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우산이 된 절 서울 삼각산 삼천사 숲
글/사진 은적 작가
산사의 은덕, 삼천사
‘따듯한 그늘’도 있습니다. 부모님의 그늘, 스승의 그늘이 그렇지요. ‘산그늘’은 또 어떻습니까. 빛의 뒷면으로서 산그늘이 아니라, ‘기댈 언덕’으로서의 산그늘 말입니다. 그 ‘언덕’은 ‘은덕(恩德)’의 은유입니다. 산 많은 나라에 사는 우리는 유사 이래로 지금까지 산그늘을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산사(山寺)는 신라 말 선종의 발달과 함께 ‘산그늘’에 스며들어 또 하나의 숲을 이루었습니다. 성리학의 나라 조선에서 1406년(태종 6)~1407…
모두 생사(生死)의 노래
그림/글 이호신 화가
금년에 지리산 산청은 산불로 깊은 상처를 낳았고, 여름 홍수로 이재민은 아픔으로 남았다. 유사 이래 이러한 산불이 있었던가? 문헌상 신기록으로 남게 된 큰 재앙이었다.근 한 달에 걸친 산불 진화로 수많은 인력과 장비가 밤낮으로 분주했으니 전쟁과 다름없었다. 나는 이 상황을 지켜보며 겨우 할 수 있는 일은 붓을 드는 일로 <생사의 노래-불과 꽃>을 절박한 마음으로 그리고 화폭에 썼다.
다 타는 것이냐, 저 산이 품은 세월이 추억도 한순간, 백 년 숲이 재와 연기로땅이 울부짖고 …
나무는 겨울 추위와 맞서 투쟁하지 않는다
남효창 숲연구소 이사장
이맘때쯤이면 나무는 막바지 월동 준비를 한다. 겨울나무가 무엇보다 황급히 해야 할 일은 포도당을 전분(녹말)으로 엮어내는 작업이다. 나무가 광합성을 통해 얻는 것은 단당류인 포도당이다. 포도당은 세포와 세포 사이를 쉽게 이동할 수 있다. 때문에 겨울철 비교적 따뜻한 시간이면 나무 몸속의 물이 활력을 되찾게 되고, 물과 함께 포도당은 쉽게 이동하게 된다. 그리고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 물이 얼게 되면, 나무는 생존의 위험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포도당 여러 개를 엮어놓은 다당류…
글/그림 Tara와 Zorba 어반스케쳐스
지혜가 찾아오는 밝은 마음- 전라북도 정읍 내장사에서
풀벌레 소리가 도심 아스팔트에 메아리친다.아침저녁으로 스웨터가 고마운 계절이 되었다.아이들의 더위 투정은 어디로 갔을까? 소리도 없이 식어버렸다. 단풍의 계절이 되었고 나무들의 여정은 절정을 향해 달리고 있다.아름다운 숲을 거닐며 감동할 준비는 되었다.가을이 가고 나면 지금 계절을 그리워할 것이다.내장사로 향하며 내 마음의 법구경을 읽는다.
◦모든 자극적인 욕구를 다스리고 절제하는 것을 익히자. 즐거운 마음으로 수행하는 사람은 유혹에 흔들…
언어 이상의 것을 통역하며 지혜와 자비의 다리가 되다
지덕 스님 편
함영 작가
관세음보살의 마음으로 법을 전하는 자비의 통역자
티베트는 관세음보살과 본존의 인연이 깊은 반면 한국과 중국은 아미타불과 인연이 깊은 것 같다는 린포체의 말마따나, 긴 연휴 중에도 아미타불 관정과 수행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연령대는 물론 티베트 불교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부터 꽤 오랫동안 수행해온 사람들까지 그 수준도 제각각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다양한 질문과 작은 반응까지 놓치지 않고 챙기며 린포체로부터 최대한 쉽고 구체적인 설명을 끌어내는 동시…
여섯 마리의 용이친절히 맞이하는창원 불곡사 일주문
창원의 불곡사(佛谷寺)는 구산선문의 하나인 봉림산문을 개창한 진경대사가 935년에 창건했다고 전한다. 그 뒤 쇠락에 쇠락이 이어져 부처의 골짜기, 절골 등으로 불리며 폐허가 되었다. 그러다가 1929년 우담 스님이 비음산 옛 절터에서 땅속에 묻혀 있던 석조 비로자나불좌상(보물 제436호)을 발견해 다시 중창의 기운을 얻어 오늘에 이른다. 불곡사 일주문 서까래 밑에는 ‘비음산 불곡사(飛音山 佛谷寺)’ 편액이 큼직하게 걸려 있다. 소리가 난다는 뜻의 비음(飛音)은 부처님의 법이 중생에게…
인간의 생각, 나무의 생각
남효창숲연구소 이사장
단풍은 나무 입장에서 철이 든다는 의미다. 이미 이 가을에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가을이다. 나무는 가을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단풍이 물들고 잎을 떨어뜨린다는 것은 추운 겨울을 무사히 넘기고자 하는 나무의 생존 전략이다. 그러니까 나무는 앞으로 다가오는 3개월이란 미래의 시간을 예측하며 사는 생물인 셈이다. 겨울의 가장 깊은 날인 동지를 지나면 이미 그때부터 춘분이란 시간을 준비한다. 잎과 꽃을 돋아내는 봄은 이미 겨울철에 준비한 결과물이다. 나무는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고 있는 지구의 …
붉음이 밝음으로 단양(丹陽)이 지닌 단심(丹心) 충청북도 단양군 단양팔경 사인암과 청련암
단양팔경은 팔백 경 – 유수인들이 사랑한 이유
“한강의 아름다움이 이곳에서 극치에 이른다.” -1894년 영국인 여성 ‘이자벨 버드 비숍’ 의 책 『조선과 그 이웃 나라』 중에서
단양을 굽이치는 남한강 줄기는 바다로 흘러가며 은하수 병풍처럼 절경을 흩뿌린다. 단양팔경이다.
천년 세월 단양팔경은 수많은 예술가와 학자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멈추게 했다. 유독 눈에 띄는 절경들을 여덟 개로 추려 도담삼봉, 석문, 사인암, 구담봉, 옥순봉, 하선암, 상선암,…
소나무가 왜 ‘은자(隱者)의 벗’인지 알려주는 절집 화성 용주사 소나무숲
글/사진 은적 작가
광배처럼 늘어선 소나무 숲과 절이 일체를 이룬 용주사 소나무가 곤경에 처했습니다. 여기서 곤경이란, 기후위기로 2050년이면 남한의 절반 이상 지역이 소나무가 살 수 없게 되는 딱한 형편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2022년 울진, 2025년 의성에서 시작된 경북 지역의 큰 산불 이후 소나무는 대형 산불의 ‘주범’으로 지목되었습니다. 소나무야말로 ‘피해자’인데 ‘가해자’로 뒤바뀌었으니, 인간의 언어로 항변할 길 없는 소나무로서는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소…
은행나무를 바라보며
그림/글 이호신 화가 반계리 은행나무, 178×274cm, 한지에 수묵채색, 2017년
내가 태어나기 전에도 있었고, 내가 떠나도 존재할 …지난날 늦가을에 찾았던 원주의 <반계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167호)는 거대한 우주였다. 온통 세상을 황금빛으로 물들게 한 수만 개의 은행잎은 세상의 둥지였다. 멀리서 보면 수형이 마치 지구본처럼 둥글다. 노란 구가 대지를 구르다가 잠시 멈춘 것 같다. 가까이 다가가면 수세의 웅대함에 놀라고 사람은 더 작아진다. 그 나무 속에서 옷을 벗어 짜면 노랑물이 줄줄 흐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