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하고 따뜻한 보광사의 포근한 전나무 숲|치유의 숲, 사찰림을 가다

다정하고 따뜻한 절집의 

포근한 전나무 숲


보광사 전나무 숲


글/사진 은적 작가


 

전나무 숲에서 바라본 보광사의 뒷모습

대웅보전에서 산신각을 바라보면 전나무 숲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우리나라 사찰림의 나무 수는 

우리나라 가로수를 모두 합한 것보다 약 8배 많아

지구에 사는 나무는 모두 ‘3조 400억’ 그루라고 합니다. 2015년 9월 『네이처』에 발표된, 미국 예일대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문외한으로서 이런 얘기를 들으면,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조차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네이처』의 권위를 생각하면 믿지 않을 도리가 없지만, 3조 400억이라는 수는 실감으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범위를 좁혀보겠습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2020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숲의 나무 수는 약 72억 그루(수령 11년 이상)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찰림의 나무는 몇 그루쯤 될까요. 사찰림의 면적이 우리나라 산림 면적의 1% 정도라고 하니 약 7,200만 그루가 되는 셈입니다. 이 역시 막연하게 느껴지므로 피부에 와닿을 비교 대상을 찾아보니, 우리나라 가로수의 수는 4만 4,034km의 거리에 943만 3,000그루라고 합니다.(2020년 산림청 발표 자료) 우리나라 사찰림의 나무 수는 우리나라 가로수를 모두 합한 것보다 약 8배 많습니다. 지구 8바퀴의 거리에 가로수를 심을 수 있을 양입니다.


대웅보전 뒤쪽 판벽의 <연화화생도> 부분. 나뭇결이 드러나도록 옅은 색으로 표현되어 있어 그림이 나무 속에서 나온 것 같다.


보기에 좋은 숲이라기보다는 

몸으로 느끼며 함께하기 좋은 보광사 전나무 숲

보광사의 전나무 숲은 1960년대 이후부터 이루어진 복원, 중창 불사 과정에서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랑스러운 증거입니다. 한국 현대 불교가 진통을 겪으며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 나무들도 함께 자란 것입니다. 

절집의 전나무 하면 으레 내소사, 월정사, 봉선사의 전나무 숲길을 떠올리게 되는데, 보광사 전나무 숲은 결이 조금 다릅니다. 절 앞 경사지 석축 앞에 늘어선 전나무는 수호신장인 양하고, 대웅전과 산신각 뒤 전나무 숲은 기도하러 오는 사람들을 포근히 안아줍니다. 보기에 좋은 숲이라기보다는 몸으로 느끼며 함께하기 좋은 숲입니다. 앞에서 본 유명한 전나무 숲에 비해 개체수가 적고 나이도 어리지만, 가까이 다가가 숲에 안기며 느끼게 되는 친밀성은 훨씬 뛰어납니다. 하염없이 앉아 있고 싶게 만드는 숲입니다. 


  만세루 툇마루 위에 걸린 목어. 대웅보전 판벽의 그림과 함께 보광사의 상징 같은 존재다.

 절 뒤 전나무 숲. 숲 사이로 산책로와 가운데에 벤치가 있어 산림욕을 하기에 더없이 좋다


다정하고 따뜻한 절, 보광사

보광사는 통일신라 때 도선 스님이 비보 사찰로 창건했다고 전해지는데, 우리나라 대부분 절이 그랬듯이 임진왜란 때 불타버린 이후 중창과 중건을 거듭했습니다. 현재 모습의 기본 골격은 영조 임금을 낳은 숙빈 최씨의 묘 소령원(경기도 파주시 광탄면)의 능침 사찰로 지정되면서 1740년(영조 16년)에 대웅보전을 중건하고 만세루를 세우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대웅보전 현판의 글씨는 영조가 쓴 것이라 하는데, 대웅보전 옆에서 뒤로 조금 물린 자리에는 영조의 생모 숙빈의 신위를 모신 ‘어실각’이 있습니다. 

대웅보전 판벽의 민화풍 불화는 보광사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그 그림을 보고 있으면 아이 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 마음 그대로 절 뒤편 전나무 숲으로 가면 따뜻한 기억들이 말을 걸어옵니다. 보광사는 다정하고 따뜻한 절입니다.  

댓글 쓰기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