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하면 뭔가 억울한 마음도 든다. 우리는 대부분 선량한 마음으로 살아왔고, 어릴 때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해 재활용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배웠으며, 또 이를 열심히 실행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재활용 수거율 1~2위를 다투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재활용 수거율만 높은 것이 아니다.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도 세계적으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플라스틱 소비량이 높은 상태에서 단순히 재활용을 잘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쓰레기 산이라는 현실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를 온전히 국민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환경 정책과 교육이 지나치게 재활용에만 집중되어 있었던 것이 현실이다. 플라스틱 소비량의 상당수는 산업 부문에서 발생하며, 기업의 과대 포장으로 인해 소비자는 원치 않는 쓰레기를 소비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우리 사회가 모두 함께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문제에 우리가 함께 기여한 부분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한 의미에서 줄일 수 있는 쓰레기, 특히 불필요한 일회용품 줄이기는 매우 중요하다.
이처럼 진정한 환경보호를 위해서는 좋은 습관이 중요하다. 따라서 필자의 경우 최근에 이슈가 되는 기업의 ‘일회성 환경보호 캠페인’에 회의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소비자 개인이 이러한 기업의 마케팅을 계기로 좋은 습관을 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텀블러 사용은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대부분의 거주지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재활용품을 배출한다. 이번 주에는 이러한 재활용품을 한번 분석해보는 것은 어떨까? 어떤 쓰레기를 줄일 수 있었을까? 이를 바꾸기 위해 필요한 노력은 무엇일까? 텀블러 사용, 장바구니 사용, 배달 서비스 줄이기, 소포장 제품 구입하지 않기 등 다양한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변화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수십 년 동안의 편리함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처음에는 아차 하고 옛날 습관이 나올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환경 습관을 키우는 과정일 뿐이다. 우리 모두 공업(共業)을 해소하기 위해 좋은 습관을 키우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전정환
연세대학교 국제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서울대학교 공익법률센터 지도변호사로 있다. 환경정의 법제도위원회 위원, 불교환경연대 감사, 조계사 청년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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