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을 걷으면 성큼 산 빛이 다가오고
대통의 물소리는 높낮이로 흐르네
온종일 찾아드는 사람 드문데
귀촉도 홀로 제 이름을 부르네
- 원감 충지 스님(1226~1292)
붓다의 정골사리를 품고 있는 정암사 수마노탑
태백산 정암사 적멸보궁
지금도 아홉 구비를 돌고 돌아야 당도할 수 있는 강원도 두메산골 정선은 산이 성벽처럼 둘러싸여 있어 여전히 산은 높고 물은 맑아 봄부터 가을까지 각종 야생화가 피고 지며 노래하는 매우 아름다운 곳입니다. 오랜 옛날에는 남한강의 상류인 아우라지 물길을 따라 뗏목을 이용해 목재를 운반하던 중요한 나루터일 때도 있었고 석탄 산업과 더불어 나무와 물과 집이 온통 검댕을 뒤집어쓰고 있을 때도 있었으나 태백산 정암사는 구절양장(九切羊腸)처럼 구불구불 돌아치는 물굽이를 끼고 1,4…
철원 심원사
황금 멧돼지와 사냥꾼
철원 심원사에 모셔진 명부전의 지장보살상에는 황금 멧돼지로 화해 사냥꾼 형제를 살생에서 벗어나 출가하게 했다는 이야기가 철원 심원사의 ‘황금 멧돼지와 사냥꾼’이라는 창건 설화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다른 지장 도량과 달리 심원사는 ‘생지장 상주’ 영험 도량으로 알려져 있어 불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불교의 음식관
공만식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음식문화학 담당 대우교수
불교는 음식을 어떻게 생각하나? 불교에서 보는 음식관의 핵심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실마리는 초기 팔리 경전인 『장부니카야』, 「아간냐경」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아간냐경」의 전체 구조는 중생의 음식적 욕망이 늘어나면서 중생이 먹는 음식의 질은 그와 반비례해 악화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즉 우리가 먹는 ‘음식의 질은 우리의 윤리적 수준에 조응한다’는 것이다. 「아간냐경」은 지미(地味)라는 태초의 음식에 대해 중생이 갖게 된 음식적 욕망과 음식 질…
사찰음식의 원리
서혜경 전주대학교 명예교수
사찰음식이란 불교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기 위해 그들이 모여 사는 절이나 공동체에서 만들어 먹는 음식을 말한다.
태국, 미얀마, 스리랑카 등의 남방 국가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에서 신도들이나 일반인들이 마련한 음식을 스님들이 매일 아침 탁발해 얻어먹으면서 살아가므로 특별히 사찰음식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율장에 의하면 탁발을 할 때에는 여러 가지 규범이 있는데, 그 가운데 중요한 것은 특정한 음식을 요구해서는 안 되며, 신도들이 마련한 음식이라면 소중하게 생각하고 …
육식 금지의 의미와 실제
이자랑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원 HK교수
벌써 30여 년 전의 일이다. 일본 도쿄(東京)대학에서 유학 생활을 할 때 각국의 유학생들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스리랑카나 미얀마, 태국 등 소승불교권에서 온 스님들은 그전에 보아온 출가자의 모습과 다른 면이 많아 흥미로웠다. 한국 스님들의 잿빛 가사와 달리 이들은 눈부시게 밝은 주황색 혹은 짙은 자주색의 가사를 입었다. 그 화려한 색이 캠퍼스를 가로지를 때면 너무 신기해서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쳐다보곤 했다. 그런데 가사의 색깔보다 더 신기했던 것은 이…
재가자에게 권하는 불교식 식단
한수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강사
우리가 거의 매일 빼놓지 않고 고민하는 문제 1순위를 꼽는다면 아마도 그건 하루 세끼 ‘무엇을 먹을까’일 것이다. 여기서 ‘무엇’은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영양, 개인적인 선호, 맛, 외관 등 음식 선택의 기준에 따라 결정된 ‘음식’을 가리킨다. 그런데 다수의 사람은 음식을 선택할 때 ‘맛있는 음식’을 우선순위에 놓는다. 이러한 음식 선택 기준에 따라 육류, 패스트푸드 등과 같은 서구화와 육류 위주의 고열량 음식 섭취는 체중을 증가시켜, 비만, 당뇨, 고혈압 등 생활 습관형 질…
어느 화사한 봄날 사찰음식을 사유하다
새뮤얼 알렉산더 데니 주니어 상명대학교 서울캠퍼스 영어교육과 부교수
햇빛 화사한 5월의 어느 날 오후 나는 근무하는 대학을 나서 북한산 국립공원 자락에 안겨 있는 “금빛 신선”이라는 의미의 이름을 가진 금선사를 찾았다.
사찰음식에 대한 글을 쓰려고 마음먹은 날, 나는 이전에 내 학생이었으며 음식 블로거인 이상균 씨와 상의를 했다. 그는 “사찰음식은 채식이며 일반 한국 음식과는 매우 다른 식자재를 쓴다”고 말해주었다. 호경 스님도 그 말이 맞다며 만두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전통적으로 한식 만두는 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내가 하는 것들
임현정 피아니스트
먼저 고백을 하며 이 칼럼을 시작하려 한다. 지구의 입장에서 나를 보았을 때 지구가 나를 그다지 좋아할 것 같지는 않다. 나는 비행기, 플라스틱. 일회용 휴지, 수많은 종이, 육식, 전자 기계, 차를 이용하는 등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행위를 거의 매일 하고 있다.
환경에 관한 이 칼럼을 쓰고 있는 이 순간조차 전기뿐만 아니라 플라스틱과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컴퓨터 외에 많은 전자 기계들을 사용하고 있다. 마트에서 물 한 병을 사려고 해도 플라스틱을 사용해야 하고 그 물이 배달되는 과…
간화선의 세 가지 요소
수불 스님 안국선원 선원장
모든 사람에게는 불성이 있어서, 인연만 닿는다면 깨달음의 길이 열리게 마련이다. 간화선은 온몸으로 화두를 타파해 불성을 확인하는 수행이다. 한바탕 달려들어 신심과 원력을 다해 화두를 들고 바르게 참구한다면, 누구나 근본을 밝힐 수 있다. 다행히 불조께서 이 길을 보여주셨기 때문에, 이제 깨달음의 문은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 있다.
그런데 불교를 알아가다 보면 처음부터 수행하기란 쉽지 않다. 자기도 모르게 알음알이를 익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불교 공부를 하면서 알음알이로 만족하고 …
과학적 연구 방법론과 공(空)
홍창성 미네소타주립대학교 철학과 교수
(1) 나무에 불이 붙으면 연기가 난다.
(2) 나무에 불이 붙지 않으면 연기가 나지 않는다.
(3) 나무에 불이 더 붙으면 연기가 더 많이 난다.
불붙은 나무와 그것이 내뿜는 연기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는 위의 예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경험하는 현상 가운데 하나이다. 17세기 영국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1)을 존재표, (2)를 부재표, 그리고 (3)을 비교표로 부르며 이와 같은 현상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면 그것은 불과 연기 사이에 인과법칙적 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
디지털 휴먼, 욕망의 증장인가, 선교방편인가?
보일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학장
인류는 줄곧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서려는 욕망을 품고서, 수많은 시도를 통해 그 실현을 꿈꿔왔다. 최근의 메타버스와 디지털 휴먼 기술은 인간 존재의 공간적 한계나 단일한 신체에서 오는 생물학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디지털 휴먼을 매개로 한 ‘탈 육체성’의 시도이다. 일반적으로 디지털 휴먼을 가상공간, 즉 메타버스에서 활동하게 되는 아바타 정도로 이해한다. 하지만 최근 디지털 휴먼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전에는 단순히 인터넷 공간에서 나를 상징하…
깨진 심장 붙여주는 슈퍼 접착제
김경회 대구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
“오늘은 대학 입시 발표가 있는 날이다. 발표를 기다리며 초조하게 며칠 잠을 못 잔 탓에 토끼 눈으로 지원한 대학의 교문 앞에 이르렀다. 합격자 벽보가 붙어 있는 장소를 향해 종종걸음으로 걸어가고 있다. 작년에 겪었던 낙방의 쓰라림이 재현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심장은 벌써 두 근 반 세근 반 뛰고 있다. 이미 제정신이 아니다. 후들거리는 발걸음을 재촉하며 합격자 벽보에 이르러 차례로 읽어 내려가는 순간 모든 것이 또 무너져 내리는 아찔함을 맛보고 있다. 작년, 재작년…
생활 속에서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수행을 위하여
최광봉 대원아카데미 동문
1983년 대학생과 지도 법사로 만난 붓다팔라 스님과의 인연으로 2020년 7월 34년간의 직장 생활을 마무리하고 퇴직 후의 새로운 생활에 대한 결의와 그동안 막연했던 수행 체험을 하고자 한 달간 계획으로 입재를 했다
마침 붓다팔라 스님도 코로나19로 인해 조계종단에서 부여받은 인도 부다가야 ‘분황사’ 건립 임무도 잠시 미루고 김해 아라마에 계셔서 직접 수행 지도와 이론 공부를 할 수 있어서 더더욱 좋은 기회가 되었다.
총무를 맡은 법우가 수행하는 방법을 비롯해 아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