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화경』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 현대적으로 이해하는 불교 경전 길라잡이

『법화경』 (2)


『법화경』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차차석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불교문예학과 교수



『법화경』 구성의 특징

천태지의 이래 중국의 법화 사상가들은 전통적으로 『법화경』 28품을 2문6단으로 분류했다. 전반부 14품을 적문(迹門), 후반부 14품을 본문(本門)으로 처음 구분한 것은 남북조시대에 활동한 구마라습의 제자인 도생이었다. 이 2문을 다시 서분, 정종분, 유통분으로 구분한 것은 천태지의다. 중국의 전통 사상인 체용론에 의거해 『법화경』을 이해한 결과다. 

본(本)·적(迹) 2문은 서로 다르게 묘사된 부처님의 성격을 구분한 것이다. 본(本)이란 부처의 본체(혹은 본불)를 의미하며, 적(迹)은 중생 교화를 위해 여러 가지 몸[化身]을 나타내는 수적(垂迹)을 말한다. 곧 석가족의 왕자로 태어나 부처가 되어 실상의 이치를 보인 것이 적문이라면, 「여래수량품」에서 무량겁 이전에 성불한 석가불의 참모습을 본문으로 인식한 것이다.

이러한 구분은 동북아 불교권의 교과서적인 이해 방식이었다. 그리고 근세까지 변함없이 계승되었다. 그러나 19세기 이후 서양의 실증 사학의 연구 방법에 의거해 『법화경』을 이해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법화경』은 동일한 시기에 편집된 책이 아니고, 시기에 따라 순차적으로 완성되었다는 견해다. 즉 크게 세 단계의 과정을 통해 현재의 『법화경』이 완성되었다고 본다.

또한 적문의 8품[방편품 제2~학무악인기품 제9]을 삼주설법으로 해석해왔다. 삼주설법이란 부처님이 법을 설하는 ‘정설(正說)’→ 제자들이 이해한 바를 아뢰는 ‘영해(領解)’→ 제자들이 이해한 것을 칭찬하고 부연 설명하는 ‘술성(述成)’→ 제자들의 미래 성불을 약속하는 부처님의 ‘수기(授記)’라는 네 단계가 법설주, 비설주, 인연주에 걸쳐 세 번 반복[三周]된 것을 말한다. 

법설주(法說周)란 상근기를 대상으로 제법실상의 법리를 그대로 밝힌 부분으로 「방편품」과 「비유품」 일부가 이에 해당한다. 비설주(譬說周)는 법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중근기를 위해 비유로 설법한 부분으로 「비유품」 후반과 「신해품」·「약초유품」·「수기품」이다. 인연주(因緣周)는 비유로도 이해하지 못하는 하근기를 위해 부처님과의 과거세의 인연을 설한 부분으로, 「화성유품」·「오백제자수기품」·「수학무학인기품」이 여기에 속한다. 이렇듯 경의 핵심 내용을 설한 뒤에 비유와 인연을 들어 그 이해를 돕는 삼주설법은 개삼현일(開三顯一)을 드러내는 『법화경』만의 방편 설법이라 할 수 있다. 다양성의 수용과 교화라는 점을 감안해 중국의 법화 사상가들이 이해한 방식이다.

그러나 『법화경』의 서사를 현대 소설의 구성 방식으로 바라보면 또 다른 짜임새를 엿볼 수 있다. 『법화경』은 마치 잘 짜인 한 편의 시나리오를 보는 듯 이야기 구조가 명료하다. 『법화경』은 ‘회삼귀일(會三歸一)’이라는 경의 핵심 사상을 갖가지 비유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칠보탑이 솟아올라 그 말씀이 진리임을 증명하고, 땅속에서 솟아오른 지용보살이 법의 유통을 부촉받는 등 상상을 뛰어넘는 역동성 있는 사건들이 복선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다. 서사의 중요 지점에서 ‘액자소설’과 다름없는 ‘비유’를 등장시켜 믿기 힘든 내용을 쉽게 전달하는 것도 『법화경』만의 특징이다. 각각의 서사들은 인과관계가 뚜렷해 흠잡을 데가 없다. 그뿐만 아니라 그것들이 추구하는 지향점이 진리의 구현이며, 결국은 인간의 행복으로 귀결된다고 할 때 참으로 바람직한 종교 서사의 전형을 보는 듯하다.


각 품의 전개와 주요 내용

근현대 『법화경』 연구가들은 『법화경』의 성립이 크게 세 단계를 거쳐 완성되었다고 본다. 즉 제1기에 성립된 원시8품이 삼주설법으로 적문의 핵심 내용을 설하고 있으며, 제2기에 성립된 「법사품」 제10~「촉루품」 제22에서는 법사(法師)를 등장시켜 『법화경』의 유통을 강조하는 한편 석가모니불이 무량겁 전에 성불했음을 밝혀 여래의 수명이 무량함을 드러낸다. 제3기에 성립된 이후의 품들에서는 불보살의 실천적 보살행과 서원 등을 보여줌으로써 불교도가 나가야 할 바를 밝히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서품」 제1~「촉루품」 제22까지의 구성을 보면 ‘발단-전개-고조-절정-대단원’의 구조를 취하고 있다. 

발단 : 「서품」 제1은 세존이 미간 백호에서 광명을 놓아 동방 1만8,000 세계를 비추자 미륵보살이 그 연유를 문수보살에게 묻는다. 이에 문수보살은 부처님이 『법화경』을 설하려는 전조임을 알려주며 ‘발단’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한다.

전개 : 「방편품」 제2는 ‘전개’가 시작되는 품으로 세존이 사리불의 청을 받아들여 법을 설하겠노라 답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세존은 개시오입(開示悟入)의 일대사인연 때문에 세상에 출현했으며, 여래는 다만 “일불승을 위해 중생에게 법을 설하니, 이승이나 삼승 등 다른 승은 없다”며 『법화경』의 대의를 선언한다[정설].

「비유품」 제3은 세존의 설법을 들은 사리불이 오늘에야 비로소 자신이 부처님의 아들이며, 부처님의 입에서 태어났으며, 법에서 화생했으며, 불법을 나누어 받았음을 알았노라고 고백하며, “성불을 이루어 모든 보살을 교화하겠다”고 맹세한다[영해]. 그러자 부처님은 그 맹세에 화답해[술성], 사리불에게 수기를 내리며[수기] 법설주가 끝난다. 

수기를 받은 사리불은, 자신은 법에 의심이 없지만 나머지 제자들은 아직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그 의혹을 여의도록 법을 설해달라고 청한다. 이에 세존이 ‘화택의 비유’를 들어, 여래는 삼승을 설해 중생을 인도한 뒤에 오로지 대승으로 제도해 해탈케 한다고 밝힌다[정설]. 

그러자 「신해품」 제4에서 수보리·가전연·가섭·목건련 등 4대 제자가 ‘장자궁자의 비유’를 들어 자신들이 부족했음을 고백하고[영해], 「약초유품」 제5에서 세존이 그들을 칭찬하며 ‘약초의 비유’를 들어 여래의 설법은 항상 ‘한 모양 한맛’이나 근기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이기에 처음부터 일체종지를 설하지 않는 까닭을 밝힌[술성] 뒤, 「수기품」 제6에서 4대 제자에게 수기를 내리며[수기] 비설주가 마무리된다.

삼주설법의 마지막 인연주는 「화성유품」 제7로 시작된다. 여기에서 세존은 자신이 무량겁 전의 대통지승여래의 16왕자로 태어나 사바세계에서 석가모니부처님이 되었으며, 무량겁 전의 그때 『법화경』을 설해 교화한 한량없는 중생이 바로 “너희 비구들과 내가 멸도한 뒤의 미래세의 성문제자”라며, 제자들과의 과거세 인연을 밝힌다. 또 ‘화성의 비유’를 들어 중생을 제도하려는 방편으로 소승의 열반과 대승의 열반을 설했음을 밝힌다[정설].

이어 「오백제자수기품」 제8에서 부루나와 오백 아라한에게 수기를 내리니, 오백 아라한들이 그 기쁨과 이해한 바를 ‘의리계주의 비유’로 아뢰고[영해], 세존은 계속해 「수학무학인기품」 제9에서 아난과 라훌라, 학·무학 2,000명에게 수기를 내리며[수기] 인연주가 끝난다.

「법사품」 제10에서는 여래 멸도 후 『법화경』을 수지·독송·공양하며 법을 설하는 법사(法師)를 가리켜 여래의 심부름꾼[使徒]이니 세존께 공양하듯 존중하라고 설한다. ‘법사’를 등장시켜 지금까지 설한 법의 유포를 당부하며 ‘전개’ 과정을 마무리한 것이다.

고조 : 「견보탑품」 제11에 이르면 땅속에서 솟아오른 칠보탑이 세존의 말씀이 진실임을 증명하고, 세존은 자신이 장차 열반에 들 것이라며 『법화경』을 부촉하겠다고 선언한다. 이어 「제바달다품」 제12는 제바달다에게, 「권지품」 제13은 마하파사파제와 야수다라 비구니에게 수기를 내리고, 「안락행품」 제14는 훗날 악세(惡世)에 『법화경』을 설하려면 신·구·의·서원의 4안락행에 머물러야 한다는 가르침을 내린다. 그러자 본문의 서분이기도 한 「종지용출품」 제15에서 땅 아래 허공에 머물던 지용보살이 용출해 다보여래와 부처님에게 문안을 드리는 광경을 연출하며 경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절정 : ‘절정’은 본문의 정종분인 「여래수량품」 제16으로 시작된다. 이 품에서 세존은 자신이 성불한 것은 무량겁 전이지만 중생 교화를 위해 방편의 열반을 보여왔다고 선언한다. 이후 여래 수량의 한량없음을 듣는 공덕을 설한 「분별공덕품」 제17, 『법화경』을 50번째 전해 듣고 기뻐하는 공덕을 설한 「수희공덕품」 제18, 『법화경』을 수지·독송·해설·서사한 공덕을 설한 「법사공덕품」 제19, 상불경 보살의 인행을 설한 「상불경보살품」 제20으로 이어지며 경의 유통을 부촉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대단원 : 그러다가 땅 아래 허공에서 솟아오른 미진수의 보살마하살이 부처님 멸도 후 『법화경』을 설하겠다고 맹세하는 「여래신력품」 제21로 전개되며 ‘대단원’을 이룬다. 세존은 이들 지용보살에게 사바세계에서의 『법화경』 유통을 부촉한다. 이어 「촉루품」 제22에서 문수사리 등 기존의 적화보살과 타방 국토에서 온 보살 등 법회 대중 모두에게 경의 유통을 당부하며 끝을 맺는다. 타방 국토에까지 경의 유통을 선언함으로써 법화사상의 포용력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법화경』은 이후 불보살의 인행과 수적(垂迹), 서원 등을 보여주는 「약왕보살본사품」 제23 - 「묘음보살품」 - 「관세음보살보문품」 - 「다라니품」 -「 묘장엄왕본사품」, 그리고 「보현보살권발품」 제28품으로 끝을 맺는다. 



차차석 동국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 보조사상연구원 기획실장 및 동국대, 금강대, 원광대, 서울대 강사를 역임했다. 현재 동방문화대학원대 불교문예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법화사상론』, 『중국의 불교문화』, 『불교상식백과』(공저), 『조계종사 고중세편』(공저) 등이 있고, 『법화사상』 등의 번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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