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시선으로 보는 음식
음식의 맛에 대한 욕망
- 『자타카』 스토리를 중심으로
공만식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대우교수
음식에 대한 욕망과 관련해 불교 문헌은 미식탐(美食貪)과 다식탐(多食貪)이란 용어를 사용해 설명하고 있다. 미식탐은 음식의 맛이나 질과 관련된 욕망을 나타내고, 다식탐은 음식의 양에 대한 욕망을 나타낸다. 음식의 양과 질의 관련은 실제로는 분리할 수 없지만 편의상 분리해 이번 글에서는 음식의 맛과 질에 관한 내용, 즉 미식탐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초기 불교 문헌인 『자타카(Jātaka)』 열네 번째 이야기인 「바타미가 자타카(Vātamiga Jātaka)」는 음식 맛과 관련한 흥미로운 내용을 전해주고 있다.
부유한 젊은 귀족이 왕사성(Rājagaha)에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죽림정사에서 붓다의 법문을 듣고 불교 비구가 될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는 처음에는 부모의 허락을 얻지 못했지만 7일 동안 음식도 거부하고 부모를 압박한 결과 마침내 허락을 얻게 되었다. 그는 음식과 관련된 두타행을 실천하는 수행자가 되었고 불교 교단에서 지적이며 전도유망한 비구가 되었다.
왕사성의 명절이 되었을 때, 이 비구의 어머니는 아들의 부재와 그가 붓다와 함께 사위성(Sāvatthi)으로 떠난 사실 때문에 애통해하고 있었다. 한 하천한 젊은 여인이 그 어머니가 우는 것을 보고 그 이유를 물었다. 그 어머니의 비통한 마음과 얼마나 아들의 귀환을 갈망하는지를 듣고 나서 그 하천한 젊은 여인은 그 아들이 좋아했던 음식이 무엇이었는지를 물었다.
아들을 돌아오게 해주면 많은 사례를 하겠다는 말을 듣고 그 여인은 필요한 경비와 많은 수행원을 데리고 사위성으로 떠났다. 사위성에 도착한 후, 이 여인은 그 비구가 자주 탁발을 하러 다니는 거리에 거처를 정했다. 그녀는 그 비구가 탁발을 하러 그 거리에 오면 그가 어릴 적 좋아하던 음식과 마실 것을 제공했다.
그 비구가 자신이 어릴 적 좋아했던 음식 맛에 빠졌음을 감지한 그 여인은 그 비구가 탁발을 나왔을 때 병을 핑계로 그 비구로 하여금 자신의 방에 들어오도록 만들었다. 음식 맛에 빠진 그 비구는 자신이 좋아하던 음식을 보시하던 그녀가 탁발할 때 보이지 않자 그녀를 찾아 그녀가 누워 있는 방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이렇게 그 비구는 계율을 위반하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이 사위성에 온 이유를 설명했고 그 비구는 음식 맛에 대한 탐닉 때문에 비구 생활을 그만두었다. 많은 수행원들과 함께 이들 두 사람은 비구의 부모가 기다리는 왕사성으로 돌아왔다.
이 『자타카』 스토리는 음식의 맛에 대한 탐착이 수행자인 젊은 비구에게 어떤 결과를 야기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음식 맛에 대한 탐착이 힘든 수행을 포기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여기에서 탐착한 음식이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음식이라는 언급에서 그 음식이 어떤 음식인지에 대해 대략 추측은 할 수 있을 것이다.
『자타카』에는 음식의 맛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음식의 맛과 관련되어 주로 언급되는 음식은 ‘육류’이며 망고와 같이 단맛이 강한 과일, 커리류, 술, 구체적 음식명이 생략된 채 맛있는 음식으로만 언급되고 있는 음식들이다. 이 스토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불교 비구, 고행자, 왕, 재가자들이며 이들은 음식의 맛에 대한 탐착으로 비구와 수행자는 수행자로서의 지위를 상실하고 왕은 권력을 잃고 있으며 재가자는 죽음과 같은 파멸적 결과를 맞이한다.
음식의 맛에 대한 탐착과 관련해 대승불교의 대표적 육식 금지 경전 중 하나인 『능가경』은 “육식 습관은 태초 이래 계속되어왔으며 그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중생들이 고기 맛에 집착해왔으며 고기에 대한 집착의 원인은 그 맛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능가경』은 또한 육식의 폐해를 설명하면서 “고기를 먹는 사람은 그 욕구를 만족시킬 수 없으며 음식의 적정량을 알지 못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육류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고대 사회나 심지어는 현대 사회에서도 지방, 단백질, 당류로 구성된 음식은 적정량을 넘어서 과식하기 쉽고 중독되기 쉬운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현대와 같이 음식이 넘쳐나고 영양 과잉과 음식 관련 지식의 과잉 시대에는 음식에 대한 욕구를 제어하는 능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능가경』이 말하고 있듯이 “음식을 먹을 때 즐거움을 위해 먹어서는 안 되며 육체를 유지하기 위해 먹어야 하며 음식은 상처에 바르는 약처럼 생각해야 한다”는 사고는 고대 수행자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욱 주지해야 할 내용으로 보인다.
음식의 질과 종류와 관련된 미식탐의 해소와 관련해 불교 문헌은 두타행, 염식상, 염처수행 등 다양한 레벨의 수행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음식 관련 수행에 대해서는 이후 연재 글에서 미식탐과 다식탐을 함께 다루어보고자 한다.
공만식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졸업 및 동 대학원 석사, 인도 델리대에서 인도 불교사와 초기 불교로 박사를, 영국 런던대 SOAS와 킹스컬리지에서 음식학과 종교학을 수학하고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방문화대학원대 대우교수로 있다. 저서에 『불교음식학 - 음식과 욕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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