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란 무엇인가? | 사유와 성찰

사유와 성찰


마음이란 무엇인가? 

- 불교에서 보는 마음 


이평래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마음은 삶을 창조한다. 그리고 마음이 만든 것을 빠짐없이 마음에 저장한다. 불교는 절대자인 신을 믿는 종교가 아니라,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마음을 믿는다. 무한한 가능성이란 깨달음/해탈이다. 인간의 마음만이 이것을 성취할 수 있다. 마음이 창조한 삶 가운데에서 이보다 더 성스럽고 위대한 것은 없다. 그러므로 마음을 빼고는 불교를 말할 수 없다. 우리는 이것을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말한다. 마음을 꽃피우는 종교가 불교라고 할 수 있는 까닭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마음에 관한 연구를 불교만큼 많이 한 학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교에서는 마음에 관한 연구를 심식론(心識論)이라고 부른다. 불교의 역사는 수천 년이 넘으므로 마음에 관한 연구도 그만큼 오래되었다. 연구 분야도 아주 다양하지만, 여기에서는 초기 불교 시대, 부파불교 시대, 대승불교 시대의 유식 사상과 여래장 사상이 제시하고 있는 마음의 주체성과 작용성을 중심으로 서술한다. 

초기 불교 시대는 심식(心識)에 관한 이론보다 수행을 중심으로 하는 불교다. 예를 들면 『법구경』의 첫머리에서 말씀하시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모든 것은 마음을 근본으로 한다. 마음에서 나와 마음으로 이루어진다. 나쁜 마음을 가지고 말하거나 행동하면 괴로움이 그를 따른다. 수레바퀴가 마소의 발자국을 따르듯이.(1)

모든 것은 마음을 근본으로 한다. 마음에서 나와 마음으로 이루어진다. 청정한 마음을 가지고 말하거나 행동하면 즐거움이 그를 따른다. 그림자가 형상을 따르듯이.(2)”

마음을 어떻게 먹고 사느냐에 따라서 행복과 불행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는 인과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속담도 이런 가르침과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초기 불교에서는 붓다의 가르침대로 수행하면 누구나 깨달을 수 있다는 믿음 아래, 실제 수행을 중시했다고 본다.  

부파불교 시대에 이르러서는 업보 사상이 12연기설의 중심이다. 붓다께서는, 브라흐만교의 혈연/출생에 의한 세습적인 카스트제도를 부정하고, 사람마다의 카르마(Karma, 業)에 따라서 브라흐마나도 되고 수드라(노예)도 된다는 평등정신을 가르치셨기 때문이다. 카르마의 업설(業說)은 인과관계와 결합해, 과거로부터 존속하면서 그 영향력을 발휘하는 어떤 하나의 힘으로 간주한다. 즉 카르마의 힘은 소멸되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어딘가에 잠재적인 세력으로 보존되는데, 그곳이 바로 식(識), 마음이다. 식은 인식 작용도 있지만, 주체의 역할을 하는 식체(識體)이기 때문이다. 식(識)은 업력(業力), 즉 과거의 삶의 모든 경험을 담는 그릇이라고 볼 수 있다.

유식학파의 심식설은 마이트레야(Maitreya, 彌勒 보살, 350~430)・아상가(Asaṅga, 無着, 395~470) 보살・바수반두(Vasubandhu, 世親, 400~480) 보살에 의해서 형성된 학파다. 유식학파는 안・이・비・설・신・의, 6식설로는 해석할 수 없는 난점을 극복하기 위해 알라야식(ālaya-vijñāna, 阿賴耶識)을 창안해 8식설을 구축한다. 이제까지의 6식에 이기심인 제7마나쓰와 심층식인 제8알라야식을 세워서 더욱 심층적으로 마음을 연구한다. 알라야식은,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지은 카르마의 과보를 모두 종자/기억으로 저장할 뿐 아니라, 알라야식 속의 종자에서 현상세계의 사물이 나타나게 하는 근원이기도 한다. 이렇게 볼 때, 알라야식은 모든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의 집합체이며, 그로부터 모든 현상이 생겨나는 근본 원리인 것이다.

여래장 사상은 『여래장경』에서 비롯되었으며, 『대승기신론』으로 완성된다.  『여래장경』은, 모든 중생이 번뇌 속에 뒤덮여 있지만, 그래도 여래장을 가지고 있으므로, 영원히 더럽게 물이 들지 않는다고 말씀한다. 그리고 연꽃의 꽃잎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붓다가 앉아계신다. 그렇게 장엄한 무수한 연꽃은 순식간에 시들지만 붓다들은 변함없이 그대로 앉아계시는 기적을 보인다. 이때 대중들은 이와 같은 미증유의 기적에 놀라지 않을 수 없어, 그 까닭을 세존께 묻는다.

여래께서는 말씀하기를, 시들어버린 연꽃처럼, 모든 중생은 탐・진・치, 3독의 번뇌에 뒤덮여 있지만, 불안(佛眼)으로 보면, 모든 중생의 몸 안에 엄연하게 여래장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든 출현하지 않든 관계없이, 상주불변이라고 말씀한다. 여래께서는 중생으로 하여금 번뇌를 소멸시켜 여래장을 현현하도록 인도하려고 출세해 이 경전의 법을 말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생은 모두 여래장(불성)을 함장하고 있다는 것을 굳게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승기신론』은 이와 같은 여래장 계통의 경전들을 근거로 해, 한마음을 주제로 삼아 여래장 사상을 완성한다. 중국・한국・일본, 동양 3국의 불교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에 관해 신라의 원효 성사는 독창적인 저술을 남겼다. 대표적으로 『대승기신론소』를 들 수 있다. 『대승기신론』은 한마음을 기치로 내걸었기 때문에, 먼저 한마음의 위대함을 체・상・용, 3대로 찬탄한다. 체대는 한마음 그 자체, 상대는 한마음의 특성으로서의 덕성, 용대는 대자대비의 구세 활동을 찬탄하는 것이다. 체・상・용, 3대를 논증하기 위해 심진여문과 심생멸문, 2문을 열어서 해석하고 있다. 

종교와 수행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으로, 불교도 그렇다. 불교는, 무신론이므로 신의 구제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 수행을 하지 않으면 깨달음을 성취할 수 없다. 불교는 수행의 주체가 마음이고, 삶의 주체가 마음이다. 수행자는 마음을 갈고닦아 순일무잡(純一無雜)의 경지로 나아가려는 끝없는 수행/정진을 한다. 비유하면 오뉴월 떫은 땡감이 익어서 동지섣달 아주 단 홍시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땡감의 떫은맛이 제거되면 그냥 그대로 아주 단 100% 홍시가 되는 것처럼, 범부도 수행을 해 번뇌를 소멸시켜버리면 그냥 그대로 성인(聖人)인 것이다. 이 모든 일을 하는 주체가 마음이다. 그러므로 마음은 삶을 창조한다. 



이평래 

동국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고마자와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충남대 철학과 교수를 지냈고 현재는 동 대학 명예교수로 있다. 저서로는 『신라불교여래장사상연구』, 『대승기신론강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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