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묻고 스님이 불교로 답하다
불안한 미래와 취업
도연 스님
봉은사 명상 지도법사
Q. 취업이 힘든 현실에서 불확실한 미래가 불안합니다.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까요?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하는 세대를 살고 있습니다. 정보통신 기술의 융합으로 표현되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쉴 새 없이 노를 젓고 방향을 찾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취업하기 어려운 처지가 되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비대면을 이점으로 잘 활용해 기회를 얻고 더욱 성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많은 사람에게는 해당하지 않으며 비교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이 찾아오거나 자신감을 잃어버리며 망연자실하게 됩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일은 변한다는 것은 단지 최근의 일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인류 역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우주가 만들어진 이래로 세상은 변혁과 발전을 거듭해왔습니다. 이것을 불교에서는 ‘무상(無常)’이라고 합니다. 고정된 실체는 없으며 항상 변화한다는 의미지요. 세상만사는 조건에 따라 늘 변화하며 매번 같은 조건은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늘 변화한다는 무상의 진리가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로 다가올까요?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살면 문제없다는 것입니다. 빠른 속도로 변화한다는 것은 달리 말하자면 지금 이 순간이 매우 가치 있다는 의미입니다. 빨리 지나가고 금방 사라지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의 나, 내가 하는 일, 내가 만나는 사람이 소중하고 세상의 모든 존재도 그러하다는 뜻입니다. 나는 나의 속도로 이 순간을 충분하게 살면 됩니다. 불안이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세상이 빠르게 흘러간다고 나도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그 빠른 급류에 휩쓸려가다 보면 자기 호흡과 자기 속도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가쁜 숨을 내쉬다 지쳐버립니다. 자신의 템포를 찾아야만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온전하게 살 수 있으며 불확실한 미래와 불안정한 현재로 고통받지 않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호흡으로 살아가며 중심을 잡게 되면 비로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도전 정신’입니다. 불교적 표현으로는 발심(發心)입니다. 긍정적인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죠. 잘되지 않은 것을 겁먹고 걱정하기보다는 일단 행동으로 옮겨보는 적극적인 자세입니다. 시도를 해봐야 무엇이 잘되었고 잘못되었는지를 알 수 있고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는지 확인이 됩니다. 다시 말해, ‘빨리 실패하고 자주 실패하라’는 것입니다. 실패는 실천의 또 다른 방법이라는 것이죠. 이것을 미국의 스탠퍼드 대학교의 상담 프로그램에서는 ‘작은 행동의 힘’이라고 했습니다.
학위를 따거나, 훌륭한 작가가 되거나, 억만장자가 되는 것은 분명 큰 성공입니다. 하지만 미래에 이루고 싶은 큰 성공에만 사로잡힌다면 동기부여를 해주는 매일의 즐거움과 성취를 무시해버리는 셈이 됩니다. 다른 가능성을 보지 못하는 편협한 길에 갇히는 것과 같습니다.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이와 같습니다. 많은 정보를 취합하고 관련 사항에 대해 조사하며 책과 멘토들의 조언도 충실히 참고합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실제 행동’입니다. 그들은 어떤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에 정보를 수집하고 거창한 계획과 전략을 세우며 큰 성공만 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계획을 수립하고 전략을 고민하다가 결국 포기하게 됩니다. 목표한 일이 너무 커서 오히려 겁을 먹고 이루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이죠. 결국 그들은 바쁘다거나 준비가 덜 되었다는 이유로 ‘그 일’을 시작할 수 없다고 합리화합니다. 막상 좋은 기회가 왔을 때조차 ‘아직은 때가 아니야’ 하면서 오해하며 도전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시도하고 도전하면서 겪게 되는 온갖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수용하는 마음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것들을 온전히 순응할 때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온전히 수용할 때 지금을 살 수 있습니다. 지금을 살면 앞으로도 계속 잘 살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지금과 지금이 연속적으로 이어진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지나온 과거가 축적된 결과로서의 현재에 순응하고 온전히 수용할 때, 현재를 살 수 있습니다. 아쉬운 것은 아쉬운 대로 내버려두고 자신의 부족함과 방일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됩니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그 사람이 나한테 그렇게 하지만 않았어도…’, ‘세상은 정말 불공평해…’라는 마음은 큰 것을 바라는 탐욕의 독에서 기인합니다. 자신이 가진 역량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고 일정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조건들을 채우지 않았으면서 결과만 좋기를 바라는 것은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탐욕일 뿐입니다.
작년에 영화 <미나리>의 윤여정 배우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더니 최근에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오영수 배우가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을 받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60여 년의 세월 동안 꾸준하게 자기 길을 걸었고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권위의 상을 받게 된 것입니다. 이들이 가진 직업 정신이 우리에게 적잖은 것들을 시사해주고 있습니다. 삶의 우여곡절과 예상치 못한 시련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갔기 때문에 오늘날의 성취가 가능했습니다.
자기의 길을 찾기 위해서는 수많은 도전이 필요하며 실패에도 또다시 일어설 수 있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지금 이 순간, 자기 자신을 온전히 느끼면서 자신의 호흡으로 살아가면 진짜가 될 수 있습니다. 진짜인 나로서 도전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고 실패하면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시길 바랍니다.
도연 스님
카이스트(KAIST)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며 세계적인 물리학자를 꿈꾸었으나 그 길이 자신의 길이 아님을 알고 2006년 출가해 탁발과 참선, 마음챙김 명상을 중심으로 수행해오고 있다. 현재 봉은사에서 명상 지도법사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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