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명상
김종우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
“선생님은 명상을 매일 하시나요?” 당연한 질문이기는 하지만, 때로는 난감한 질문이 되기도 한다. 명상을 하기는 하지만, 매일 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과거에 명상 하면 떠오르는 것은 좌선이었다. 향불을 앞에 피워놓고 30분에서 1시간 남짓 가부좌를 틀고 향불을 응시하면서 단전호흡을 하는 모습이었다.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 : 정신을 한곳으로 하면 무슨 일인들 이루어지지 않으랴”와 같이 오로지 집중을 하면서 하는 일종의 수련, 수행이었다. 서구에서 명상이 역…
깊은 산 홀로 앉아 만사가 가벼우니
문 닫고 온종일 무생(無生)을 배우네
내 생애를 되돌아보니 아무것도 없고
여기 한 잔의 차와 한 권의 경전이 있네
- 부휴선수(1543~1615) -
먹는 일과 목숨 값
안희경 재미 저널리스트
이 글은 2012년부터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까지 8년간의 채식 생활에 대한 고백입니다. 꽤 성실하게 고기를 멀리해왔지만, 코로나19 속에서 이동을 제한하는 록다운 시절, 그 원칙을 내려놨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장 보길 권장하는 방역 지침 속에서 신선한 채소를 다양하게 구하기 어려웠고, 면역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위태로워질 것 같은 불안 속에서 은근슬쩍 나와 세상과의 관계를 생각하며 했던 다짐을 풀은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쓰며 다시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덕분에 제 건강을 위한…
길 위의 명상
가을이 오면 눈부신 햇살과 나무, 빛이 좋다
이태훈 여행 칼럼니스트, 여행연구소 소장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 중에서 어느 계절이 가장 좋을까? 봄은 모든 생명이 시작하는 계절이라 좋고, 여름은 강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계절이라 좋고, 가을은 봄과 여름 동안 부지런히 성장한 결과들을 누릴 수 있어 좋고, 겨울은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뒤덮여 좋다. 이 중에서도 눈부신 햇살과 빛바랜 단풍이 빚어내는 가을 풍경에 마음이 더 가는 이유는 왜일까?가을이 오면 눈부신 오후 햇살을 즐기며 거품이 풍성한 커피 한 잔으로 한가로운 시…
스토리텔링 사찰 속으로
품격 서린 창신동 안양암
친일 그림자와 영험한 마애관음상
손신영 (사)한국미술사연구소 책임연구원
창신동. 우후죽순처럼 빌라와 낡은 봉제 공장 건물이 빼곡하지만, 구한말부터일제 강점기에는 세계적 아티스트 백남준이 살던 좋은 집과 안양암처럼 잘 지은 절집이 자리한 괜찮은 동네였다. 안양암의 역사는 짧지만, 불교미술 양상은 만만치 않다. 아니 만만치 않은 게 아니라 품위 있는 명작들이 대부분이다. 이들 불전과 불화·불상 대부분은 창건주 이창진(성월 대사)의 아들 이태준에 의해 조성되었다. 이태준은 대표적인 불교계 친…
불교와 생명과학 1
생명의 진화와 불교
이일하 서울대학교 생물학과 교수
현대 천체물리학은 우주가 대략 137억 년 전 하나의 특이점(singularity=cosmic egg)이 대폭발(빅뱅)을 하면서 형성되었음을 보여준다.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 우리가 알고 있는 물질, 원소들이 생성되었고 이들이 이합집산하는 가운데 각종 은하와 항성과 태양계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우주의 다양한 공간에서 물질이 정교하게 모여 결합하는 우연이 반복되면서 복제성을 가진 분자가 출현했고 이들이 복제의 욕망, 즉 갈애(Tanhá)를 가지면서 생…
불교와 생명과학 2
양자물리학으로 본 불교사상
양형진 고려대학교 디스플레이·반도체물리학부 교수
뉴턴역학의 성공과 양자역학의 등장 갈릴레이에서 시작된 근대 물리학은 뉴턴역학으로 완성되었다. 뉴턴은 천문학의 골칫거리였던 행성과 혜성의 운동을 만유인력과 동역학(dynamics)의 법칙으로 완벽하게 설명했다. 이로써 모든 천체의 운행이 만유인력이라는 단 하나의 원인에 의해 진행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는 천상과 지상이 같은 동역학의 법칙으로 운행된다는 것이어서, 하늘과 땅이 같은 세계임을 알게 한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패러데이와 맥스웰의 …
불교와 생명과학 3
양자생물학으로 본 불교의 생명사상
이진원 경희대학교 학술연구교수
뻐꾸기의 경이로운 여행‘뻐꾹 뻐꾹’ 하고 우는 새의 소리가 뻐꾸기의 울음소리라는 것은 새에 관심이없는 사람이라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뻐꾸기가 우리에게 친숙한 이유는 소리만큼이나 아마도 그들의 독특하고 악명 높은 번식 전략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의 새들은 새끼를 기르기 위해 짝을 짓고, 직접 둥지를 만든 후, 낳은 알을 품고, 새끼에게 먹이를 가져다주는 고된 어미 새로서 양육의 역할을 하지만, 뻐꾸기는 이런 고된 역할을 다른 새, 즉 숙주 새…
불교와 생명과학 4
불교와 양자물리학과 양자생물학
김성규 영남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
오늘은 흔하지 않은 현상들의 이야기를 불교와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세상에는 무생물체와 생물체가 존재한다. 돌과 의자와 같이 생명이 없는 것은 무생물체이며, 개와 사람과 같이 생명현상과 의지 작용을 갖고 있는 것은 생물체다.1. 무생물체는 크기에 따라 매우 작은 입자인 원자와 원자보다 더 작은 입자와 적당한 크기의 바윗돌과 매우 큰 덩어리인 금성이나 지구 등으로 나눌 수 있다.이 물체들은 어떻게 운동하며 존재하는가?2. 생물체는 생명작용을 하는데, …
불교와 생명과학 5
생명과학을 꿰뚫는 연기와 공
유선경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학교 철학과 교수
생명과학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와 생명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생명체란 유전자를 지닌 개체로서 길고 긴 진화 과정을 거친 결과물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는 모두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유전자는 생명과학 연구에 있어 기본 단위라 여겨진다. 그렇다면 유전자란 무엇인가? 많은 이들은 주저 없이 “유전자는 DNA다”라고 말한다. 이들은 이렇게 자명한 진리를 묻는 이유가 궁금할 것이다. 그리고 불자들은 이 진리와 붓다의 가르침인 연기와…
『능엄경』 (3)
『능엄경』은 현대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
명법 스님 해인사 국일암 감원
20세기 후반 일본인 학자들에 의해 중국에서 찬술된 위경이라는 학문적 판단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 『능엄경』은 한국과 중국에서 수행자뿐 아니라 재가 신도들 사이에서 널리 유통되고 있다. 근대적 합리성을 앞세운 불교학 연구에서 위경으로 판정을 받는다는 것은 부처님의 금구성언으로 경전의 한 글자도 의심할 수 없는 권위를 지닌다고 여기던 전통적인 교학이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졌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는 『능엄경…
불교의 존재론과 인식론
화령 정사 불교총지종 정사, 보디미트라 ILBF회장
오온과 존재의 무상 불교의 명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실체니 본체니 제1원인이니 신이니 뭐니 이름을 붙여도 그러한 것을 추구하는 것이 과연 우리의 괴로움을 제거하는 데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불교를 공부하면서 항상 모든 것을 괴로움의 제거와 관련 짓지 않으면 그것은 희론이고 망상이며 어리석은 일이다. 불교를 공부하는 사람들 중에는 괴로움의 제거라는 이 명제를 잊어버리고 깨달음이라는 것의 성질에 대해 갑론을박하는 사람들이 더러…
다시 쓰는 재가열전|세속에 핀 연꽃
이 시대 불교 학자의 모범, 고익진 거사
세속, 비세속의 경계를 허물다
우봉규 작가
40여 년 전, 3월 초의 남산.동국대 후문의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누군가?맵찬 바람 속, 밤색 안경에 창백한 얼굴 하나가 힘겹게 걷다가 멈추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아침 햇빛은 아직 멀리, 바람 불면 날아갈 것 같은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는 그가 손에 쥐고 있는 강의 노트를 빼서 들었다. 그가 아무 말없이 나를 쳐다봤다.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리라둘은 말없이 코끼리 광장까지 억지로 걸었다. 꾸벅, 내가 다시 책을 …
사유와 성찰
죽다가 살아난 경험
임웅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사람은 죽을 고비를 넘기며 살아남는다. 살아가면서 생사를 넘나드는 위기를 한 번도 아니고 여러 차례 겪기도 한다. 중병에 걸리거나 인재(人災)든 천재(天災)든 엄청난 재앙을 당하거나 전쟁과 테러 같은 난리에 휩쓸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극한 경험을 한다. 등골에 식은땀이 나고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죽기 일보직전의 경험을 한 사람에게는 뿌리가 뽑히는 정신적 지진이 수반되기도 한다. 죽다가 살아난 경험을 하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인생관, 세상을 바라…
김선우 시인은 1970년 강원 강릉에서 출생했다. 1996년 『창작과비평』을 통해 등단했다. 시뿐만 아니라 장편소설, 청소년 시집, 산문집, 시 해설서 등 여러 장르에 걸친 글쓰기를 해오고 있다. 현대문학상, 천상병시문학상, 고정희상을 수상했다. 특히 불교적인 세계관을 보여주는 시편들을 발표해왔다.
송종원 문학평론가는 김선우 시인이 창작한 근년의 시 작품들에 대해 “생명에 대한 예민한 관찰, 시민성에 대한 적극적 발언, 기후 위기와 생태적 환경의 파괴에 대한 직설적반성, 자본을 향한 씩씩한 비판, 차별 없는 사랑과 연대에 대한 …
책 읽기 세상 읽기
명상의 시간,‘나’의 경계를 확장하다
『뉴로다르마』
초등학생 시절은 워낙 오래전이라 수업 내용이 제대로 기억나지는 않지만, 유독 생생하게 기억나는 유일한 수업 시간이 있다. 바로 ‘명상의 시간’이었다. 엄밀히 말해 명상의 시간은 ‘수업’의 일환은 아니었다. 방송실에서 녹음테이프를 틀어주는 것이었으니, 선생님이 학생들을 직접 지도한 것이 아니었다. 명상에 관한 시험도 없고, 명상을 좀 열심히 하지 않았다고 해서 어떤 제재도 없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그 어떤 수업보다 교육적 효과가 뛰어났다. ‘수업한다는 느낌’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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