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불교 건강법
먹방과 치맥 세태 유감
공일 스님
봉은사 교육지도법사, 동국대학교 객원교수
현대 국가는 건강과 관련해 의료 복지 혜택의 확대가 포함된 복지국가 개념이 제시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아토피성 질환, 불임률의 증가 등 문명 발달과 직접 연관되는 질환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 시대만큼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대된 시대는 드물 것이다. 이 배경에는 의료 기술의 발달로 인해 평균 수명이 급속도로 늘어난 것이 큰 이유다. 또한 식생활의 변천과 과도한 영양 공급 상태가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시대는 욕망을 노골적으로 부추기는 시대다. 문화계 전반에서 욕망과 관련한 담론들은 호가를 구가하는 문화적 상품이 되어 욕망 이론은 유행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사조는 전 세계적 현상이다. 최근 온갖 매스컴에서는 ‘먹방’을 소재로 한 방송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문화 현상에서도 특이한 변곡점에 해당한다. 종래의 예술이 음악과 미술을 중심으로 시각과 청각에 집중해 미의식을 고취했다면, 최근에는 시각과 청각을 넘어서서 미각을 탐구의 중심 주제로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우리 시대만큼 미각이 중심의 자리에서 식탐으로 준동하는 것은 보기 드문 현상에 속한다. 이는 미각과 관련된 탐식적 행위들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가 되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미각과 맛(味)에 대해 『대반열반경』과 『바가바드기타』, 『황제내경』 등에서는 동일하게 여섯 가지 맛(六味, 苦醋甘辛醎淡)에 대해 거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미각을 포함한 감각적 욕망들에 대한 바른 지침의 제시라는 측면에서 규제의 표준을 마련한 것이다. 즉 종교 문화는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해 제시함으로써 감각을 통제하고자 한다. 특히 음식물에 대해 금기 식품과 권장 식품의 기준은 문명권별로 아주 확연한 차이가 있다. 여기에는 욕망을 다루고자 하는 목적이 담겨 있다. 그만큼 인간의 욕망은 인간의 도의적 실천을 방해하는 질긴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통제하기 어려운 것이 욕망이기도 하지만, 음식물 섭취에 대한 욕망은 생명현상과 직결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에게 있어 ‘음식으로 이루어진 덮개(annamaya kośa)’는 가장 ‘거친 물질적인 몸(sthūla śārīra, 粗大體)’이다. 인체를 구성하는 물질적 요소인 ‘음식으로 이루어진 덮개’는 식소성아(食所成我)로 번역된다. 즉 음식물로 이루어진 신체로서의 인간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처럼 음식은 인간의 존재 기반을 조성하고 있다.
마실 것과 먹을 것에 해당하는 ‘음식’은 불교의 수행적 입장에서는 ‘다반(茶飯)’으로 표현된다. 찻잎을 덖어 우려낸 차(茶)와 수행자들의 먹을거리인 반(飯)은 일반적 음식에 대한 불교적 용어다. 그래서 절집에서의 일상은 다반사에 해당한다고 일컬어진다. 다반의 음식이 세속에서는 술과 고기를 의미해 요즘 말로는 ‘치맥’으로 일반화되고 있다. 닭고기 요리인 치킨과 효모를 매개로 발효한 알코올음료인 맥주는 그만큼 현대인들에게 커다란 위안이 된다. 업무에 시달린 사람들에게 회식 자리에서의 치맥은 온갖 업무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서먹했던 인간관계를 회복시키는 매개물이 된다. 그러나 공장 형태로 운영되는 양계장과 자본의 논리로 관리 가공되는 치맥에 길들여진 것만큼, 우리는 어느덧 올바른 음식으로부터 멀어지는 병리적 현상을 마주하고 있다. 만성피로와 불면증, 다양한 소화기계와 신경계통의 장애들, 그리고 면역계통과 자율신경의 실조 현상 등은 술과 고기와 관련이 있다.
『금광명경』에는 의사가 되고자 하는 아들 유수(流水)와 뛰어난 의사인 지수(持水)의 대담이 소개되고 있다. 유수의 의료에 대한 질문에 지수의 답변은 “시절 따라 음식을 알맞게 먹으면 몸에 이익이 된다”고 했으며, 『유가사지론』에서는 “올바른 생각으로 선택해[正思擇] 먹어야 할 것[所食]을 먹는 것이 음식의 양을 아는 것[於食知量]이라” 명시하고 있다. 나아가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 “먹은 음식이 소화되기도 전에 또 음식을 먹는 것”임을 명시하기도 했다. 또한 단명의 원인으로 “첫째는 먹어서 편안하지 못할 줄을 알면서도 먹는 것이며, 둘째는 많이 먹는 것이며, 셋째는 먹은 것이 채 소화되기 전에 또 먹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비명횡사의 원인으로 “첫째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을 먹는 것, 둘째 음식의 양을 조절하지 않고 먹는 것, 셋째 익숙하지 않은 음식을 먹는 것, 넷째 소화되기도 전에 또 먹는 것, 다섯째 소화시키지 못하는 것”을 거론하고 있다.
불전에서 제시하는 건강관리법의 핵심에는 다반(茶飯)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는 처지나 상황에 따라 처방하는 불교의학의 한 방법으로 건강하고 소박한 먹거리의 회복이다. 이 점에서 “나는 이제 세상을 벗어나는 대의왕(大醫王)이 되어 온갖 법의 약(法藥)을 다 모았으니, 그대들은 이 약을 먹어보라”는 말씀은 세간과 출세간을 아우르는 불교적 의료의 실천 선언이다. 그러므로 다반의 가르침은 잘 먹을 줄 아는 자는 건강할 수 있으며, 또한 먹지 않아야 하는 것은 거들떠보지도 말아야 함을 주문하고 있다. 물 한 방울의 의미를 되새기며 한 톨의 낱알에 깃든 우주의 기운을 기억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불교의 다반 문화가 일상에서 회복되어 진정한 다반사가 이루어질 때 보다 나은 건강 사회가 될 것이다.
공일 스님 서울대학교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수의사로 활동한 바 있으며 동국대 대학원 인도철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 봉은사 교육지도법사와 동국대학교 객원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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