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는 곳마다 부처님 인연이 닿아 | 나의 불교 이야기

머무는 곳마다

부처님 인연이 닿아


손태성 

대원아카데미동문회 회장



인연이 맺어준 행운  

내가 태어난 곳은 경상북도의 남동쪽에 있는 김천 수도산 아래 증산면인데 가까운 곳에 불령산 청암사라는 절이 있다. 증산면 소재지 마을은 옛날 쌍계사 터로 마을이 대부분 예전 쌍계사 경내에 있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아버지를 졸라서 지게를 만들어달라고 해 지게 짐 지는 일을 재미로 했고, 중학교 시절 1년여간 야간에 한문을 지도해주신 서재하 선생님을 만났는데, 당시 대한불교조계종 군 신도회장이셨고, 불교 자문위원이셨다. 서재하 선생님으로부터 『천자문』과 『동문선습』을 배웠다. 야간에 한문을 배우다가 중학교를 마치기 전에 직장을 나가게 되어 학업을 중단한 채로 3년 가까이 쌍계사 터에 지어진 면사무소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마당 쓸고 심부름하는 일을 했다. 

불교가 뭔지 명상이 뭔지도 모르는 시절 한문 선생님으로부터 몸을 바르게 하고, 혀는 입천장에 붙이고 호흡하는 훈련을 처음 받았다. 절하는 법도 그때 배웠다. 그 후 부산불교거사림회 정기 법회에서 “산은 흐르고 강은 서 있다”는 주제의 법문을 유엽 스님으로부터 듣고, 불자가 되겠다는 뜻을 세웠다. 어릴 때 아버지 따라 청암사에서 잠자고 기도하고 온 적도 있었고, 처음 커피를 마셔본 곳도 청암사에서였다. 삶이 뭔지 왜 사는지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양산 통도사에 경봉 선사를 뵈러 갔었고, 당시 송광사에 계셨던 법정 스님의 법문을 듣기도 했다. 


불교의 입문

1988년부터 한국생명의전화 상담 봉사자로 입문해 전화 상담 봉사와 상담심리학을 공부했고, 한국단학회 단전호흡, 오리엔탈 마인드컨트롤 이수를 통해 정신을 가다듬는 계기가 되었다. 직장을 정년퇴직할 즈음에 수국사에서의 불교 기초 교리 과정을 이수하고 계를 받았다. 수국사에서 부처님 그리는 불화 공부를 하다가 불교방송국에서 불화와 민화, 명상학과 상담심리학 공부를 하면서 자기 수련의 시간을 가졌고, 괴산의 다보사와 경주 황룡원 집중 수행을 통해 스스로에게 병폐로 느껴지는 일이나 행위를 하지 않음으로써 나를 치유하는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는 마음챙김 수련으로 늘 공부하는 생활이 몸에 익숙해져가고 있다. 

과거와 현재, 미래 중에서 오로지 현재만이 진정한 삶의 현장임을 알고 공부하고 실천하고 있다. 이런 마음챙김이야말로 탐진치(貪瞋痴), 계정혜(戒定慧)와 견성성불(見性成佛)로 가는 바른 불제자의 길임을 명심하고 있다. 마음을 닦는 불교, 그 마음을 제대로 챙기는 것이야말로 오늘을 사는 현대인이고, 명상가가 아닐까 한다. 항상 깨어 있고, 언제나 공부하고,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명상가이자 불자라고 생각한다.


불자로서의 자세

필자의 경우, 명상 수행을 통해 어느 누가 뭐라고 하든지 즉각적인 반응을 피하고 심사숙고하는 힘을 얻음으로써 대인 관계가 변화했다. 어느 누구와의 대화에서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 역시 명상과 불교 수행을 통해 얻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팔정도(八正道)에서 정견(正見)의 중요성을 제1위로 말하듯이 사심 없이 사물이나 사람을 볼 수 있는 경지는 어느 날 하루아침에 문득 도달되지는 않을 것이다. 부단한 수행을 통해 선입견이나 고정관념 및 사심 없이 바르게 볼 수 있게 된다. 30년 넘도록 상담 봉사를 하면서도 나에 대한 성찰, “나는 왜 사는가”와 “불교란 무엇인가”에 대한 확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상담이란 어떤 내담자의 문제 상황을 들어주는 일이며, 문제의 해결은 스스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길 모색을 돕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손태성 

중국 남경신식공정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인천기상대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대원아카데미동문회 회장과 한국기상학회 회원, 한국기상전문인협회 회원, 한국민화학회 회원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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