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이 염불 수행을 해야 하는 이유|염불

현대인이 염불 수행을
해야 하는 이유

김용표
동국대학교 불교학부 명예교수

고성 건봉사 만일염불 철야기도에서 불자들이 나무아미타불 정근을 이어가고 있다. (출처|불교신문)

염불 신앙의 대중성과 종교성
염불 신앙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쉬운 수행의 길[易行道]’이다. 초기 불교 시대부터 시도되어온 불교의 대중화 과제는 대승의 염불 신앙으로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불보살의 위신력(威神力)과 가피(加被)에 대한 신앙은 동아시아 불자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불교의 대중화를 이끌었고, 불교의 종교적 지평을 크게 넓혀주었다. 염불 신앙이 지닌 이러한 대중성과 종교성은 과학 문명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도 여전히 그 가치와 빛을 발하고 있다.

현대인의 삶과 가피 신앙의 심리적 동인
현대인은 고도의 정보 문명과 복잡한 사회 시스템에 적응하느라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정하고 피폐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물질주의 풍조와 기계적인 인간관계에서 오는 소외감과 박탈감, 무의미한 일상의 반복, 질병과 죽음 앞에서의 무력함 등으로 인해 늘 두려움과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묘법연화경』의 「관세음보살보문품」에는 인간이 겪는 고통을 칠난과 삼독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 ‘오탁악세(五濁惡世)’로 표현되는 이 시대에 인간은 자연 재난의 위협, 인간관계에 의한 고통,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탐진치로 인해 일어나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무력하게 서 있다. 불교의 타력 신앙은 이러한 마장과 업보 앞에서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나약함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실존적 고백을 바탕으로 시작되었다. 염불 신앙은 불보살의 자비 원력에서 희망을 찾고자 한다. 절망하는 이들을 버리지 않고 다 받아주는 불보살의 ‘섭취불사(攝取不捨)의 원력’에서 존재에의 용기와 희망을 발견한 것이다.

염불의 감응
현대인 대부분이 겪고 있는 구조적인 불안이나 소외감, 삶의 외로움과 무의미성에서 오는 좌절감 등의 해결에 염불 수행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염불은 무엇보다도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없애주고 마음의 안식을 가져다준다. 물론 불교의 여러 수행이 공통적으로 마음의 평화와 궁극적 해탈을 지향하고 있지만, 염불이야말로 가장 종교적인 따스함을 주는 신행문이다. 염불은 고통받는 이들에게 희망의 빛을 던져주는 아이콘이며, 불보살의 대비원력으로 인간의 근원적 고통인 죽음의 공포까지 벗어나게 해주고, 삶의 궁극적 의미를 찾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여의주이다.

지극한 마음으로 염불하면 반드시 불보살의 감응(感應)이 있다. 내가 먼저 불보살을 생각하고, 그 이름을 부르면 이에 응답해 자비의 손길을 내밀어주는 것이다. 이를 칭명(稱名)염불이라고 한다. 나의 간절한 칭명으로 감응해 나타나는 것이 가피력이다. 우리가 감응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은 내 안에 불보살과 꼭 같은 불성의 생명이 서로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

두려움과 온갖 고액을 없애주는 관세음보살은 ‘시무외대비성자(施無畏大悲聖者)’로 불린다. 관세음보살은 과거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부처님을 섬겨오면서 크고 청정한 서원을 세웠다. 이 보살은 중생의 근기와 필요에 따라 여러 화신으로 나타나 그의 이름을 부르는 이들의 음성을 관찰하고 바로 구제의 손길을 내민다고 설한다.

“모든 선남자·선여인이여, 두려워하지 말라. 그대들은 한마음으로 관세음보살을 부르라.
이 보살님은 능히 두려움 없는 힘으로 중생의 두려움을 보살펴주시는 분이니 그대들이 그 이름을 부르면 이 원적들에서 벗어나 해탈하게 될 것이다.”
- 『묘법연화경』 「관세음보살보문품」

불교의 역사를 통해서 전해오는 수많은 영험의 기록들은 염불의 종교적 효과를 잘 말해주고 있다. 예를 들면 당나라 현장(玄奘, 602~664) 법사는 험난한 서역에로의 구법 여행길에서 관세음보살의 가피력으로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나 마침내 큰 도업을 성취할 수 있었다.

염불은 시방 삼세의 삼보에 지극한 마음으로 귀명하는 신앙 고백이며, 우리가 원하는 일에 대한 감응을 청하는 기도이다. 그러므로 발원을 하거나 어려움이 있을 때, 마음속에 화가 나거나 불안과 두려움이 일어날 때, 즉시 염주를 잡고 불보살의 명호를 부르자. 외로울 때나 괴로울 때, 기쁘고 슬플 때도 항상 염불하라. 대비 성자는 항상 우리의 두려움을 없애주고 삶에 용기를 주는 존재이다. 불보살님의 자비로운 섭수의 손길은 언제나 누구도 외면하지 않고 늘 함께 하신다.

생활 속의 염불 실천
염불은 문자 그대로 불보살을 마음 깊이 생각하고 그를 닮아가려는 노력이다. 생각한다는 의미의 ‘염(念)’은 본래 ‘알아차림(sati)’의 의미가 있다. 항상 마음을 살펴 잊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염불하는 순간순간 부처의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러므로 무엇보다도 일상생활 속에 항상 불보살을 생각하는 상념(常念) 염불이 중요하다. 출근길이나 산책길에서 또는 잠들기 전에도 염불할 수 있다. 일할 때나 쉴 때나 항상 부처님을 생각하며 쉼 없이 그 이름을 부르며, 예배하고 공경하며 찬탄한다.

이때 염주(念珠)를 활용하면 그 효과가 매우 크다. 염주는 생각하는 구슬이라는 뜻이다. 『불설목환자경(佛說木槵子經)』에는 “목환자 나무를 깎아 만든 알 108개를 한 줄로 꿰어 이 구슬을 헤아리면서 불법승 삼보의 이름을 부르면 모든 번뇌가 사라져 열반에 이를 수 있다”라고 설하고 있다. 염주를 손에 쥐고 굴리는 것을 반복하기만 해도 자연스럽게 마음이 안정된다. 염주의 부드러운 감촉이 바로 불보살의 명호를 부르게 하고, 산란한 마음은 자연스럽게 부처님의 밝고 자비로운 마음으로 향하게 한다. 이때 염불과 명상을 융합한 음악적 리듬을 활용하거나, 108 참회 등의 절 수행과 함께하면 그 효과는 더욱 배가될 것이다. 염불 행자는 일상에서 늘 부처를 직접 만나 그 자비의 빛 속에서 평안하고 충만한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이다.

현대 뇌과학적 해석
일심으로 염불하는 행자에게는 그 몸과 마음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 인간의 영성과 뇌 사이의 관계를 밝혀내려는 현대의 ‘영적 신경과학(Spiritual Neuro-science)’의 연구 성과에 따르면, 반복적인 염불이나 만트라 등의 주력 수행은 뇌의 특정 부위인 전두엽을 자극해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최근의 ‘철학적 유물론’이나 ‘신경신학’에서도 종교적 명상이나 기도의 힐링 효과에 대해서 이와 유사한 결론을 내놓고 있다. 뇌의 전두엽에 대한 ‘단일광자 단층 촬영’을 비롯한 여러 실험은 기도나 수행 중에 뇌파의 변화로 정신과 육체의 치유가 이루어짐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염불은 내면의 평온과 행복감을 키워주고, 자기 조절 능력을 키워 이기적 자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수행하는 동안 뇌에서 여러 행복 호르몬이 분비되어 신체적 면역력도 증진시켜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등의 작용이나 세타파 등의 증가로 더 깊은 고요와 평온한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고 한다. 한편 일본 토호대학 통합생리학과의 아리타 히데오 교수는 염불이나 다라니 독송 등 수행은 범어의 음률에 맞추는 것이 더 의학적으로 효과적임을 입증했다고 한다. 현대 음악 치료학에서도 염불의 리듬이 주는 음악적 효과에 동의하고 있다.

염불은 믿음[信] 차원의 융합적 수행
염불은 그 누구든 언제 어디서나 행할 수 있는 쉬운 수행이다. 그렇지만 단순히 개인적 불안감이나 스트레스 해소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상염불(實相念佛)을 통해 무상정각(無上正覺)에 이를 수 있는 심오한 종교 수행이기도 하다.

염불 행자는 자신과 불보살 간에 직접적 교감으로 견불(見佛)을 체험하며, 바로 그 순간 자신의 불성(佛性)과 불보살의 마음이 하나가 된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염불은 미래가 아니라 지금 ‘현성불성(現成佛性)’하려는 수행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참된 염불은 단순한 타력 신앙이 아니라, 불교의 여러 신행을 ‘믿음[信]’의 차원에서 수용한 ‘융합적 수행’이라고 볼 수 있다. 붓다는 진리 자체보다는 진리로 가는 방법(mārga)을 가르쳤다. 염불 신앙은 불보살의 가피가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을 인도하기 위해 설해진 또 하나의 길이며 등불이다.


김용표|동국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템플대 대학원에서 종교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 한국종교교육학회장, 한국불교학회장, BK21세계화시대불교학교육연구단장, 한국교수불자연합회장, International Journal of Buddhist Thought & Culture의 Editor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동국대 명예교수로 있다. 저서에 『불교와 종교철학』, 『경전으로 본 세계종교(불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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