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이 티끌에게 | 문태준 시인이 읽어주는 불교 詩



  김선우 시인은 1970년 강원 강릉에서 출생했다. 1996년 『창작과비평』을 통해 등단했다. 시뿐만 아니라 장편소설, 청소년 시집, 산문집, 시 해설서 등 여러 장르에 걸친 글쓰기를 해오고 있다. 현대문학상, 천상병시문학상, 고정희상을 수상했다. 특히 불교적인 세계관을 보여주는 시편들을 발표해왔다.

 송종원 문학평론가는 김선우 시인이 창작한 근년의 시 작품들에 대해 “생명에 대한 예민한 관찰, 시민성에 대한 적극적 발언, 기후 위기와 생태적 환경의 파괴에 대한 직설적반성, 자본을 향한 씩씩한 비판, 차별 없는 사랑과 연대에 대한 섬세한 이미지 등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김선우 시인은 최근에 펴낸 신작 시집 『내 따스한 유령들』에 실린 ‘시인의 말’에서 “요즘 저는 연약한 존재가 이미 가진 개별적 온전함을 자주 생각합니다. 그럴 때마다 물방울들, 혹은 빛방울들의 코뮌이 떠올라 저를 미소 짓게 합니다. 자그마한 존재들이 만드는저마다의 동심원들, 파동과 겹침과 드넓고 따스한 연대, 그 모든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심장으로 옮겨놓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썼는데, “작아지기로 작정한 인간을 위하여”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시에서도 시인의 이런 생각을 잘 읽어낼 수 있다.

 개별적 존재들은 티끌처럼 작지만 온전함을 갖고 있다. 그 온전함을 우리는 자성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요, 부처님이 되실 참 본성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이 작지만 온전한 존재들은 인연법에 의해 서로 조우하고 결합한다. 축복할 만한 근사한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다. 나의 존재와 다른 존재를 작지만 온전한 존재라고 이해한다면 서로를 존경하고 공경하게 될 것이다. 생명 가치의 동등함에 동의하게 될 것이다. 수평적인 연대와협력이 가능해질 것이다. 애증과 분노와 어리석음이 사라지고 용서와 무한한 자비심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현생의 삶을 하나의 정거장이라고 표현한 대목도 불교적인 사유의 일단을 보여준다. 교법을 부드럽고 은유적인 방식으로 드러내는 것이 김선우 시인의 작품 세계다. 나는 김선우 시인의 시 작품들에서 현대 불교시의 새로운 가능성과 그 실현을 목격한다.

문태준 1994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 등이 있다. 노작문학상, 유심작품상, 미당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목월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BBS불교방송』 제주지방사 총괄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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