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양자물리학과 양자생물학 | 불교와 생명과학 4

불교와 생명과학 4


불교와 양자물리학과 

양자생물학


김성규 

영남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



 오늘은 흔하지 않은 현상들의 이야기를 불교와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세상에는 무생물체와 생물체가 존재한다. 돌과 의자와 같이 생명이 없는 것은 무생물체이며, 개와 사람과 같이 생명현상과 의지 작용을 갖고 있는 것은 생물체다.

1. 무생물체는 크기에 따라 매우 작은 입자인 원자와 원자보다 더 작은 입자와 적

당한 크기의 바윗돌과 매우 큰 덩어리인 금성이나 지구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물체들은 어떻게 운동하며 존재하는가?

2. 생물체는 생명작용을 하는데, 의지 작용이 약한 나무나 물고기에서부터 의지

작용이 강한 인간까지 어떻게 작용하며 존재하는가?

 보통 크기의 물체가 고속전철의 속도와 같은 일반적인 속도로 움직일 때는 뉴턴의 운동 법칙을 따른다. 광속과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나 우주에서 행성들의 운동은 아인슈타인의 상대론을 따른다. 원자보다 작은 입자들의 운동과 존재 양상을 다루는 것이 양자물리학이다.
 19세기까지는 뉴턴역학으로 존재의 현상을 설명할 수 있었는데 20세기 들어서면서 일어난 과학혁명으로 이룩한 200년의 삶은 호모 사피엔스의 탄생부터 20만년 동안의 변화보다 더 큰 변화를 이루었다. 이 성과가 상대론과 양자론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목성에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고 손바닥만 한 휴대폰 안에 세상의 모든 정보가 들어 있고 은행 업무, 비행기표 예약, 세상의 사건 등을 수시로 볼 수 있다.


기묘한 양자물리학

<그림1>


<그림2>


 매우 작은 입자인 소립자는 기묘하게 운동하고 작용한다.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충격을 주어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근본 입자가 어떤 것인지를 찾고 있다. 아원자, 광자(빛). 쿼크, 힉스 입자 등 소립자들이 어떻게 운동하며작용하는지를 연구하는 것이 양자물리학이다.
 생명을 탄생시킨 제1 요소는 빛(광자)이다. 빛의 본성이 입자인지 파동인지의 연구는 고대 과학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중심 과제 중 하나였다.
 그림 1과 같이 슬릿 1과 슬릿 2를 놓아두고 광자를 투사하면 슬릿 1을 통과한 광자가 슬릿2도 통과해 뒷면에 있는 스크린에 여러 개의 줄무늬가 나타난다. 질량이 0인 빛이 에너지를 가지는 입자이면서 파동인 이중성을 보여주고있다. 다음은 빛이 파동임을 설명하는 예다. 서울 중부경찰서에서 흉악범 광자 A를 수배했는데 오후 4시 같은 시각에 동대문경찰서에서 광자 A를 검거했다고 보고하고, 남대문경찰서에서도 광자 A를 검거했다고 보고하고, 청량리경찰서에서도 광자 A를 검거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흉악범 광자 A는 한 명인데 세 곳의 경찰서에서 같은 시간에 동시에 검거한 것이다.
뉴턴역학에서 인간은 매우 거만하다. 물체가 있는 위치와 운동량(운동량은 물체의 질량과 속도를 곱한 값이다)을 동시에 정확하게 관측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원자세계에서 인간은 더 겸손해져야 한다. 아원자가 있는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하게 관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이젠베르크가 주장한 이 불확정성 원리 위에 양자물리학이 이루어졌다.
 양자론을 이해하는데 그림 2의 ‘슈뢰딩거의 고양이’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밀폐된 상자 안에 고양이가 있고, 독약인 시안화물이 든 병이 한쪽에 있다. 양자역학에 의해 망치로 그 병을 깨뜨려 고양이를 죽일 확률은 50대 50이다. 양자론에 따르면 관찰자가 관찰을 행하기 전에는 고양이는 살아 있기도 하고 죽어 있기도 하다. 관찰이 행해져야 비로소 살아 있는 고양이냐 아니면 죽어 있는 고양이냐가 결정 날 것이다. 양자 이론가 위그너는 양자 체계가 관찰자의 의식과 만나는 순간 혼합된 허깨비 상태가 분명하고 견고한 실체의 상태로 전환된다고 했다.


미래의 양자생물학

 생명의 기원은 과학의 가장 큰 미스터리다. 생명체 탄생과 관련해서는 ‘원시 수프’에 대한 시나리오가 있다. 45억 년 전의 지구에는 광범위한 화학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연못과 호수가 많았다. 수백만 년 동안 복잡한 분자들이 만들어져 마침내 ‘문지방’을 넘어서는 동시에 생명체가 자기 조직을 통해 탄생하게 된다.

 양자생물학에서의 양자의 개념은 양자물리학에서의 양자와는 다르다. 양자생물학은 소립자의 기묘한 현상들이 생명현상에도 나타남을 규명하는 것이지 미세한 생물의 현상을 밝히는 것이 아니다. 양자라는 말이 물리와 생물에서 전혀 다르게 사용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신비한 생명현상을 양자론적 현상과 결부시켜 이해하려는 시도에서 양자생물학이 탄생하게 되었다.

 스웨덴 중부에 위치한 가문비나무 숲에서 살고 있는 울새는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따뜻한 남쪽으로 긴 여행을 떠난다. 울새는 정남쪽에서 서쪽으로 15도 기운 195도 방향으로 날아올라 하루 300km씩 같은 방향으로 며칠을 날아야 한다. 울새는 해마다 3,000km 이상을 이동하는 능력이 있다. 울새의 방향 인식 능력은 지구 자기장을 감지하는 능력으로 3,000km가 넘는 먼 거리를 다음 해에도 똑같이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울새의 생물학적 경사 나침반이 지구 자기장의 경사각을 감지하는 능력과 관계가 있으며 이러한 지구 자기장의 경사각 인식이 양자역학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연어는 해마다 겨울이 되면 북유럽의 강과 호수에서 알을 낳는다. 알을 까고 나온 어린 연어는 강을 따라 북대서양 바다로 나와서 성장한다. 이 연어는 3년 후 알을 낳기 위해 처음 태어났던 강과 호수로 되돌아간다. 신대륙의 제왕나비는 가을이면 미국을 종단해 남쪽으로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한다. 이 나비의 자손들은 북상해서 봄에 번데기 상태로 지냈던 그 나무로 되돌아온다. 이러한 현상들이 지구 자기장의 경사각과 관계가 있으며 감지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양자생물학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불교와 과학

<그림3>

 과학의 끝없는 연구 개발은 세상과 존재를 본질적으로 인식하도록 한다. 불교는 법성, 일심, 공, 무자성, 연기의 본질에 대한 인식으로 세상과 존재와 관계를 이해하고 있다. 아원자 세계에서는 존재하는 것과 발생하는 것, 움직이는 것과 그 움직임 사이에 명확한 구별이 없으며, 주관과 객관의 구별이 없는 하나의 춤추고 있는 모습으로 파악될 뿐이다. 형상과 실체를 이루고 있는 근간인 아원자는 끊임없이 창조되고, 소멸되며, 또다시 창조되는 과정을 되풀이하고 있다. 상호작용에 의해 ‘아무것도 없는’곳에서 갑자기 ‘어떤 것(입자)’이 생겨나고 다시 사라지고 다른 것으로 변하기도 한다. 아원자 세계는 질서를 초월한 무질서의 세계를 이루면서 거시적으로는 질서를 향하고 있다. 모든 것은 상관관계 속에서 이루어 짐을 알 수 있다. 아원자는 어떤 독립된 실체도 갖고 있지 않으면서 조건 지워지는 원인과 작용, 결과로서 설명된다.
 이 우주가 하나 속에 있다는 것을 EPR(아인슈타인-포돌스키-로젠)의 상상 실험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그림 3과 같이 두 입자 체계를 분리해 한 입자는 위로 회전하게 하거나 밑으로 회전하게 만든 자력장을 통과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영회전(zero-spin)을 하는 입자 체계가 가운데 있고, 한 입자가 A 지역의 스턴-거락장치 속으로 들어가 위로 회전하면서 밖으로 나온다면, 다른 한 입자는 자동적으로 B 지역에서 측정하지 않고도 밑으로 회전함을 알 수 있다. 이 실험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각기 다른 두 지역에 있는 입자 사이의 연결성을 밝혀주고 있다. ‘어떻게 두 요소가 그렇게 빨리 서로 통신하는가?’ 빛보다 더 빠른 속도로 정보가 전달된다는 것은 하나인 동체로 설명할 수 있다. 이 우주에 존재하고 모든 것은 마음 공식으로풀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하이젠베르크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 세계와 존재를 주체와 객체, 내부 세계와 외부 세계, 육체와 정신으로 나누는 것은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 .”


김성규 영남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뭣고’ 백년결사운동의 지도법사로 활동했고, 영남대 의과대학 방사선종양학교실 교수를 역임했다. 한국교수불자연합회 회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영남대 의과대학 명예교수로 있으면서 통섭연구원 대표로 있다. 저서로 『불교적 깨달음과 과학적 깨달음』, 『부처님이 깨친 연기(緣起) 이야기』 등과 『우리말 유마경』, 『유식삼십송』 등의 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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