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기후위기에 대처해야 하는 이유 | 기후위기 2

기후위기 2


우리가 기후위기에 

대처해야 하는 이유


남재철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특임교수, 전 기상청장



우리 인간은 약 600만 년 전 지구상에서 침팬지와 고릴라로부터 분리되었으며, 현재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는 약 2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탄생했다고 한다. 현생 인류는 구석기 시대를 지나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고 지금부터 약 1만 년 전부터 정착 생활을 하면서 농업이 시작되고 인류의 문명이 발생했다. 지질학적으로 1만 년 전부터 지금까지 지구 기후가 안정된 시기를 홀로세라고 부른다. 

산업혁명 이후 지난 100여 년 동안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산업화에 따른 화석연료의 사용과 산림의 파괴로 지구 대기의 온실가스가 증가해 지구온난화가 일어나 지구 기후가 변화되었다. 기후변화의 원인 물질로 대표적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2)의 농도가 280ppm에서 417ppm으로 높아졌으며 지구온난화로 전 세계의 평균 기온이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할 때 1.1℃ 가까이 상승했다. 이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기상이변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수많은 생물 종이 멸종하고 있으며, 사막화의 가속화로 지구 생태계가 심각하게 파괴되고 있다. 다시 말해서 기후변화로 우리가 사는 지구는 절대 회복 불가능한 핫 하우스 지구로 진입하게 될 티핑 포인트(행성 임계점)에 가까워지고 있다. 지구 온도 상승을 2℃ 이하로 유지해 안정화된 지구로 되돌리기 위해 반드시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

지난 2021년 한 해 동안 세계 곳곳에서 나타난 기후위기를 언론을 통해서 많이 접하고 있다. 히말라야의 빙하가 녹으면서 인도 북부에 홍수가 발생해 200여 명이 사망하고, 미국과 캐나다의 서부 지역에서 100년 만의 폭염과 열돔 현상으로 700여 명이 사망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폭염으로 발생한 산불이 무려 3개월 동안 지속되어 서울 면적의 여섯 배 산림이 전소되었다. 지구 반대편 유럽의 독일, 벨기에서 1,000년 만의 대홍수로 200여 명이 사망하는 대재앙이 발생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 기상관측 역사상 최대의 폭염과 열대야가 2018년 발생했으며 2021년 1월에는 최강의 한파가 발생해 많은 국민이 어려움을 겪었다. 2020년 여름철 장마가 무려 54일간 지속해서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으며 2021년 여름철 장마는 마른장마로 거의 비가 오지 않았다. 이렇듯 기후변화로 인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기상이변의 기후위기를 매년 경험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마치 우리 몸이 당뇨병으로 혈당을 조절할 수 없게 되어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신부전, 시신경 이상으로 실명 등 많은 합병증이 발생하듯이 지구온난화로 지구 기후 조절 시스템이 무너지면서 예측할 수 없는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가져오는 홍수, 태풍, 폭설, 한파, 가뭄, 폭염 등에 따른 기상재해는 날이 갈수록 그 강도가 커지고, 발생 빈도도 증가하고 있다. 이와 같은 극단적 기상이변의 발생 원인은 기후변화에 따른 날씨의 변동성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기후변화가 주범인 것으로 밝혀졌다.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는 에너지원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주로 발생했으며, 석탄,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는 이제 지구상에 얼마 남지 않아서 빨리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대전환을 해야 한다. 2015년 파리에서 개최된 기후변화협약 제21차 당사국총회(COP21)에서 세계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서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0℃보다 낮게 유지하고 나아가 1.5℃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합의했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은 필연적으로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나라에서 전력과 에너지 산업을 위축시켜 국가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나라는 2021년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량(NDC)을 2018년 배출량의 40%를 감축할 것을 약속했다.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산업구조를 에너지 절약형으로 바꾸고, 모든 국민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에너지를 절약하며,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실천 행동을 해야 한다. 

자본주의 발달로 지금 인류는 국가, 지역에 관계없이 기후위기에 따른 심각한 생태 위기를 맞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간 중심의 이기적인 세계관의 전환과 자연과 공생하는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생태계 위기의 역사적 기원』을 저술한 린 화이트는 “현대 생태 위기는 서구 과학기술 문명이 초래했고, 최소한 생태계의 위기는 세계관의 대전환을 통해서만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이러한 전망은 동양사상에 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그것은 동양의 불교적 세계관이 자연과의 동일성 또는 친화성을 지니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수의 생태학자는 이제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동양사상의 깊이와 개인의 수행을 중요시하는 불교의 가르침에 큰 비전과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불교는 인간 중심의 성장주의적 사고를 치유하기 위해 모든 생명의 상호 연결성을 강조하며, 그 실천 윤리로서 불살생계를 제1계로 하는 생명존중 정신의 자연 친화적이고 생태적인 종교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지난 100여 년간 산업화로 과도한 물질적 성장을 이룬 대가가 환경 파괴와 기후위기, 코로나19와 같은 대재앙을 불러일으켰다.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사용하고, 대량생산과 대량 소비가 이루어지면서 필요한 에너지를 주로 석탄 화력발전으로 만들었다. 이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삶, 우리의 사회생활에 담대한 전환을 가져와야 한다. 

지구 기후위기의 문제가 무엇인지는 명백히 밝혀졌다. 간디의 명언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당신이 먼저 그 모습으로 바뀌어야 한다”를 실천해야 한다. 즉 우리 세대는 인류의 터전인 지구에 어떤 손상을 입혔는지 처음으로 깊이 이해한 세대며, 아마 이를 바꾸기 위해 뭔가 해볼 여지가 있는 마지막 세대일 것이다.  



남재철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졸업 후 동 대학원 기상학과, 대기과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영국 레딩대 기상학과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제12대 기상청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한국농림기상학회장, 서울대 특임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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