교적인 교설에 못지않은 가르침을 감동적으로 받아왔다. 붓다의 일대기나 원효 스님의 삶과 사상을 문학적인 상상력으로 조명한 작품들도 그 일례라고 할 수 있겠다.
한승원 시인은 이 시에서의 ‘태허’라는 시어를 시 전문 아래에 주를 붙여 다음과 같이 각별하게 강조한다. “‘태허(太虛)’는 하늘과 동의어. ‘無’ 자는 섶을 불태우니 현실적으로 없어진다는 뜻글자이고, 南無의 경우 그냥 소리만 빌려다 쓴 글자이다. ‘无’는 하늘(태허)처럼 텅 비어 있는 ‘비가시적인 없음’의 뜻글자이고 없을 무(无)는 하늘 천(天)의 변형이다. 이 두 글자는 우주 시원을 뜻한다. 선승들이 ‘무’ 자 화두를 드는 것은 하늘마음[天心]을 얻자는 것일 터, 천심은 무심이고 무심이 천심이다.”
나무의 맨 꼭대기 가지가 하늘을 향해 마치 들어 올리듯 뻗어 있다. 시인은 나무의 그 뻗어감을 텅 빈 하늘을 향한 곧은 지향이라고 이해한다. 그리고 하늘을 향한 그 지향은 다름 아닌 천심(天心)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천심은 무엇인가. 천심은 곧 무심이라는 것이 시인의 설명이다. 마치 수행자가 무심한 마음, 태허와 같이 크고 텅 빈 마음을 얻기 위해 정진을 거듭해서 하듯이 우리 또한 이러한 영적인 수행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일 테다.
문태준 1994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 등이 있다. 노작문학상, 유심작품상, 미당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목월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불교방송(BBS)』 제주지방사 총괄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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