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돌아가시다 룸비니
불교의 4대 성지는 여래께서 태어나신 곳, 위없는 정등각을 깨달으신 곳, 위없는 법의 바퀴를 굴리신 곳, 반열반(般涅槃, parinirvāna)하신 곳이다. 부처님께서는 이곳을 선남자가 친견해야 하고 절박함을 일으켜야 하는 네 가지 장소이며, 이 4대 성지에 순례를 떠나는 청정한 믿음을 가진 자들은 누구든 모두 몸이 무너져 죽은 뒤 좋은 곳, 천상세계에 태어날 것이라고 직접 말씀해두신 것이 『전법륜경』에 전해지고 있다.
부처님이 오셨다는 것의 의미 우리는 부처님 탄생일을 부처님 오신 날이라고 이…
내가 나를 찾아 이곳저곳 뒤졌는데
눈앞에 바로 주인공이 살고 있네
허허 이제 만나 한 점의 의혹 없으니
우담발라 광명이 온 누리에 흐르네
- 경봉 스님(1892~1982)
끝없이 펼쳐진 동해에서 홀연히 몸을 나투시는 관세음보살
낙산 홍련암
신라의 의상 스님은 ‘출가’와 ‘유학’이라는 당대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걸었다. 그럼에도 한평생 삼의일발(三衣一鉢)의 청빈한 수행자였다. 당나라에서는 중국 화엄종 제2대 지엄조사의 법통을 이었다. 당이 신라를 침공한다는 소식에 스님은 귀국길에 오른다. 670년의 일이다. 조정에 이 사실을 알려 미리 대비케 했다. 당나라에서 귀국한 의상 스님이 처음으로 향한 곳은 관세음보살이 머문다는 양양 바닷가의 관음굴이었다. 그곳에서 간절히 기도정진하며 관세음보살께 바치는 ‘백화도…
동물 복지 1
불교와 동물의 권리 - 차이는 있으나, 차별은 없다
허남결 동국대학교 불교학부 교수
불평등한 차이 : 삶의 여섯 수레바퀴전통적으로 불교에서는 인간의 몸을 받고 이 세상에 왔을 때 비로소 깨달음의 가능성이 열린다고 가르쳐왔다. 초기 경전들 속에서 불살생이나 자비심과 같은 도덕적 가치들은 동물의 고통에 대한 지극한 관심으로 나타날 때도 있지만, 경전 속의 관련 언급들은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들의 본성을 이해하는 데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와 같은 존재들은 애초부터 깨달음이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동물 복지 2
불교와 육식의 문제
남궁 선 철학 박사, 마음편한요양병원 원장
불교 하면 자비가 가장 먼저 떠오르고, 자비 하면 불살생을 우선으로 한다. 불살생은 생명 존중과 맥을 같이한다. 불교의 자비 대상은 인간에 국한하지 않는다. 인간 이외의 생명체도 그 대상이 된다. 불식육계가 불교에서 성립된 이유다. 그러나 절에서 사찰음식을 공양할 때를 제외하고는 불자들조차도 불식육계를 그리 잘 지키는 편은 아니다. 건강을 위해서 가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들 나름의 논리 정연한 이유가 있다. 그 내용은 아주 다양하다. 동물은 물론이고 식…
동물 복지 3
공장식 축산과 불교
김명식 진주교육대학교 도덕교육과 교수
오늘날 우리가 식탁에서 소비하는 동물들은 농장이 아니라 공장에서 사육된다. 좁은 공간의 축사에 동물들을 가둬놓고 마치 공산품을 찍어내듯이 고기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이른바 ‘공장식 축산(factory farming)’으로 불린다. 여기서 동물은 생명체가 아니라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치밀하게 짜인 자동화된 생산 공정의 일부분이다. 현대 농업은 산업형 농업(industrial agriculture)으로, 공장식 축산도 산업형 농업의 한 형태다. 산…
동물 복지 4
동물 살처분 어떻게 볼 것인가?
박재학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실험동물의학교실 교수
구제역에 감염되면 살처분한다. 갓 태어난 돼지의 이환율과 사망률이 거의 100%인 돼지 유행성 설사병은 집단 살처분(殺處分) 대상 질병이 아니며 백신을 접종해 질병을 예방한다. 구제역은 한 집단의 이환율이 100%이지만 성숙한 우제류의 사망률은 1~5% 정도로 낮다. 2010년~2011년 4월까지 350여 만 마리의 구제역에 감염된 동물과 그 주변의 정상 동물들이 생매장되었다. 그리고 2011년 1월 백신을 접종하기 시작하면서 구제역 발생이…
동물 복지 5
애완동물의 윤리
최훈 강원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2021년 7월 법무부는 민법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신설할 것을 입법 예고했다. 놀랍게도 그동안 동물은 물건으로 취급되었다. 동물은 물건이다 보니 누군가가 소유한 동물을 다치거나 죽게 하면 재산상의 손해만 물어도 되었다. 만약 물건이 아니라는 조항이 생기면 그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위자료도 물게 되고, 이유 없이 학대한다면 형사 처분도 가능하게 된 것이다.이러한 변화 때문에 특히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이 조항의 신설을 반길 것이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
오늘이 아닌 내일을 사는 삶
박재민
배우
영하 71.2℃. 화성에나 있을 법한 가늠조차 어려운 이 미지의 기온이 실제로 지구상에 존재할까? 그러나 실제로 러시아연방의 북동부에 위치한 오이먀콘(Oimyakon)이라고 하는 작은 마을이 기록한 최저 온도이다. 이 기록은 인간이 사는 마을 중 최저 온도로 기네스북에 올랐으며 지금도 오이먀콘은 인간이 사는 가장 추운 마을로 기록되어 있다. 집 안 현관의 기온이 한국의 일반 가정집 냉장고 온도보다 낮아 고기 등의 식품을 그대로 냉장 보관하는가 하면, 기온이 영하 30℃로 올라가면 사람들이 따뜻…
원빈 스님의 경전 이야기 (1)
삶의 기둥을 세우는『천수경(千手經)』
원빈 스님 송덕사 주지, 행복문화연구소 소장
『천수경』 불교한국 불교는 『천수경』 불교다. 한국에서 독송되는 『천수경』은 세계의 어떤 불교문화에도 존재하지 않는 경전으로 분명 ‘메이드 인 코리아’다. 500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많은 천재 스님들에 의해 공동 편집된 『천수경』은 한국 불교의 정수로서 매일 전국의 수천 개의 사찰에서 수십만 명의 불자들이 일심으로 합송하는 기도문이다. 다행히도 최근 『천수경』에 대한 연구는 유의미한 결과물을 축적하고 있다. 이를 바탕…
불교는 어울림의 종교다
화령 정사 불교총지종 정사, 보디미트라 ILBF회장
불교에서는 이 우주를 서로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없으며 모든 것은 서로 의존 관계에 의해서 생성되고 변화하고 소멸해가는 것으로 본다. 다른 종교에서는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고 말한다. 불교적으로는 창조주라는 존재도 인정하지는 않지만 비유로서 창조주라는 것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 창조주는 스스로는 존재할 수 없었을까? 왜 쓸데없이 인간을 만들어 스스로를 번거롭게 할까? 피조물들은 또 무슨 죄가 있어 생로…
나의 불교 이야기 ①
진정한 ‘나’를 찾는길에서 만난 불교
한자경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 교수
어린 시절 아버지 서재에서 빛바랜 반가사유상 사진을 본 기억은 있지만, 어머니나 할머니 손을 잡고 산길을 걸어 절에 갔던 그런 기억은 없다. 오히려 어려서부터 서울 한복판에 살면서 어머니를 따라 교회를 다녔다. 오락 요소가 가미된 어린이반보다는 목사님의 설교가 있는 성인반 예배를 더 즐겨 다녔는데, 그러다가 어느 시점인가부터 ‘나 이외의 다른 신, 우상을 섬기지 말라!’ ‘예수를 믿지 않으면 천국에 갈 수 없다’는 말이 목에 가시처럼 걸리기 시…
머무는 곳마다부처님 인연이 닿아
손태성 대원아카데미동문회 회장
인연이 맺어준 행운내가 태어난 곳은 경상북도의 남동쪽에 있는 김천 수도산 아래 증산면인데 가까운 곳에 불령산 청암사라는 절이 있다. 증산면 소재지 마을은 옛날 쌍계사 터로 마을이 대부분 예전 쌍계사 경내에 있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아버지를 졸라서 지게를 만들어달라고 해 지게 짐 지는 일을 재미로 했고, 중학교 시절 1년여간 야간에 한문을 지도해주신 서재하 선생님을 만났는데, 당시 대한불교조계종 군 신도회장이셨고, 불교 자문위원이셨다. 서재하 선생님으로부터 『천자문』과 『…
나눔의 가치를 알려준 불교
박경표 경기대학교 관광개발학과 4학년
10년 전 독실한 불자인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대구 대관음사 어린이 법회 봉사자로 처음 불교에 발을 디딘 날이 생각난다. 불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중학생이었지만,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어린이 법회의 특성상 참여자가 아닌 봉사자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적응 기간이 필요했던 나에게 어머니는 한 달에 한 번씩 진행되는 보림회의 독거노인 대상 무료 급식 봉사활동을 권유하셨고, 절에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졌다.두 달이 지나고 또래 불자 친구들과 친분이 생기고 무…
사유와 성찰
마음이란 무엇인가? - 불교에서 보는 마음
이평래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마음은 삶을 창조한다. 그리고 마음이 만든 것을 빠짐없이 마음에 저장한다. 불교는 절대자인 신을 믿는 종교가 아니라,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마음을 믿는다. 무한한 가능성이란 깨달음/해탈이다. 인간의 마음만이 이것을 성취할 수 있다. 마음이 창조한 삶 가운데에서 이보다 더 성스럽고 위대한 것은 없다. 그러므로 마음을 빼고는 불교를 말할 수 없다. 우리는 이것을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말한다. 마음을 꽃피우는 종교가 불교라고 할 수 있는 까닭을 여기…
직장 생활에서의 인간관계에 대한 명상
박성현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우리는 인간관계 안에서 만족과 행복을 느끼기도 하지만, 때로 어떤 인간관계는 괴로움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직장에서 존경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행운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자신의 바람과 달리 자신을 무시하고 공격하는 까다로운 사람을 피하기 어려운 것이 또한 직장 생활이기도 합니다. 이 명상은 직장에서 만나는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 중립적인 사람, 까다롭고 싫은 사람을 향해 이들 모두가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하고 잘되기를 기원하는 연습입니다. 이 중 까…
불교의 시선으로 보는 음식
음식의 맛에 대한 욕망 - 『자타카』 스토리를 중심으로
공만식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대우교수
음식에 대한 욕망과 관련해 불교 문헌은 미식탐(美食貪)과 다식탐(多食貪)이란 용어를 사용해 설명하고 있다. 미식탐은 음식의 맛이나 질과 관련된 욕망을 나타내고, 다식탐은 음식의 양에 대한 욕망을 나타낸다. 음식의 양과 질의 관련은 실제로는 분리할 수 없지만 편의상 분리해 이번 글에서는 음식의 맛과 질에 관한 내용, 즉 미식탐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초기 불교 문헌인 『자타카(Jātaka)』 열네 번째 이야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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