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4
기후위기는
정치적 문제가 아니다
박석순
이화여자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전 국립환경과학원 원장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 시대의 화두가 되었다. 화석연료를 지금과 같이 계속 사용하면 지구 대기에 이산화탄소가 증가해 기후 대재앙이 오기 때문에 이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산화탄소는 산업화 이전 280ppm에서 계속 증가해 2021년에는 420ppm을 넘었고, 이 기간 지구 평균 기온은 1.09℃ 증가했다.
유엔은 지난 198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를 구성해 원인 규명과 대책 수립을 해오고 있다. 1992년 기후변화협약을 시작으로 1997년 교토의정서와 2015년 파리기후협약을 체결하고, 총 26차에 걸친 당사국 회의를 개최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유럽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어들고 있지만, 중국이나 인도와 같은 개발도상국에서는 배출량이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2004년을 기점으로 세계 최대의 배출량 국가가 되었고, 지금은 미국과 유럽을 합한 양보다 더 많이 배출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997년 교토의정서 채택을 주도했지만, 그 후 어떤 정부도 비준은커녕 국회 동의조차 구하려 하지 않았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 채택에 오바마 정부는 참여했지만 2017년 트럼프 정부는 탈퇴했고, 2021년 바이든 정부는 재참여를 선언했다.
기후 정책은 세계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유엔이 의도한 방향으로 가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지구온난화가 화석연료 사용이 원인이라는 기후위기론에 내재한 과학적 결함을 지적하는 견해가 있다. 이를 처음 제기한 곳은 1998년의 미국 오리건 청원이다. 과학자 3만여 명이 미국 의회가 교토의정서에 비준하지 못하도록 청원한 것이다. 여기에 지구온난화가 1998년부터 멈추기 시작하면서 과학적 결함에 대한 의구심을 더욱 키웠다.
현재 세계 곳곳에서 과학자들은 단체를 결성해 기후위기론과 탄소중립에 반대 운동을 해오고 있다. 이론적 근거는 지구의 기후 역사, 이산화탄소의 온실효과, 과장된 기후 재난 등이다. 반대 운동은 미국의 교토의정서 비준 거부뿐만 아니라 지난 2017년 트럼프 정부의 파리기후협약 탈퇴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여기서 반대 운동의 논리적 근거를 살펴보고 우리가 가야 할 바른 길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지구의 기후 역사
지구의 기후는 빙하기 7만~12만 5,000년과 온난기 1만~1만 5,000년을 주기로 추위와 더위를 반복하고 있다. 원인은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지구 공전 궤도, 지축의 기울기 변화와 세차 운동(지구 자전의 흔들림)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1만 1,600년 전 빙하기가 끝나고 따뜻한 홀로세 온난기에 살고 있다. 2만 년 전 지구에 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었던 빙하 극대기에는 극지방을 중심으로 바다와 육지의 상당 부분이 빙하로 덮여 있었고 해수면은 지금보다 120~140m 낮았다. 당시 유라시아 대륙과 북미 알래스카 사이에 육로가 있어서 사람과 동물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다.(아래 그림)
빙하 극대기 지도(약 2만년 전) |
인간이 정착 생활을 시작한 지난 1만 년 동안에도 기후변화는 계속되었다. 1만~6,000년 전까지는 지금보다 2~3℃가 높았고, 이후 6,000년에 걸쳐 다시 냉각되는 시기로 이어졌다. 이때도 소폭의 기온 상승과 하강은 일어났다. BC 2000~1450년에는 미노아 온난기, BC 300~AD 450년에는 로마 온난기, AD 950~1300년에는 중세 온난기가 있었다. 지금은 AD 1300~1850년까지 있었던 소빙하기 이후 지구가 다시 더워지는 현대 온난기다.
홀로세 온난기에 발생한 기온 상승과 하강의 원인은 지축 기울기와 태양 활동의 변화다. 소빙하기는 태양 활동이 크게 떨어진 시기에 해당한다. 당시 추위와 미약한 태양 활동은 우리 역사에서도 경신 대기근(AD 1670~1671)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때 조선 인구의 20%에 달하는 100만 명이 사망했다.
현대 온난기는 공교롭게도 산업화로 인해 대기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는 시기와 겹친다. 이때도 약한 기온 하강은 있었다. 1900년대 초와 1945년부터 1975년까지 하강이 관측되었다. 기후변화가 처음 학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1970년대였다. 당시 대기오염으로 지구 냉각화가 일어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지만, 1980년대에 와서 오히려 온난화가 일어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기후 과학의 올바른 이해가 우선이다
기후 역사에서 볼 수 있듯이 지금의 온난화는 전혀 이상하지 않다. 단지 현대 온난기가 산업화 시기와 겹친다는 사실이 기후위기론을 만들어냈다. 더구나 온난화의 원인이 인간인가 자연인가를 떠나 기후위기라는 용어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2021년 미 백악관 보고서는 기후란 수십 수백 년에 걸친 강우나 기온과 같은 날씨의 특성 변화를 말하는 것이고, 위기라는 말은 신속한 대책이 요구되는 긴급한 상황을 의미하는데 기후가 위기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100년간 전 세계에서 관측된 기록은 가뭄, 홍수, 태풍 등과 같은 기후 재난으로 인한 피해가 크게 줄어들었고, 특히 사망자는 99% 감소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온난화와 이산화탄소 증가는 인류의 삶과 자연 생태계에 유익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불편한 사실』, 그레고리 라이트스톤 저, 2021년). 실제로 지난 몇 십 년간 지구 생태계는 더욱 푸르게 변했으며 세계 식량 생산량도 크게 증가했다. 또 지구의 온실효과는 대기 수분이 95%를 차지하고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극히 미약하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후위기론에 과잉 대응하고 있다. 특히 현 정부는 탄소중립을 위해 전국의 산과 바다, 논밭과 호수까지 태양광과 풍력발전으로 덮으려 하고, 탈원전과 수소 경제까지 추진하면서 스스로 에너지 빈곤 국가를 향해 가고 있다. 이제 우리는 왜 전 세계 과학자들이 기후위기론과 탄소중립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특히 미국 어느 정부도 교토의정서에 국회 비준조차 시도하지 않았고 참여했던 파리기후변화협약까지 탈퇴한 사유를 과학적으로 검토해야 할 필요성도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환경단체 그린피스 공동 설립자 패트릭 무어 박사는 저서 『종말론적 환경주의』(2021년)에서 기후위기론은 “보이지 않는 가짜 재앙”에 불과하며, 이로 인해 우리의 경제와 환경이 함께 침몰하고 있다고 기술하면서 우리나라를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자초하는 나라 중 하나로 지목하고 있다.
박석순
서울대학교 자연대 동물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럿거스대 환경과학과에서 환경과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제17대 국립환경과학원 원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로 있다. 주요 저서로 『부국환경론』, 『환경재난과 인류의 생존전략』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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