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이 인류를 살린다 | 캠페인 “육식을 줄이자”


채식이 인류를 살린다


채식은 기후 위기 시대,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실천이다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녹색불교연구소소장



나는 육식과 생선을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이지만, 달걀은 먹는 오보베지터리안(Ovo-Vegetarian)이다. 또한 사회활동의 책임자로서 주변에 불편을 줄까봐 드물게 타협하긴 하지만, 나는 육류와 생선 앞에서 괴로움을 느낀다. 육식을 하지 않는 것은 내가 불자가 되면서 신념화되었고 환경운동을 하면서는 더욱 강화되었다. 실제 정육점에 고기들이 걸려 있는 것을 보거나 누군가 고기를 굽고 있거나 고기 사진만 봐도 짐승들의 비명 소리가 들리는 듯해서 괴롭다. 

내가 좀 병적인가. 이로 인해 가족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 집에서 혹시 고기나 생선 요리 냄새가 나면 견디지 못하는 나 때문에 먹고 싶은 사람은 외부에서 먹고 와야 하고, 명절에 가끔 다른 가족이 고기나 생선을 사 와 조리할 때면 기겁을 해 더 이상 가족들은 집에서 먹을 엄두를 내지 못한다. 물론 나의 일방적 강요는 아니니 가정 내 독재자로 오해는 마시라. 


2021년 초파일 캠페인 ‘채식이 우리를 지킨다’

“부처님께서는 뭇 생명의 자애로운 어버이로서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지금 인류는 생태계 파괴와 지구 온난화로 절멸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제 기후 문제는 환경만이 아닌 인류를 포함한 뭇 생명의 생존 문제입니다.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비를 줄이고 우리의 생활방식을 바꾸어가야 합니다. 그중의 하나가 식생활입니다.

기후변화의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량 중 가축이 차지하는 비율은 17%입니다. 우리는 육류 소비를 줄이는 것으로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여 우리는 지구 생태계의 일원으로 다음과 같이 실천하기를 발원합니다.” 


필자가 관여하는 불교환경연대는 5월 12일부터 19일(음력 4월 1일~8일)까지 8일간 ‘채식이 우리를 지킨다’라는 캠페인을 전개했다. 위의 글은 그 제안문이다. 캠페인의 첫 번째 실천은 이 기간 동안 육식 대신 채식(蔬)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불어 적게(小), 웃으며(笑) 먹는 3소식을 전개하는 것이다. 두 번째 실천으로 ‘빈그릇운동’을 실천해 음식물 쓰레기를 남기지 않고, 세 번째로는 ‘일회용품과 비닐,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캠페인’이다. 그래서 이를 위해 각 사찰에서 신도들이 서약을 하도록 했고 그 서약서를 모아 불교환경연대에 보내도록 요청했다. 




전국 조계종의 교구본사와 주요 말사 등 4,000여 사찰에 ‘채식이 우리를 지킨다’는 채식 홍보 포스터를 디자인을 달리해 두 장씩 서약서와 함께 보냈다. 초파일이 지난 지금 여러 사찰에서 받은 수백 장의 서약서가 속속 도착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녹색 사찰을 협약한 절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었다. 

흥미로운 사건은 최근 불교환경연대의 홍보대사로 위촉된 두 분 중 에코 싱어인 라마 님은 본래부터 철저한 환경친화적인 생활을 해왔으며, 다른 한 분인 피아니스트 임현정 님은 우리의 캠페인에 동참하기로 결심하고 8일 동안 육식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우유, 달걀까지 먹지 않아 완전한 비건(Vegan) 채식을 실행해 주변을 감동시켰다는 말도 들었다. 

아무튼 이것으로 끝내지 않고 지속적인 캠페인을 전개하기로 해 하루에 최소 한 끼를 채식으로 하자는 ‘환경보살의 한끼채식운동’을 펴고 있다. 석탄 발전소를 없애거나 화석연료 사용 줄이기 등은 정부와 기업이 실천할 기후 위기 대응 정책이지만, 축산업을 줄이는 채식 운동과 탄소 흡수를 위한 나무 심기 운동은 시민 단체와 민간이 직접 할 수 있는 기후 위기 극복 실천이며, 특히 채식 운동은 종교적 전통과 교리에 근거해 불교가 실천해야 할 중요한 환경 실천이다. 


기후 위기, 토양오염, 수질오염, 해양오염의 주범이 된 축산업

한국만 해도 고기를 덩어리째 먹는 일은 최근이다. 대부분 소고깃국이나 설렁탕처럼 작은 살코기를 국물로 우려서 먹었다. 그러나 최근 축산업이 급격히 확장되고 사육 환경이 기계화되면서 세계의 육류 생산량은 지난 50년에 비해 무려 4배가 성장했다. 당연히 축산업을 키우기 위한 곡물과 사료 생산도 엄청나게 늘었고, 분뇨 발생과 그로 인한 토양오염과 수질오염은 심각해졌다. 

온실가스 전체 배출에서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17%라고 앞서 언급했다. 자동차, 비행기 등 운송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13.5%보다 높은 수치다. 또한 메탄가스는 바로 가축의 분뇨와 가스 등 축산업에서 주로 발생하며 이산화탄소보다 23배 더 온난화를 유발한다. (20년간은 84배) 이뿐만이 아니다. 아마존 열대우림의 70%가 목축과 곡식 재배 등 축산업으로 인해 이미 벌목되었다. 

또한 쇠고기 1kg을 생산하는데 약 2만L의 물을 소비한다. 그러나 토마토 1kg은 110L, 통밀 1kg은 525L의 물만 필요할 뿐이다. 농축산업의 담수 사용량 중 70%가 육류 생산에 사용된다. 햄버거 패티 4장을 생산하기 위해 1인이 샤워할 때 사용하는 6개월간의 물이 소비될 정도다. 

가축의 배설물은 전 세계의 호수와 강을 심각하게 오염시킨다. 축산 농가의 악취와 그곳에서 버려지는 분뇨 폐기물의 오폐수는 심각하고, 소 1만 마리가 배출하는 폐기물이 인구 11만의 도시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양과 같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수질오염의 대부분은 축산 농가에서 배출되는 다양한 오염원에서 비롯되며, 이를 장마나 홍수가 날 때 무단 방류하는 경우가 많아 심각하게 상수원을 오염시키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소와 돼지, 닭 등은 기계식 사육으로 참혹한 환경에서 자라고 그로 인해 질병 발생도 많아서 각종 항생제를 투여한다. 항생제를 먹은 가축의 분뇨가 거름이라는 이름으로 농지에 뿌려지고, 동물 사료를 목적으로 한 곡물 생산에 강력한 농약과 비료를 뿌려 더욱 심각하게 토양과 하천과 지하수를 오염시켜왔다.  


채식과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 

기후 위기 해결에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 환경운동  

온실가스가 최고조에 달한 뒤 매년 감소하기 시작하는 시점을 드로다운(drawdown)이라고 한다. 최근 환경운동가이자 기업가인 폴 호컨은 70명의 연구진이 중심이 된 ‘프로젝트 드로다운’을 구성해 솔루션 100가지를 연구, 집대성하고 120명의 분야별 자문 회의를 3단계에 거쳐 검토해 발행한 『플랜 드로다운』을 발표해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책은 기후변화를 위한 효과적인 솔루션 80가지를 제시했고 이를 수행할 경우 2020년에서 2050년까지 실제로 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의 책에서 소개한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 1위는 냉매 관리다. 뜻밖이었다. 수소화염화불화탄소(HCFC) 등 냉장고, 에어컨에 들어가는 냉매의 온난화 효과가 이산화탄소보다 1,000~9,000배가 크기 때문이다. 2위는 육상 풍력발전인데 해양용까지 합치면 엄청난 온난화 방지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도 그동안 알고 있던 상식과 사뭇 다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3위와 4위다. 3위는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고, 4위는 채식이었다. 음식물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것, 그리고 육식보다 채식을 하는 것이 이토록 실질적인 온난화를 막는 3, 4위의 크나큰 효과가 있다니 놀랍지 않은가? 냉매 관리나 원전과 화석연료 의존 에너지 정책에서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 중심으로의 전환이 대단히 중요하지만 이 일은 정부와 기업이 중심이 되는 실행 사업이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개인들이 할 수 있는 실천은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와 채식이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기후변화로 인해 원전이나 축산업은 타격이 있을지 모르지만,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사업의 고용 효과가 크니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계속되는 환경보살의 한끼채식운동

물이 담긴 그릇을 올려놓고 탁자 끝으로 조금씩 밀어보자. 처음에는 탁자 위에 놓여 있지만 어느 한순간 그릇이 떨어져 깨지고 물은 쏟아져 엎질러질 것이다. 깨어진 그릇, 쏟아진 물은 다시 회수할 수 없다. 기후 위기에서 바로 그 떨어지는 순간이 지구의 기온이 1.5℃ 높아질 때다. 현재 지구 기온은 약 1℃ 상승했고 이후 0.5℃가 더 상승하면 회복할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이다. 그전에 “드로다운”을 시켜야 한다. 그 시간이 불과 앞으로 10년, 2030년까지다. 

『법화경』의 삼계화택(三界火宅) 비유처럼, 세계는 지금 불에 타고 있는 집과도 같이 위태롭다. 이 불타는 상황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불교환경연대는 초파일 8일간 ‘채식이 우리를 지킨다’ 캠페인 이후 후속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한끼채식운동이다. 기후위기를 위해, 굶주리는 이웃을 위해, 미래 세대를 위해 하루에 한 끼 채식을 하는 캠페인이다. 그리고 발우 공양을 실천하며 음식물을 절대 남기지 않고 할 수 있으면 닦아 먹기까지 해서 주위에 다소 충격적인 모범을 보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일회용품은 큰 목소리로 거절하자. 비닐, 플라스틱보다 헝겊 장바구니를 사용해보자. 그리고 정부와 기업에 기후변화 정책을 요구하고 감시하는 활동을 해보자. 

위급한 지구적 사안 앞에 너무 사소한 실천처럼 보이는가? 어느 세월에 해결할 수 있을까 답답한가? 그러나 급격한 변화는 바로 사소한 행위의 집단적 확산에서 시작되었다. 1990년대 대부분의 남자들이 담배를 피웠지만 지금은 그 끊기 어려운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아주 소수가 되었다. 불과 20년 만의 변화다. 한때 오존층 파괴도 심각한 문제였지만 지금은 대체 물질 사용으로 오존층 문제는 사라졌다. 역시 불과 20년 만의 변화다. 진정한 위기는 ‘포기하는 당신의 마음’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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