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장로(長老)와 어리석은 늙은이|10분으로 배우는 불교

『법구경』 「어리석은 이의 품」의 가르침

현명한 장로(長老)와
어리석은 늙은이

정상교
금강대학교 불교인문학과 교수


나는 과연 현명한 장로인가, 아니면 단지 나이만 든 어리석은 연장자인가
언제부터인가 권위에 찌든 기성세대를 비하하는 말인 ‘꼰대’가 우리 사회에 발생하는 세대 차이를 반영하는 단어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비록 생물학적 나이가 젊어도 그런 의식이 있는 사람들은 ‘젊꼰(젊은 꼰대)’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들은 매우 강력한 신념을 공유하는데 그것은 바로 늘 남들은 잘못된 판단과 관념에 사로잡혀 있지만 자신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언제나 “나는 권위적이지 않고, 나는 남의 말을 잘 듣고, 나는 소통을 잘하며…”를 입버릇처럼 말한다. 이러한 관념들은 타인과의 대화를 거의 불가능하게 한다. 자기가 가장 현명하고 자신의 삶이 정답인데 어떤 누구와 대화가 통하겠는가! 그래서 붓다는 “어리석은 자가 어리석음을 알면 지혜로운 자가 되고, 어리석은 자가 지혜롭다고 알면 어리석은 자가 된다”고 『법구경』 「어리석은 이의 품」에서 설파했다.

일상에서 만나는 꼰대들
구체적으로 이들이 활약하는 무대를 살펴보면, 이들은 먼저 가족이나 친척들 사이에서도 두드러진 활동을 한다.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이 처음 생겨났을 때는 차례 준비로 힘들어하던 며느리들만의 이야기였다. 조금 더 지나서는 대입을 앞둔 수험생, 취업 준비생, 그리고 ‘결혼 적령기’에 있는 미혼들 모두 명절 증후군을 호소하며 만남의 즐거움보다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두려워하게 되었다. 가장 큰 이유는 소위 손윗사람이 조카나 친척 동생 등에게 어느 대학을 갈 것인지, 취업 준비는 잘되어 가는지, 왜 결혼을 하지 않는지, 애는 왜 안 갖는지, 집은 도대체 언제 살 것인지 ‘취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나 그 사람의 상황에 대해 아는 사실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학과 학과 선택에 대해서 전문가와 같은 일장 연설을 하고, 놀면 안 되니 취업은 일단 아무 데나 하라고 한다. 그리고 특별한 사람 없으니 ‘아무나’ 만나 결혼하라며 스스로 큐피드가 되어 사랑의 화살을 쏘아대는 수고도 아끼지 않는다. 그것은 애정 어린 조언도, 충고도 아닌 그저 자신이 살아온 삶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자만심 가득한 어리석은 생각일 뿐이다. 그래서 붓다는 다시 한번 『법구경』 「어리석은 이의 품」을 통해 “어리석은 자는 작고 사소한 일이라도 모두 자신의 생각대로 지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그에게 욕망과 자만만이 커져만 가는구나”며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이러한 종류의 어리석은 이들은 또한 우리가 날마다 만나야 하는 직장에서도 엄청난 활약을 ‘시전’한다. 그 탓에 후배, 신입 사원, 젊은 세대들은 회식을 싫어하게 되었다. 사실 SNS에 올라오는 많은 영상이나 사진들은 대부분 맛집이 아니던가?

장로로서의 경륜과 지혜 필요한 때
일상 속에서 분위기 좋은 맛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좋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다면 그보다 더 즐거운 일이 또 있을까? 우리는 늘 그러한 약속을 꿈꾸며 기다리지 않던가? 그럼에도 젊은 세대들이 유독 직장에서의 회식을 싫어하는 이유는 선배, 상사 그리고 연장자라 불리는 사람들과의 자리가 불편해서이다. 왜냐하면 ‘어른들’은 상대의 관심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방적 이야기를, 그것도 설명문의 형식으로 가르치려 하기 때문이다. 즉 설명이 대화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약간의 술기운이 돌면 그때부터 가장 무섭다는 “라떼는 말이야”가 무한 반복의 후렴구가 되어 자신의 성장기와 일대기가 곧 성공기인 것처럼 읊기 때문이다. 이렇게 상대의 마음이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아랑곳없이 자기만의 이야기를 끝없이 늘어놓는 것은 선배로서, 장로(長老)로서의 경륜과 지혜가 아니라 그저 지독한 자만심에 빠진 ‘어리석은 늙은이’임을 고백함일 뿐이다. 그래서 붓다는 이런 이들을 바른길로 이끌기 위해, “머리가 희다고 장로가 아닐지니, 지혜롭지 못하게 단지 나이만 들었다면 어리석은 늙은이라 불릴 뿐이다”라고 『법구경』 「진리에 서 있는 자의 품」에서 계속해서 가르침을 전해주었다.

2025년의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고 모두 다 한 살 더 나이를 먹었다. 흰머리가 늘어남과 함께 곰곰이 생각해보자. 나는 과연 현명한 선배, 상사, 장로인가, 아니면 단지 나이만 든 어리석은 연장자인가를.


정상교|금강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東京)대 대학원 인도철학-불교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금강대 불교인문학부 교수로 있다. 주요 저서로 『도쿄대학 불교학과-소설보다 재미있는 불교 공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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