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음식관 | 음식 문화

불교의 음식관


공만식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음식문화학 담당 대우교수



불교는 음식을 어떻게 생각하나? 불교에서 보는 음식관의 핵심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실마리는 초기 팔리 경전인 『장부니카야』, 「아간냐경」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아간냐경」의 전체 구조는 중생의 음식적 욕망이 늘어나면서 중생이 먹는 음식의 질은 그와 반비례해 악화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즉 우리가 먹는 ‘음식의 질은 우리의 윤리적 수준에 조응한다’는 것이다.  

「아간냐경」은 지미(地味)라는 태초의 음식에 대해 중생이 갖게 된 음식적 욕망과 음식 질의 하락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때 지미(地味)는 물 위에 퍼져나갔다. 이것은 마치 끓인 우유죽의 표면이 식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퍼져나갔다. 그것은 색깔과 향과 맛이 있었는데, 그 색은 달콤한 기(ghee)나 버터와 같았고 그 맛은 아주 맑은 꿀과 같았다.

비구들이여, 그때 천성적으로 탐욕스러운 어떤 중생이 “이게 뭘까?”라고 생각하며 손가락으로 지미의 맛을 보았다. 지미를 맛보았을 때, 그는 즐거운 느낌이 들었고 그에게 욕망이 생겨났다. 다른 중생들도 그 중생을 따라 손가락으로 지미를 맛보았다. 그들도 또한 즐거운 느낌이 들었고 욕망이 생겨났다. 비구들이여, 그때 이 중생들은 손으로 입이 터지게 지미를 먹기 시작했다.


 「아간냐경」은 중생의 탐욕으로 이상적인 음식의 질이 탐욕과 반비례해 악화되어가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한역 경전인 『세기경』 또한 비윤리적 행위에 의해 태초의 이상적인 상태의 음식이 악화되어가는 과정을 설명한다.


이 세상에는 껍질이 없고 저절로 자라는 쌀이 있었다. 그것은 하얀 꽃다발을 닮았고 도리천의 음식 같은 다양한 맛을 지니고 있었다. 그 땅에서는 항상 저절로 나타나는 밥솥이 있었다. 그곳에는 염광(焰光)이라 불리는 보배 구슬이 있었으며 그것을 솥의 밑에 두면 밥이 되고 밥이 되면 빛이 사라졌다. 따라서 땔감을 구할 필요도 없었으며 사람이 공을 들여 노력할 필요도 없었다.


이러한 이상적인 음식은 인간의 비윤리적 행위에 의해 악화된 상태를 말한다.


이때 사람들은 많은 올바르지 못한 짓을 했으며 삿되고 전도된 견해를 가지고 있었으며 열 가지 악업을 저질렀다. 이러한 악행 때문에 세상에 비가 내리기는 하나 모든 풀들은 말라 죽고 오곡은 익지 않았으며 단지 줄기와 잎만 남았다.


『세기경』, 「삼중겁품(三中劫品)」은 중생의 윤리가 타락한 이후의 음식의 질에 대해 묘사하고 있다. 이 경전은 ‘불선법’이 만연한 사회에서의 음식의 상태에 대해 상세히 서술하고 있는데, 이 시기는 ‘기아겁(飢餓劫)’이라고 불리며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1) 사람들이 악행을 행하자 비는 내려도 모든 풀들이 시들었다. 오곡은 영글지 않았으며 줄기와 잎사귀만 남았다. 사람들은 길과 도로의 더러운 땅에 버려진 곡식을 먹고 생존했다. 이것을 ‘기아(飢餓)’라고 한다.

2) 기아겁에 사람들은 길거리와 시장의 도살장과 무덤가에서 뼈들을 모아 그 뼈를 고아 우러난 국을 먹고살았는데 이것을 ‘백골기아(白骨飢餓)’라고 한다.   

3) 기아겁에는 파종한 오곡은 초목으로 변했으며 초목의 꽃이 떨어지면 밟혀 땅속에 묻힌 그 꽃들을 파서 삶아 먹으며 살았는데 이것을 ‘초목기아(草木飢餓)’라고 한다.


이상적인 최상의 음식 상태에서 조악한 형태와 질의 음식으로의 전화를 야기한 인간의 비윤리성은 음식을 가져다주는 ‘자연계의 악화’를 전제한다. 이전에 중생이 살기에 가장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었던 자연계는 중생의 악행과 사견과 더불어 중생이 살아가기 가장 어려운 공간이 된다. 

『아비달마대비바사론』은 십불선법(十不善法)이 자연과 음식과 인간의 수명을 악화하는 본질적 원인으로써 기능한다고 서술하고 있다. 또한 『짜까밧띠시하나다경』에 따르면 십불선법(十不善法)으로 인간의 수명이 8만 세에서 10세로 단축되면, 기(ghee), 버터, 참기름, 당밀, 소금과 같은 맛있는 식자재는 사라지고 인간은 주식으로 피(稗)와 같은 거친 음식을 먹기 시작한다고 한다. 불교 경전들은 중생의 악행으로 인한 ‘악화의 사이클’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1) 비윤리성이 자연계의 상태를 악화시킨다.

2) 자연계의 손상은 음식의 질을 악화시킨다.

3) 음식의 손상된 질이 인간 수명을 단축시킨다.


인간의 욕망과 비윤리성은 물질적 음식이 야기하는 번뇌에 기인한다고 불교 문헌들은 말하고 있다. 팔리 주석 문헌인 『청정도론』은 물질적인 음식(kabaḷīkāra āhāra)이 가진 위험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음식이 존재할 때, 욕심이 존재하고 기쁨이 존재하고 탐욕(渴愛, craving)이 존재한다.

『아비달마순정리론』은 음식을 애착의 원인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 설일체유부 논서는 나아가 음식에 대한 애착이 생기는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음식을 통해 희구하고 애착하는 마음이 생긴다.

이로 인해 여러 즐거운 느낌이 생기며

즐거운 느낌으로 말미암아 애착들이 생겨난다.

애착이 생기고 나면 이것에 집착해 필요한 것으로 여긴다.

때문에 음식을 애착의 가까운 원인이라고 한다.


21세기 들어 음식 이슈는 단지 건강상의 문제에만 머물지 않고 지구적 차원의 기후, 환경문제 등과 직접적 관련성이 있는 지구적 문제로 인식되게 되었다. 불교 경전이 이미 파악하고 있듯이 음식은 자연과 인간을 매개하는 필수불가결한 연결 고리로 자연은 인간의 인식과 행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며 또한 자연은 음식을 통해 인간의 행위에 조응하는 결과를 돌려준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음식은 일상의 차원에서 매일 구체적으로 자연과 그 자연에 작용하는 인간의 인식과 행위의 질적 수준을 나타내는 리트머스 시험지로써 기능하며 인간이 자연과의 관계에서 그 윤리성을 확보할 때 음식은 인간의 윤리성에 걸맞은 이상적인 질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공만식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졸업 및 동 대학원 석사, 인도 델리대에서 인도 불교사와 초기 불교로 박사를, 영국 런던대 SOAS와 킹스컬리지에서 음식학과 종교학을 수학하고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방문화대학원대 대우교수로 있다. 저서에 『불교음식학 - 음식과 욕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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