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러를 생활화하는 습관을 갖자 | 캠페인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

텀블러를 생활화하는
습관을 갖자

전정환
서울대학교 공익법률센터 지도변호사


가끔 길이 막히면 “다들 어디를 가기에 이렇게 길이 막히지”란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사고방식은 차량을 운행하는 ‘나’ 역시 도로의 체증에 조금씩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환경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도 비슷한 것 같다. 언론을 통해 ‘쓰레기 산’이나 ‘태평양 쓰레기 섬’에 대한 보도를 접하게 되면 모두 입을 모아 환경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해결을 촉구하게 된다. 그런데 그 많은 쓰레기는 어디서 왔을까? 모두 우리가 조금씩 배출한 쓰레기들이 모인 결과다. 불교적으로 이야기하면 우리 모두의 ‘공업’의 결과다. 따라서 쓰레기를 줄여야겠다는 인식과 의지 없이 쓰레기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차량을 운전하면서 도로 체증을 논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하면 뭔가 억울한 마음도 든다. 우리는 대부분 선량한 마음으로 살아왔고, 어릴 때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해 재활용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배웠으며, 또 이를 열심히 실행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재활용 수거율 1~2위를 다투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재활용 수거율만 높은 것이 아니다.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도 세계적으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플라스틱 소비량이 높은 상태에서 단순히 재활용을 잘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쓰레기 산이라는 현실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를 온전히 국민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환경 정책과 교육이 지나치게 재활용에만 집중되어 있었던 것이 현실이다. 플라스틱 소비량의 상당수는 산업 부문에서 발생하며, 기업의 과대 포장으로 인해 소비자는 원치 않는 쓰레기를 소비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우리 사회가 모두 함께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문제에 우리가 함께 기여한 부분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한 의미에서 줄일 수 있는 쓰레기, 특히 불필요한 일회용품 줄이기는 매우 중요하다. 


환경의 중요성, 쓰레기 줄이기의 중요성은 우리가 처음 듣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언제나 실천과 행동이 어렵다. 그런데 실천을 잘하는 것은 결국 ‘습관’의 문제이다. 우리가 불교 수행을 공부할 때에도 꾸준한 습관을 키우는 중요성에 대해서 배우게 된다. 일회용품 줄이기라는 생활 습관도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필자도 환경문제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 때에는 “이제부터 텀블러를 이용해 일회용 컵 사용을 줄여야겠다”라는 마음은 있었지만, 습관이 되지 않다 보니, 꼭 필요할 때에는 텀블러가 없거나 씻지 않았다. 가끔은 텀블러가 있었는데 주문 과정에서 깜빡하기도 했다.(특히 단체 주문 시에는 텀블러 사용을 미리 말하기 어렵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죄책감마저 들기도 했다. 그래서 텀블러 사용 습관 들이기를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그 결과 지금은 집에서 나갈 때 가방에 텀블러가 있는지 확인하고, 들어와서는 텀블러를 바로 씻어서 말리는 등 관련된 습관이 몸에 배자 일회용품 사용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 

이처럼 진정한 환경보호를 위해서는 좋은 습관이 중요하다. 따라서 필자의 경우 최근에 이슈가 되는 기업의 ‘일회성 환경보호 캠페인’에 회의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소비자 개인이 이러한 기업의 마케팅을 계기로 좋은 습관을 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텀블러 사용은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대부분의 거주지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재활용품을 배출한다. 이번 주에는 이러한 재활용품을 한번 분석해보는 것은 어떨까? 어떤 쓰레기를 줄일 수 있었을까? 이를 바꾸기 위해 필요한 노력은 무엇일까? 텀블러 사용, 장바구니 사용, 배달 서비스 줄이기, 소포장 제품 구입하지 않기 등 다양한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변화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수십 년 동안의 편리함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처음에는 아차 하고 옛날 습관이 나올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환경 습관을 키우는 과정일 뿐이다. 우리 모두 공업(共業)을 해소하기 위해 좋은 습관을 키우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전정환 

연세대학교 국제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서울대학교 공익법률센터 지도변호사로 있다. 환경정의 법제도위원회 위원, 불교환경연대 감사, 조계사 청년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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