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마리의 용이 친절히 맞이하는 창원 불곡사 일주문|사찰의문

여섯 마리의 용이

친절히 맞이하는

창원 불곡사 일주문



창원의 불곡사(佛谷寺)는 구산선문의 하나인 봉림산문을 개창한 진경대사가 935년에 창건했다고 전한다. 그 뒤 쇠락에 쇠락이 이어져 부처의 골짜기, 절골 등으로 불리며 폐허가 되었다. 그러다가 1929년 우담 스님이 비음산 옛 절터에서 땅속에 묻혀 있던 석조 비로자나불좌상(보물 제436호)을 발견해 다시 중창의 기운을 얻어 오늘에 이른다. 

불곡사 일주문 서까래 밑에는 ‘비음산 불곡사(飛音山 佛谷寺)’ 편액이 큼직하게 걸려 있다. 소리가 난다는 뜻의 비음(飛音)은 부처님의 법이 중생에게 들리게 하는 법음(法音)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일주문은 창원부 객사의 문이었다고 하나 확실한 근거는 없다. 웅천향교에 있던 이 문을 1943년에 우담 스님이 불곡사로 옮겨 일주문으로 세웠다고 한다. 네 개의 나무 기둥을 일렬로 세운 세 칸의 홑처마 맞배지붕의 목조 건축물이다. 다포계 양식의 건물로 일주문으로는 규모가 큰 편이다. 지붕 높이에 비해 문 높이가 낮아 다소 왜소해 보이며, 부재(部材)의 치수도 작다. 이것은 여러 번 옮기는 과정에서 원래 모습이 변형된 것으로 짐작된다. 불곡사 일주문은 복잡한 공포에 다른 사찰의 일주문에서는 볼 수 없는 용, 호랑이, 거북이, 봉황, 물고기 등 수많은 동물들이 화려하게 조각되어 있다.


불곡사의 일주문은 일주문치고는 문 높이가 낮아 왜소해 보인다. 

하지만 문에 장식된 수많은 동물 조각들과 화려한 다포계 건축 양식 덕분에 독특한 멋을 풍긴다.


옛날 같으면 산길에 호랑이가 떡 버티고 서서 “할마이, 할마이 떡 하나 주면 안 잡아 먹지” 했을 터인데, 불곡사 일주문의 호랑이는 “보살님, 보살님 떡 하나 보시하고 공덕 지으세요” 할 것만 같은 표정이라 웃음을 자아낸다. 듬성듬성 빠진 호랑이의 이빨은 친근감을 더한다. 뒷면의 호랑이 꼬리 사이로 보이는 큼직한 호랑이 불알(虎囊)은 다산을 기원하는 의미이며, 거북이 두 마리는 장수의 의미를 지니고 있어 해학적인 멋을 풍긴다. 물론 여섯 마리의 용은 사찰로 들어오는 나쁜 기운을 막고 부처님과 불자들을 지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듬성듬성 이빨이 빠진 호랑이는 무섭기보다는 웃음을 자아낸다.

용과 거북이에는 불자들의 안녕과 장수를 기원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또 커다란 호랑이의 몸통에 눌려 얼굴이 빨개진 용은 평방 뺄목에 턱을 고이고 힘들어하는 듯해 재미있다. 가운데 양쪽 기둥 위 앞뒷면에는 네 마리의 용머리를 각각 조각해 올려두었다. 일주문에 있는 여섯 마리의 용은 서로 꼬리가 엉켜 있고 그 사이사이에 호랑이와 거북이 등 동물들이 각양각색의 표정을 한 해학적인 조각이라 이채롭다. 공포는 연꽃, 연잎, 물고기로 장식한 앙서형 살미를 얹고 그 위에 봉황머리를 장식해 화려함을 더했다. 옆면은 풍판을 달아 비바람을 막을 수 있도록 했다.

다른 사찰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동물들을 다양한 표정과 모습으로 조각한 불곡사 일주문은 민속적인 멋과 해학적인 재미를 주는 특이한 일주문이라 할 수 있다.


권중서|방송통신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을 수료했다.(불교미술 전공). 현재 경기 문화연대 전문위원, 조계종 포교사, 법무부 교정 위원 등 사회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고, 1993년부터‘문화사랑 걸망 메고’를운영하며우리문화알리기에힘쓰고있다. 주요 저서로는『불교미술의 해학』, 『사찰의 문과 다리』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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