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에서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수행을 위하여 | 나의 불교 이야기

생활 속에서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수행을 위하여


최광봉
대원아카데미 동문



1983년 대학생과 지도 법사로 만난 붓다팔라 스님과의 인연으로 2020년 7월 34년간의 직장 생활을 마무리하고 퇴직 후의 새로운 생활에 대한 결의와 그동안 막연했던 수행 체험을 하고자 한 달간 계획으로 입재를 했다

마침 붓다팔라 스님도 코로나19로 인해 조계종단에서 부여받은 인도 부다가야 ‘분황사’ 건립 임무도 잠시 미루고 김해 아라마에 계셔서 직접 수행 지도와 이론 공부를 할 수 있어서 더더욱 좋은 기회가 되었다.

총무를 맡은 법우가 수행하는 방법을 비롯해 아라마 생활 규칙, 수행복 지급 등을 간단히 안내하고 좌념과 행념을 1시간씩 번갈아가면서 수행하라고 일러주었다. 그리고 이틀에 한 번씩 큰스님께 수행 점검을 받으면 된다고 했다. 아라마 생활은 단순했다. 수행, 수행 점검, 울력, 사티 마스터 워크숍·수행 지도 교육 참석 등이 중심으로 하루 일정은 새벽 4시 기상, 예불·수행, 6시 조공(간단한 죽), 7시 수행 점검(격일), 울력, 9시 수행, 10시 30분 점심, 이후 시간은 자유 수행, 저녁 공양은 없다.

첫날 한나절은 빈둥빈둥하다 다음 날 선원에 올라가서 좌념을 한다고 폼 잡고 앉아 있었으나 하루 종일 졸렸다. 바깥은 찌는 듯한 무더위이나 선원 안은 시원하고 쾌적하지만 앉아 있자니 어깨, 허리, 무릎 통증에 지루함까지, 이러한 고통이 지속되었고, 3일이 지나자 조금 편안해지는 듯했다.

길고 지루한 3일 동안은 고통에 대한 분노, 고통을 참을 수 없는 나 자신에 대한 실망, 순간적으로 나약해지는 절망감 등이 수시로 밀려들었다. 일주일 정도 지나니 조금 익숙해져 하루 7∼8시간, 열심히 하면 10시간을 넘긴 경우도 가끔 있었다. 수행의 진도보다 그저 수행을 지속적으로 끈기 있게 할 수 있는 버티기를 좀 이루었다는 데서 스스로에게 대견함과 희열감을 맛보기도 했다.

“스승에게 수행 점검받는 것이 수행의 전부다.” 수행 점검표에 적힌 문구다.

수행 점검은 수행을 하든 안 하든 이유를 불문하고 진행되었기에 큰 압박을 받는 숙제였다. 그래서인지 좌념, 행념은 물론 울력할 때나 쉬는 시간에도 점검받을 사항을 만들기 위해 수행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행 점검은 모든 활동을 수행의 순간으로 유도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점검을 통해 스님의 격려와 새로운 다짐과 결의, 같이 수행하는 도반들과의 수행 경쟁심 이런 것들이 힘든 순간을 견디게 만드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공부하는 데는 도반도 필요하고 스승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짧았지만 한 달간의 수행 경험은 나에게 많은 변화를 주었다. ‘수행은 힘듦’에서 ‘수행은 편안함’으로 바뀌었으며, 일상생활에서 수행을 적용할 수도 있게 되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수시로 짬 나는 시간마다 알아차림하는 계기도 되었다. 또한 수행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수행 방법을 안내할 수 있는 자격도 받았다.

며칠 전 친구로부터 군법당 법회 운영을 같이해보자는 연락을 받았다. 그렇지 않아도 대원아카데미(구, 대원불교문화대학 불교심리상담학과)를 졸업하면서 그동안 도반들과 함께 배우고 익힌 것들을 어디에서든 나눠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제부터라도 미흡하고 부족하나마 시대를 함께한 인연들과 함께 필요한 곳에서 더 정진하는 계기를 만들어나가고 싶다.

수행이 생활 속에서 어떻게 삶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를 여전히 고민하면서….

최광봉
34년간의 공무원 생활을 마무리하고 현재 ICT컨설팅 회사에 근무하고 있다. 대원아카데미(구, 대원불교문화대학 불교심리상담학과)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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