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는 주인이 없다 하지만
바람과 달은 본래 다툼이 없어라.
봄소식을 얻고 보니
매화가 나무 가득히 피어났구나.
- 청허당 휴정(1520~1604)
한국의 수행처 순례|5대 적멸보궁
부처님 향기, 자장율사의 향기 그득한 곳
사자산 법흥사 적멸보궁
법흥계곡 골짜기는 입구 1km 밖부터 솔향과 더불어 2,500년의 부처님의 향기와 1,500년의 자장의 향기가 그득합니다.눈길 닿는 곳마다 정겨운 산이고 강줄기가 굽이굽이 이어지는 영월 무릉도원면(面). 그 깊숙한 곳에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수행 중 문수보살을 만나 전해 받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법흥사 적멸보궁이 있습니다. 수천 년 동안 흘러내린 시간 하나하나를 품에 꼭 껴안고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이곳 사자산(獅子山) 연화봉 아래…
사찰에는 재미난 이야기가 숨어 있다
화엄 제일 가람 부석사
의상과 선묘 낭자 이야기
백두대간 소백산맥 봉황산 중턱에 위치한 부석사는 의상 대사(625~702)가 창건한 사찰로 해동화엄(海東華嚴)의 제일 가람이다. 화엄은 ‘모든 사물이 어느 하나라도 홀로 존재하거나 일어나는 게 아니라 서로 인연이 되고 상호의존해 있으며 그로 인해 발생한다’는 것으로 법계무진연기(法界無盡緣起)를 핵심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하나가 전체이고 전체가 하나이며, 생사와 열반이 서로 대립되는 현상이 아니라 원융무애하고 그러한 뜻에서 연화장세계(청정광명한 이상적인…
기후위기 1
기후위기 어디까지 왔나? - 기후위기 원인과 현황
오충현 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우리는 기후변화 혹은 기후위기가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라고 하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세계 정상이 모여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국회에서도 관련 법률을 제정했다는 뉴스를 접하기도 한다. 왜 기후변화로 지구에 위기가 온다고 하는 것일까? 산업혁명 이후 과다하게 배출된 온실가스는 지구의 평균 온도를 상승시켰다. 평균 온도가 높아지자 봄이 오는 시간이 빨라졌다. 하지만 꽃이 피는 시기에 아직…
기후위기 2
우리가 기후위기에 대처해야 하는 이유
남재철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특임교수, 전 기상청장
우리 인간은 약 600만 년 전 지구상에서 침팬지와 고릴라로부터 분리되었으며, 현재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는 약 2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탄생했다고 한다. 현생 인류는 구석기 시대를 지나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고 지금부터 약 1만 년 전부터 정착 생활을 하면서 농업이 시작되고 인류의 문명이 발생했다. 지질학적으로 1만 년 전부터 지금까지 지구 기후가 안정된 시기를 홀로세라고 부른다. 산업혁명 이후 지난 100여 년 동안 인구…
기후위기 4
기후위기는 정치적 문제가 아니다
박석순 이화여자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전 국립환경과학원 원장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 시대의 화두가 되었다. 화석연료를 지금과 같이 계속 사용하면 지구 대기에 이산화탄소가 증가해 기후 대재앙이 오기 때문에 이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산화탄소는 산업화 이전 280ppm에서 계속 증가해 2021년에는 420ppm을 넘었고, 이 기간 지구 평균 기온은 1.09℃ 증가했다. 유엔은 지난 198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를 구성해 원인 규명과 대책 수립을 해오고 있다. 1…
텀블러를 생활화하는 습관을 갖자
전정환 서울대학교 공익법률센터 지도변호사
가끔 길이 막히면 “다들 어디를 가기에 이렇게 길이 막히지”란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사고방식은 차량을 운행하는 ‘나’ 역시 도로의 체증에 조금씩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환경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도 비슷한 것 같다. 언론을 통해 ‘쓰레기 산’이나 ‘태평양 쓰레기 섬’에 대한 보도를 접하게 되면 모두 입을 모아 환경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해결을 촉구하게 된다. 그런데 그 많은 쓰레기는 어디서 왔을까? 모두 우리가 조금씩 배출한 쓰레기…
간화선의 A에서 Z까지
간화선의 원리
수불 스님 안국선원 선원장
12세기 송대(宋代)에 천동 정각(1091~1157) 선사에 의한 묵조선과 대혜종고(1089~11630) 선사에 의한 간화선이 등장했다. 자성을 돈오케 하는 방편으로 ‘오직 좌선함(只管打坐)’을 선택한 묵조선과는 달리, 간화선은 ‘일념타파(一念打破)’를 강조했다. 인간의 온갖 고통은 번뇌망상으로부터 나오는 바, 번뇌망상의 내용은 분별심이다. 나와 남을 분별하고, 선과 악을 나누며, 매사에 시비를 일삼는 분별심은 탐·진·치 삼독을 일으켜 갈등의 고통을 야기하는 중생병의 원인…
불교와 과학의 세계
대자유와 과학
홍창성 미네소타주립대학교 철학과 교수
불도는 자유를 위한 가르침이다. 헛된 집착을 내려놓아 고뇌로부터 자유로운 길로 우리를 이끈다. 윤회의 굴레로부터 벗어나 열반에 이르기를 희망하는 이들이 걷는 길이다. 몸과 마음을 얽매는 어리석음으로부터 비롯된 모든 속박으로부터 해방되는 대자유를 추구한다. 그런데 독자는 불교의 위없는 자유가 끊임없는 부정(否定)의 작업을 통해 얻어진다는 진리를 알고 있을까? 어떤 것도 고정불변의 진리가 아니라고 부정하며 그것에 머무르기를 거부하는 작업이 불도의 길임을 알고 있을까?…
새로운 법계의 등장, 메타버스
보일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학장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종착역 연배가 있는 분들은 과거에 큰 인기를 끌었던 ‘싸이월드’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비슷하다. 아니 어쩌면 원조인지도 모를 일이다. 추억의 ‘일촌’과 ‘도토리’라는 단어를 기억하는 분이라면, 아마 지금쯤 염화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다르다면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는 보다 정교해지고 훨씬 더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게임을 비롯한 현실 세계의 다양…
나의 불교 이야기 ①
송광사 밤하늘 별과 법정 스님, 그리고 나
김동률 서강대학교 기술경영대학원 교수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길을 찾을 수 있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게오르크 루카치 『소설의 이론』 첫 구절이다. 헝가리 출신 마르크스 철학자로서 리얼리즘 문학과 문예비평 등 광범위한 지적 영역에 걸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사상가다. 인용한 구절은 루카치를 얘기할 때 늘 따라 나오는, 이른바 ‘인구에 회자되는’ 문장의 셀럽쯤 된다. 석학 루카치의 말인 만큼 여러 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이 글이 주는 가장 원시…
나의 불교 이야기 ②
42,000km를 오가며 키운 불심
김민정대원아카데미 졸업생
20년 전 가깝게 지내던 지인이 문득 염불 테이프를 주시면서 힘들 때 들으면서 108배를 하라고 권유했다. 우연히 접한 염불 소리는 내가 처음 불교를 접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참이 지나 염불 테이프를 틀어놓고 108배를 하는데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 그다음 날에도 염불 테이프를 들으며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그러자 마음이 한결 편안하고 고요해지는 것을 느꼈다. 나에게는 염불 소리가 지친 마음에 편안하게 안정감을 주어 신선하고 좋았던 기억이 난다. …
나의 불교 이야기 ③
내가 행복해지기까지
박진호 동국대학교 식품공학과 석사과정 3학기
아주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사찰에 자주 갔었다. 어린 마음에 항상 천왕문에서 잔뜩 겁을 먹고 대웅전에 들어가 삼배를 하면서 부처님께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고등학생이 된 이후로는 입시를 준비한다며, 부모님과도 사찰에 잘 가지 않았던 것 같다. 많이 부족한 내가 당장 눈앞에 보이는 입시에서 목표한 바를 이루려면 해야 할 것이 많았다. 여전히 나의 단점을 조급함으로 꼽는 것은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그렇게 대학교에 입학했다. 일차 목표를 이뤘음에도,…
세계 유명 인사들의 명상 이야기
방송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
“고요함의 명상은 본연의 자기를 만날 수 있는 길이다.”
오프라 윈프리(1954~ )는 단지 유명한 토크쇼 진행자라는 수식어만으로는 부족한, 세계적인 대중문화 선도자이다. 그녀가 진행했던 <오프라 윈프리 쇼>는 1986년 가을부터 2011년 봄까지 25년 동안 4,561회의 토크쇼를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방송되었는데, 이 프로그램은 ‘이야기의 힘’만으로 TV와 미국 문화의 변화를 일으키는 문화적 형식을 창조했던 대중 미디어계의 전설적인 프로그램이다. <오…
숲이 사람을 살린다
모두의 공생체, 숲
신준환 동양대학교 산림비즈니스학과 교수
숲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때나 좋다. 혹자는 겨울 숲에는 볼 것도 없고 을씨년스럽다고 하지만 오히려 겨울 숲은 삶의 지혜를 나투어준다. 겨울 숲에 가보자. 나무와 나무 사이에 여러 세계가 보이지 않는가? 사실 겨울 숲에는 잎이 다 떨어진 후에도 회색빛 풍경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그렇게 보는 것이다. 우리는 별로 애쓰지 않고도 세상을 다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들여야 하고 오랜 수련이 필요하다. 그래…
일상 속 불교 건강법
먹방과 치맥 세태 유감
공일 스님 봉은사 교육지도법사, 동국대학교 객원교수
현대 국가는 건강과 관련해 의료 복지 혜택의 확대가 포함된 복지국가 개념이 제시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아토피성 질환, 불임률의 증가 등 문명 발달과 직접 연관되는 질환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 시대만큼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대된 시대는 드물 것이다. 이 배경에는 의료 기술의 발달로 인해 평균 수명이 급속도로 늘어난 것이 큰 이유다. 또한 식생활의 변천과 과도한 영양 공급 상태가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시대는 욕망…
사유와 성찰
고기 맛
임웅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스님은 고기가 먹고 싶었다. 그래도 명색이 스님인데, 그 식욕에 간단히 무너질 수는 없었다. 출가한 지 30년이고, 해마다 하안거·동안거로 마음 닦는 공력이 축적된 선승이 식욕 하나 다스리지 못하고 육식 금하는 계율을 파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참 묘했다. 욕심을 떨치려 애쓰면 애쓸수록 오히려 더 큰 반발 심리가 식탐으로 몰려왔다. 스님은 허허 웃었다. ‘마귀가 씌었군. 시간이 좀 흐르면 물러갈 거야.’ 스님은 놀랐다. 식욕·색욕·수면욕 중에 가장 쉽게 초탈할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