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행복해지기까지 | 나의 불교 이야기

나의 불교 이야기 ③


내가 행복해지기까지


박진호 

동국대학교 식품공학과 석사과정 3학기



아주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사찰에 자주 갔었다. 어린 마음에 항상 천왕문에서 잔뜩 겁을 먹고 대웅전에 들어가 삼배를 하면서 부처님께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고등학생이 된 이후로는 입시를 준비한다며, 부모님과도 사찰에 잘 가지 않았던 것 같다. 많이 부족한 내가 당장 눈앞에 보이는 입시에서 목표한 바를 이루려면 해야 할 것이 많았다. 여전히 나의 단점을 조급함으로 꼽는 것은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그렇게 대학교에 입학했다. 일차 목표를 이뤘음에도,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나밖에 챙길 줄 몰랐다. 주변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마음을 열 줄 몰랐다. 

운이 좋게도 입학한 동국대학교에서 교양 필수 과목으로 ‘자아와 명상’, ‘불교와 인간’ 등의 수업을 들었다. 두 과목을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마음챙김 명상’이다.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감각을 느끼고 내가 지금 어떤 상태에 있는지 돌아보는 과정에서 진짜 ‘나’는 어떤 모습인가 생각했다. 무수히 일어나는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하고 내 속마음에 귀 기울이는 과정이 마음속에 여유를 만들어주었다.

새내기 배움터에서 만난 선배가 당시 학과 소모임이었던 식품공학과 불교학생회(불교지킴이, 불킴) 활동을 추천했다. 아직 고등학생 티를 벗지 못한 나의 미숙한 고민을 들어주고, 진심으로 같이 생각해주는 선배의 모습에 ‘나도 저런 선배가 되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다. 부처님 오신 날 전날에는 손에 풀을 다 묻히며 같이 연등을 만들고, 봉녕사 세계 사찰음식 대향연에 출품하는 선배들 작품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동기, 선후배에게 마음이 열렸다. 특히 법우들과 함께한 김포 금정사 어린이 템플스테이 자원봉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스님과 함께 어린아이들이 바르게 발우 공양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동아리 법우들과 영어 프로그램도 만들어 기초적이지만 어렵지 않게 단어를 배울 수 있는 시간도 같이 보냈다. 아이들이 내가 만든 활동에 집중하며 재미있게 노는 모습을 보는 것이 무척 행복했다. 

현재 식품공학과 불교학생회는 네팔의 안나푸르나의 부메 기초 학교(Bhume Basic School) 학생들을 돕고 있다. 네팔과의 인연은 2015년 규모 7.8의 대지진이 발생해 모금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또 네팔은 선배이신 고(故) 박영석 대장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마지막 여정이었다는 점에서 우리 동국대학교 식품공학과 불교학생회에도 남다른 의미를 지니는 곳이다. 

부메 기초 학교 학생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벗어나 학업에 매진할 수 있도록 신도님들의 도움을 받아 약 200마리의 염소를 기부했다. 또 교복, 운동복, 학용품, 학교 시설 보수, 위생용품 등을 포장하고 지원했다.  

10번이 넘도록 학생들을 도와주면서, 네팔 안나푸르나에는 등산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들이 쌓이고 있다는 것과 그중에서 라면 봉지 같은 우리나라 쓰레기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적절한 쓰레기 처리 시설과 운반하는 사회적인 시스템이 미흡해 쓰레기들이 그대로 땅에 묻히고 강에 버려지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형 의료용 소각로를 개조해 마을 단위로 ‘보다 친환경적인 처리 수단’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동국대학교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며, 대한불교진흥원 대원청년 동아리상을 받아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금정사 어린이 템플스테이와 네팔의 학생들을 도와주면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오로지 남을 위해서 한 행동들로 내가 행복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웃는 모습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났고, 두 손 가득 무언가 들고 있는 모습을 보면 뿌듯했다. 프로그램을 짜고, 짐을 옮기고, 포장하고, 홍보물을 만드는 등 힘들었던 일들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그때 그 행동들에 나를 위해 한 것은 없었으나, 웃으며 할 수 있었고 행복했다. 현재도 펀딩은 ‘동국대학교 발전기금’ 홈페이지의 ‘청정 히말라야에 우리 쓰레기 같이 줍기’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계속해서 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후원해주시는 대한불교진흥원과 동국대학교 대외협력처, 평택 심복사 신도님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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