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기둥을 세우는 『천수경(千手經)』 | 원빈 스님의 경전 이야기

원빈 스님의 경전 이야기 (1)


삶의 기둥을 세우는

『천수경(千手經)』


원빈 스님 

송덕사 주지, 행복문화연구소 소장



『천수경』 불교

한국 불교는 『천수경』 불교다. 한국에서 독송되는 『천수경』은 세계의 어떤 불교문화에도 존재하지 않는 경전으로 분명 ‘메이드 인 코리아’다. 500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많은 천재 스님들에 의해 공동 편집된 『천수경』은 한국 불교의 정수로서 매일 전국의 수천 개의 사찰에서 수십만 명의 불자들이 일심으로 합송하는 기도문이다. 

다행히도 최근 『천수경』에 대한 연구는 유의미한 결과물을 축적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천수경』을 단순히 독송하는 것을 넘어서 일상을 바꾸는 수행으로 적용할 수 있다면 한국 불교는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할 수 있다. 지금부터 『천수경』의 구조와 이를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천수경』의 구조

한국의 예불 문화는 마치 이슬람의 살랏(Salat, 예배)과 같이 이루어진다. 『천수경』은 예불의 주교재로 불자의 마음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매일 이 가이드를 따라 간절히 보리심(菩提心)의 마음을 일으키면 점점 관세음보살을 닮아가게 된다. 현행 『천수경』은 이처럼 평범한 범부를 관세음보살로 변화시킨다는 명확한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 

우리가 독송하고 있는 『천수경』은 모태가 되는 경전이 존재한다. 『천수경』의 경전류는 약 18종이 존재하는데 그중 가범달마의 번역본인 『천수천안관세음보살광대원만무애대비심다라니경(千手千眼觀世音菩薩廣大圓滿無碍大悲心陀羅尼經)』을 요약 편집한 것이 바로 독송용 『천수경』이다. 그렇기에 『천수경』의 구조는 기본적으로 광본 『천수경』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여기에 500여 년 동안 다양한 경전들이 더해지고 편집되어 구조가 다소 복잡해졌다.

개인적으로 『천수경』의 구조를 분석하며 주목한 키워드는 ‘보리심’이다. 보리심이란 부처님과 같은 깨달음을 얻기를 희망하는 지혜와 널리 중생을 교화하기를 희망하는 자비의 마음이다. 보리심은 광본 『천수경』에서 일관되게 강조하는 가치인데, 불보살을 닮아가고자 하는 독송용 『천수경』의 편집 의도와도 일치한다. 『천수경』을 보리심 중심으로 구조를 분석해보면 여덟 단계인 8단 보리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8단 보리심은 1단 청보리심, 2단 권보리심, 3단 원보리심, 4단 행보리심, 5단 복보리심, 6단 증보리심, 7단 출보리심, 8단 무상보리심으로 일종의 수행 차제다. 

고인이 『논어(論語)』를 주석하며 이런 말을 했다. “『논어』를 읽고도 변화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논어』를 읽은 것이 아니다.” 『천수경』 역시 마찬가지다. 범부를 관세음보살로 변화시키는 혁명적 가르침을 반복해서 독송해도 변화하지 않는다면 그는 『천수경』을 읽은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천수경』의 수행 문화가 단순히 『천수경』을 독송하는 데에 그쳤다면 이제부터는 8단 보리심의 내용을 배우고 그 안내에 따라 마음을 훈습시키는 수행을 통해 삶의 변혁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천수경』의 활용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할 때 우리는 대개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대부분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 포기와 안주의 흐름에서 벗어나 삶을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다가오는 새해에는 1년의 기둥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한국 불자라면 1년의 기둥에 『천수경』의 구조를 활용하기를 추천한다. 

예를 들면 1분기에 청보리심과 권보리심부터 4분기에 출보리심과 무상보리심까지 배우고 익히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것이다. 방의 한 벽면에 8단 보리심을 기준으로 타임라인을 그리고 여백의 공간에 건강, 학업, 사업, 관계, 수행 등 다양한 주제를 세부적으로 계획하는 것이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항상 열정적이고 부지런할 수 없기에 어느 순간 게으를 순 있겠지만, 『천수경』 속 8단 보리심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다시 정진의 흐름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천수경』은 한국 불교의 자랑스러운 인문 고전 텍스트다. 불자들의 책장에 꽂혀 외면당하고 있는 이 보물을 펼쳐 들고 범부를 보살로 변화시키는 기적의 논리를 배워 삶 속에서 적극적으로 응용해야 한다. 이렇게 할 때 크게는 천수천안으로 중생을 구하는 보살도를 이룰 수 있고, 작게는 애써 살아가는 범부의 하루 그리고 일 년을 변화시킬 수 있다. 임인년 한 해 각자의 자리에서 삶의 변혁을 이루기를 기원한다. 



원빈 스님 

해인사에서 출가했다. 중앙승가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행복문화연구소(http://cafe.daum.net/everyday1bean) 소장으로 있으면서 경남 산청에 있는 송덕사의 주지를 맡고 있다. 저서에 『원빈 스님의 금강경에 물들다』, 『굿바이, 분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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