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緣起)와 공(空)
화령 정사 불교총지종 정사, 보디미트라 ILBF회장
불교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공(空)이라는 말은 많이 알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공이라는 말이 마치 불교의 대명사인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유행가 가사나 대중적인 시구에서도 가끔 공을 들먹이며 세상의 허무를 말하기도 한다. 공이라고 하면 왠지 텅 빈 느낌이 나고 허무하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그래서 공과 무(無)를 혼동하기도 한다. 그러한 혼동 때문에 불교라고 하면 염세적이고 허무를 강조하는 종교인 양 잘못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불교…
무상(無常)한 생명현상
유선경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학교 철학과 교수
생명체와 환경의 상호작용 지구상에 생존하고 있는 어떤 생명체나 생명현상도 사멸할 때까지 변하지 않고 그대로 머물러 있지 않는다. 모든 생명체나 생명현상은 그들 각각을 둘러싼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한다. 환경이 바뀌면 생명체에 크고 작은 변이가 생기고 이런 변이는 환경에 다시 영향을 미쳐 환경을 변하게 한다. 변화된 환경은 변이된 생명체에 다시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은 다시 환경으로 향한다. 생명체와 환경과의 끝없는 상호 의존은 이 생명체가 소멸할 때까지 …
거제도의 또 다른 섬,외도(外島)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 거제도. 한려해상국립공원을 품은 거제도에서 뱃길로 4km 정도 달려가면 해발 80m의 기암절벽에 둘러싸인 외딴 섬, 외도를 만나게 된다. 원래 외도는 전화나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원시적인 섬이었지만, 한 개인이 이국적인 정원으로 개발했다. ‘자연 그대로’의 풍경과는 달리 ‘잘 정비된’ 외도 풍경은 거친 자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주변의 무수한 섬들과 어우러져 색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인공 느낌이 싫다고 해도, “우리나라에도 이런 섬이 있구나” 하고 놀랄 만큼 …
거제도의 또 다른 섬, 외도(外島)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 거제도. 한려해상국립공원을 품은 거제도에서 뱃길로 4km 정도 달려가면 해발 80m의 기암절벽에 둘러싸인 외딴 섬, 외도를 만나게 된다. 원래 외도는 전화나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원시적인 섬이었지만, 한 개인이 이국적인 정원으로 개발했다. ‘자연 그대로’의 풍경과는 달리 ‘잘 정비된’ 외도 풍경은 거친 자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주변의 무수한 섬들과 어우러져 색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인공 느낌이 싫다고 해도, “우리나라에도 이런 섬이 있구나” 하고 놀랄 만큼…
스토리텔링 사찰 속으로
울진 불영사에 가면 의상 대사와 인현왕후를 만날 수 있다
손신영 (사)한국미술사연구소 책임연구원
울진 불영사에는 여느 절에서 볼 수 없는 ‘의상전’이 있다. 독특한 이름 덕분에 의상 대사가 창건한 절이라는 점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다. 위치는 대웅전과 탑이 자리한 중심 사역에서 벗어난 서쪽이다. 극락전과 응진전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정면 3칸 측면 1칸에 이익공(二翼工) 형식으로 구성된 맞배지붕의 작고 소박한 전각이다. 내부에는 편액에 걸맞게 의상 대사 상(像)을 중심으로 좌우에 의상·원효·청허·종봉[사명 대…
채식이 인류를 살린다
채식은 기후 위기 시대,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실천이다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녹색불교연구소소장
나는 육식과 생선을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이지만, 달걀은 먹는 오보베지터리안(Ovo-Vegetarian)이다. 또한 사회활동의 책임자로서 주변에 불편을 줄까봐 드물게 타협하긴 하지만, 나는 육류와 생선 앞에서 괴로움을 느낀다. 육식을 하지 않는 것은 내가 불자가 되면서 신념화되었고 환경운동을 하면서는 더욱 강화되었다. 실제 정육점에 고기들이 걸려 있는 것을 보거나 누군가 고기를 굽고 있거나 고기 사진만 봐도 짐승…
자살 1
자살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박찬국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
정당화될 수 있는 자살은 있는가?기독교를 비롯한 거의 대다수 종교가 자살을 금한다. 자살은 신이 주신 생명을 스스로 제거하는 짓이니 살인에 해당하는 죄라는 것이다. 불교 역시 원칙적으로는 자살에 대해서 부정적이다. 불교는 생명을 중시하는 종교이니, 자신을 살해하는 행위를 긍정할 리 없다. 그러나 불교는 다른 종교와는 달리 무조건적으로 자살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이는 불교의 역사에는 소신공양이라는 형태로 스스로 죽음을 택한 스님들이 존재하고, 이러한 스님들은 소중한 자신…
자살 2
불교의 자살 이해
백도수 능인대학원대학교 불교학과 교수
죽음과 자살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누구나 두려워하는 죽음은 두려워할 만하다. 때문에 죽음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우리는 타인의 죽음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죽음이 타인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죽음은 단순히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까이는 가족과 친지, 멀리는 이웃과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죽음은 의학적으로 생명의 중지, 심폐가 정지함을 말한다. 죽음을 앞둔 이들은 부정과 고립,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의 다섯 단계의 과정을 겪…
자살 3
그리스도교의 자살 이해
심현주 서강대학교 생명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희망 속에 살아나는 삶의 의지 촛불혁명이 일어난 해, “이게 나라냐”라고 밖으로 나와 구호를 외치던 수많은 사람들은 기필코 나라를 바꾸고자 했다. 그것은 상식 있고 살맛 나게 하는 나라에 대한 희망이었다. 정권이 바뀌고 3년이 지날 즈음 우리나라 자살률이 궁금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촛불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10여 년간 OECD 국가들 중 줄곧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까지 쓰지 않았던가. 정권이 바뀌고 사람들은 …
자살 4
자살 예방, 해법은 있다
오진탁 한림대학교 인문학부 교수
우리 사회에서 자살은 특정한 원인과 특정 사회계층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각계각층’에서 ‘각양각색’의 동기로 일어난다. 자살에서 발견되는 공통점, 자살이 마치 현실 고통의 해결책이라도 되는 듯이 죽음 이해가 부족해서 자살이 발생한다. 따라서 자살 예방은 미봉책이나 임시방편으로는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우리 사회의 죽음 이해와 임종 방식에 대한 총체적인 문제 제기가 선행되어야 한다. 자살하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자살자를 만나서 직접 들어볼 수는 없을까? 자살…
자살 5
자살은 한 개인의 어리석은 죽음일 뿐
- 형의 ‘불행한 죽음’을 떠올리며
허남결 동국대학교 불교학부 교수
『불교문화』의 원고 청탁을 받고 한참이나 망설였다. 하필이면 자살이 주제였기 때문이다. 나에게 자살은 가족사의 아픈 기억을 강제로 되새김질시키는 고문과도 같은 단어다. 그래서 자살은 처음부터 가치중립적인 개념이 될 수 없었다. 나는 기어이 오래전에 돌아가신 형의 안타까운 죽음을 소환하고 말았다.
형의 죽음을 발견하다 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고 현장을 목격하는 것은 어떠한 말로도 표현하기 힘든 슬픔과 정면으로 맞서야 하…
『법화경』 (2)
『법화경』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차차석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불교문예학과 교수
『법화경』 구성의 특징천태지의 이래 중국의 법화 사상가들은 전통적으로 『법화경』 28품을 2문6단으로 분류했다. 전반부 14품을 적문(迹門), 후반부 14품을 본문(本門)으로 처음 구분한 것은 남북조시대에 활동한 구마라습의 제자인 도생이었다. 이 2문을 다시 서분, 정종분, 유통분으로 구분한 것은 천태지의다. 중국의 전통 사상인 체용론에 의거해 『법화경』을 이해한 결과다. 본(本)·적(迹) 2문은 서로 다르게 묘사된 부처님의 성격을 …
다시 쓰는 재가열전|세속에 핀 연꽃
민병천 거사 정직과 불심(佛心), 그리고 인욕보살의 삶
정병조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민병천(1932~2011) 교수는 경기도 김포 출신이다. 경동고와 서울대 문리대를 나왔고 동국대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동국대 총장과 서경대 총장을 비롯해 통일문제연구소 이사장과 대한불교진흥원 이사장을 역임한 대표적인 현대 재가 불자 중의 한 분이다. 나는 그분과 교수 생활을 같이했고, 또 민병천 교수의 총장 재직 시절에 교무처장직을 수행하면서 그분을 도왔다. 온화한 성품과 이지적인 판단력으로 역경을 …
작은 것이 아름답다
밭을 가꾸다
김승현 그린 라이프 매거진 『바질』 발행인
상추와 애벌레10년 전 어머니가 오래된 아파트 단지로 이사를 가셨다. 각 아파트 동은 사방이 텃밭으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어머니는 이 모습에 눈을 반짝이셨다. 1946년에 태어난 어머니는 그 시절의 사람들 대부분이 그랬듯이 시골에서 자랐고 직접 길러 먹는 것이 당연했다. 어머니는 이삿짐이 정리되는 대로 가장 먼저 자신에게 할당된 1평 남짓한 그 공간을 채소를 기르기 좋도록 보고 배우신 대로 정리하기 시작하셨다. 땅에 구멍을 내고 다른 채소와 함께 상추를 심으셨다…
영적 건강
김종우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정의한 건강은 “단순히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은 상태만이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으로 만족한 안녕의 상태”다. 건강은 일차적으로 신체적 문제다. 눈에 보이는 바와 같이 몸에 병이 없다면 건강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 정신이 추가되었다. 정서나 마음이 신체적인 건강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사는 환경 역시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여기에 정신적인 것과는 다르게 독립적으로 ‘영적’이라는 개념이 포함되기도 한다. 영적 건강…
살며 생각하며
‘생각의 감옥’으로부터의 자유
정계섭 전 덕성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
20세기 미국이 낳은 위대한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 1842~1910)는 “나는 생각한다(I think)”는 잘못된 표현이라는 심오한 진실을 발견했다. 그것은 “비가 온다(It rains)”, “바람이 분다(It blows)”처럼 비인칭화해서 “생각이 난다(It thinks)”라고 해야 한다.요컨대 생각은 주인이 아니라 객(客)이라는 말이다. 숙고가 아닌 그저 떠오르는 ‘생각’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발생하는 사건이다.중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