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자에게 권하는 불교식 식단 | 음식 문화

재가자에게 권하는
불교식 식단


한수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강사



우리가 거의 매일 빼놓지 않고 고민하는 문제 1순위를 꼽는다면 아마도 그건 하루 세끼 ‘무엇을 먹을까’일 것이다. 여기서 ‘무엇’은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영양, 개인적인 선호, 맛, 외관 등 음식 선택의 기준에 따라 결정된 ‘음식’을 가리킨다. 그런데 다수의 사람은 음식을 선택할 때 ‘맛있는 음식’을 우선순위에 놓는다. 이러한 음식 선택 기준에 따라 육류, 패스트푸드 등과 같은 서구화와 육류 위주의 고열량 음식 섭취는 체중을 증가시켜, 비만, 당뇨, 고혈압 등 생활 습관형 질병을 유발하고 있다. 또한 과도한 육류 소비는 생태계 파괴, 유해 가스 배출로 지구 온난화 현상 등 사회문제와 동물 사육에 관한 윤리적 문제 등을 직면하게 했다.

이에 사회에서는 이러한 사회적 난제의 해결 방법을 사찰음식에서 찾고 있다. 출가자는 어육류, 우유·유제품, 유지류, 당류 등과 같은 맛있는 음식[美食]을 일부러 걸식해서 먹지 말라는 색미식계(索美食戒)와 육식을 하지 말라는 불식육계(不食肉戒)를 지키기 위해 우리나라 사찰에서는 채식 위주의 식단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사찰음식은 바로 그 문제 요소가 되는 육류와 가축에서 얻을 수 있는 난류, 우유·유제품 등을 사용하지 않는 철저한 채식주의인 비건(vegan) 식단이어서, ‘사찰음식=건강식’이라는 등호와 함께 생태계와 동물복지 문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식생활로 인식되고 있다.


영양소의 균형 유지
그럼 채식만 하면 누구나 건강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그럴 수도 있고 또 아닐 수도 있다. 육류에는 음식을 통해서만 신체에 공급할 수 있는 아홉 가지 필수아미노산을 비롯해 비타민 B6, B12 등을 함유하고 있다. 특히 아미노산은 세포가 생명 활동에 필요한 효소를 만들고, 에너지 제공에 주요한 유기 화합물이다. 비타민 B12는 주요 급원 식품이 동물성 식품이어서 채식주의 식단에서는 결핍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칼슘 등 무기질의 주공급원인 우유·유제품은 골격 형성 및 유지를 돕고, 다양한 생리 기능을 조절하게 한다. 이렇듯 영양소에 따라서는 동물성 식품 섭취로 공급받을 수 있어 채식 위주의 식단이 반드시 합리적이라고는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다행히도 육류와 우유·유제품에 있는 영양소들은 채식으로도 보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육류는 두류, 견과류, 파래·김 등의 해조류, 마른 표고 등으로 대체할 수 있고, 칼슘은 미역, 김·감태 등의 해조류, 브로콜리, 깻잎, 상추, 김치 등의 채소류와 두부·대두 등의 두류 섭취로 신체에 공급할 수 있다. 하지만 식물성 식품에는 대체할 수 있는 양이 소량이거나, 신체 흡수율과 생체 이용률이 낮은 편이어서 동물성 식품으로 섭취할 때와 동일한 분량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양을 먹어야만 한다. 또한 육류에는 필수아미노산이 모두 함유되어 있지만, 식물성으로 대신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식품을 각각 섭취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게 되면 식물성 식품이 포함하고 있는 영양 성분이 과도해져 그에 따른 질병을 초래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마른 표고에 함유된 퓨린의 과잉 공급은 통풍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결국 육식과 채식 식단 모두 한 가지 식품만을 섭취하면 영양소의 과잉이 일어나 질병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영양소의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다양한 식품을 필요량만큼만 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듯 육식과 채식은 상호 보완적이라고 할 수 있다. 붓다는 만약 출가자가 병에 걸려 미식이 필요할 때는 스스로 음식을 걸식해서 먹어도 된다는 규정을 색미식계의 세부 규칙으로 두었다. 이와 같은 색미식계의 예외 규정은 영양소의 결핍과 과잉을 방지하려는 방편으로 이해해도 좋을 듯하다.


하루 음식량의 적절한 배분
붓다는 족식계(足食戒)를 제정해 제자들에게 배불리 먹으며 과식하지 말고 적당한 양만큼만 먹고, 음식에 탐착해 과식하지 않는 것을 출가자의 식생활 실천 덕목으로 규정했다. 신체가 필요로 하는 양 이상의 과도한 음식 섭취는 체중을 증가시키고, 비만을 유발해, 생활 습관형 질병을 초래한다. 반대로 과도한 소식이나 단식은 충분한 열량이 제공되지 않아 체중이 감소하고, 영양소 부족을 불러와 이 역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과도하게 배부르지도 않으면서, 신체 활동에 필요한 열량을 공급할 수 있을 정도의 적절한 음식량을 알고, 필요량만큼만 섭취해야 건강한 신체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붓다는 이를 실천할 수 있도록 걸식하는 발우의 크기를 상·중·하로 나누어 출가자가 자신의 식사량에 맞는 발우를 선택해 걸식하게 했다. 출가자 개인마다 신체적 조건이 다르므로 획일적인 크기의 발우로 걸식하면 걸식량을 조절하거나 가늠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적당한 양을 받을 수 있는 크기의 발우를 선택함으로써 출가자는 음식량을 조절하기가 훨씬 쉬웠을 것이다.

아울러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초기 불교에서부터 불교가 지향한 출가자의 공양 횟수와 형태는 재죽이식(齋粥二食)이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출가자에게 아침에는 죽을 먹고, 점심에는 일반식을 먹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점심 이후로는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초기 불교에서는 참선 중심의 정적 활동을 했기 때문에 많은 열량이 필요치 않았을 것이나 장시간의 공복도 신체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비시약(非時藥) 또는 비시장(非時漿)이라고 하는 건더기가 없는 과일 음료나 꿀물 등을 마시게 했다. 이에 반해 육체노동을 장려한 중국 선종에서는 저녁을 약석(藥石)이라고 칭했는데, 노동으로 소진된 열량을 보충하기 위해 간단히 요기할 수 있는 죽 형태의 음식을 저녁으로 공양하기도 했다. 이러한 불교의 식생활 형태는 신체 활동과 그에 필요한 열량만큼의 음식을 섭취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불교에서 추구하는 하루의 식사 형태는 죽·밥·죽으로 죽식을 장려하고, 약·중·약의 식사량이다.

율장에 따르면 초기 불교에서는 승가 소임 중 죽분배자(yāgubhājaka)가 있었고, 대승불교 흥기에 쓰인 힌두교 문학작품에서는 불교의 아침 죽식을 비난하는 글도 나타난다. 이는 불교에서 오전 죽식을 권장하고 있음을 뜻한다. 율장마다 붓다가 죽의 이로움을 설한 내용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죽을 섭취하면 소화와 배변에 용이하고, 배고픔과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죽식의 권장은 출가자가 밤 동안에는 정적이고 긴 시간 공복 상태에 있어, 오전과 저녁에 밥과 같은 과한 식사는 위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소화하기 쉬운 죽을 섭취하는 것이 합리적임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비단 출가자뿐만 아니라 재가자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불교도를 위한 식단 구성 제안
그렇다면 하루 동안 얼마만큼의 음식을 섭취해야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2020년 보건복지부에서는 성별·연령별로 분류해 1일 에너지 필요 추정량에 따른 6가지 식품군별 영양섭취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세끼 식사와 간식으로 나누어 충족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에 필자는 다음의 <표 1>에서와 같이 성인 하루 1,900kcal 섭취를 위한 한국인 영양섭취기준을 만족하면서도 불교 교리가 반영된 식단을 작성하여 보았다. 식단계획 시 고려 사항으로는 아침과 저녁 식단은 가벼운 식사가 되도록 곡류의 조리법과 찬류의 가짓수를 점심과 차별화하였고, 특히 아침은 불교의 권장식인 죽식으로 구성하였다. 또한, 동물성 식품은 배제하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콩류·견과류·해조류·버섯류 등의 식물성 식품을 활용하여 다양한 조리법을 적용해 영양소의 결핍이 없도록 계획하였다. 다만,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에게서 결핍되는 영양소가 칼슘이어서, 칼슘 섭취 부족으로 인한 질병 예방을 위해 간식으로 우유를 배분하였다.


이처럼 음식 섭취에 있어서 음식에 대한 마음의 중도는 음식 선택의 중도로 이어져 신체적 중도로 이어진다. 그러나 우리는 이 음식의 중도를 지키지 못해 질병으로 고통받고, 사회적·환경적 손실까지 끼치고 있어, 그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사찰음식의 권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점에서 불교도다운 음식 섭취는 ‘무엇을 먹지 말아야 하는가’가 아닌 ‘어떻게 먹어야 건강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음식의 중도를 지키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불교가 지향하는 음식 문화라고 생각한다.

<표1> 성인 하루 1,900kcal 섭취를 위한 불교식 식단 계획안

한수진
동국대학교 대학원 불교학과에서 「불교 계율(戒律)에 나타난 식문화 연구」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 불교대학 강사로 재직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 선종 공양 의례의 실제와 특징 이해」, 「율장(律藏)에 나타난 약이 되는 음식(飮藏)」 등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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