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사한 봄날 사찰음식을 사유하다 | 음식 문화

어느 화사한 봄날
사찰음식을 사유하다


새뮤얼 알렉산더 데니 주니어 

상명대학교 서울캠퍼스 영어교육과 부교수



햇빛 화사한 5월의 어느 날 오후 나는 근무하는 대학을 나서 북한산 국립공원 자락에 안겨 있는 “금빛 신선”이라는 의미의 이름을 가진 금선사를 찾았다.

사찰음식에 대한 글을 쓰려고 마음먹은 날, 나는 이전에 내 학생이었으며 음식 블로거인 이상균 씨와 상의를 했다. 그는 “사찰음식은 채식이며 일반 한국 음식과는 매우 다른 식자재를 쓴다”고 말해주었다. 호경 스님도 그 말이 맞다며 만두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전통적으로 한식 만두는 돼지고기를 사용하지만 사찰 만두는 두부, 호박꽃, 김치 등으로 만든다고 했다. 또 하나 절집에서 주목할 만한 요리는 연잎밥이다. 연잎이 자연 보존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는 호경 스님의 말씀이 흥미로웠다. 과거에 스님들은 연잎을 이용해 밥을 몇 달 정도는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연잎은 또한 재사용할 수 있어 일종의 자연 재활용이 가능하고 음식을 생태 보호적으로 다룰 수도 있게 해준다.

무경 팀장과 호경 스님은 오신채 등의 금기 음식은 불교가 인도에서 중국으로 전래된 후 생겼다고 했다. 본래 인도에서 스님들은 무엇이든 공양 받은 것을 먹었다.

인도에서는 스님들이 탁발을 나가면 일곱 집을 방문했고, 무엇이든 공양 받은 것을, 마늘이나 고기 등이 들어 있어도 상관없이 기쁘게 받아왔다.

그러다가 불교가 중국에 전해지자 놀랍게도 이 모든 것이 변했다. 기존의 도교 철학과의 융합이 일어난 것이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한국 불교에서는 오신채를 금하는 등의 일부 식단 제한을 하고 있는데, 이는 화를 쉽게 내지 않고 침착한 마음을 유지하며 참선에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가르쳐왔다고 한다.



서울 금선사에서 호경 스님과 함께한 데니 주니어 교수


내가 금선사에서 체험한 사찰음식의 또 다른 주요 차원은 건강상의 혜택이다. 호경 스님은 “사찰음식을 먹으면 스스로 건강을 회복하는 기능이 활성화된다”라고 했다. 불필요한 지방, 단백질의 섭취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고혈압 등의 유해한 질병과 싸우는 데 도움이 되고 심지어 암 투병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불교가 머릿속 복잡한 생각을 비우고 마음을 비우라고 독려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장에도 불필요한 음식을 비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3일간 사찰음식을 먹은 후 몸이 갑자기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는 무경 팀장의 말처럼 독자들도 템플스테이에 참여해서 한번 경험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더불어 자연을 좀 더 가까이 느껴보고, 마음을 새로이 하고,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사찰음식을 통해 일상의 힘든 것들을 털어내고 회복하기를 바란다.

번역 / 로터스불교영어연구원

새뮤얼 알렉산더 데니 주니어(Samuel Alexander Denny, Jr.)
상명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영어교육과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6년째 한국에 살고 있으며, 한국의 지역 역사를 탐구하고, 로얄아시아학회 한국지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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