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시대, 마음의 평화를 위한 수행자의 무기|불교 경전에 물들다

불안의 시대,
마음의 평화를 위한
수행자의 무기

원빈 스님
송덕사 주지, 행복문화연구소 소장


부처님 재세 시, 왓지국은 부처님께서 아끼시던 국가 중 하나였습니다. 왓지국은 아름다운 도시를 형성하고 번성했을 뿐 아니라, 문화와 가치관이 매우 선하고 합리적이었습니다. 그러한 왓지국에 어느 날 가뭄을 시작으로 재난이 찾아왔습니다. 그러자 왓지국의 사람들은 혹독한 고통을 겪게 되는데, 이에 대해서 『법구경』 「인연담」에서는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습니다.

심한 가뭄이 들어 농작물이 말라 죽자, 식량이 떨어졌습니다. 처음에는 가난한 주민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시체가 여기저기 버려지자, 시체 썩는 악취가 진동했습니다. 악취는 또 많은 악귀를 불러들였고 악귀들에 의해 더 많은 주민이 죽어나갔습니다. 미처 치우지 못한 시체가 썩어가자, 역병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기근, 악귀, 역병의 세 가지 재앙이 도시에 들이닥쳤습니다.

기근이라는 자연재해와 악귀라는 정신병, 그리고 역병의 전염병은 재앙의 악순환입니다. 코로나에서 시작된 이 악순환의 흐름이 다시 한 바퀴 회전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세계 도처에서 자연재해와 인재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더불어 국소적이지만, 전염병 역시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전 세계를 위협하는 경제 위기입니다. 경제 위기는 곧 새로운 유형의 극심한 기근이기 때문입니다. 재난의 상황 속에서 마음이 불안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이러한 때, 불자들은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할까요? 『법구경』 「인연담」 속 부처님과 제자들의 삶의 이야기 속에서 힌트를 찾아야 합니다.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불자들이 문제에 직면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는 지혜를 발휘하는 것입니다. 자연재해와 전염병이라는 외부적 상황은 개인의 노력으로 좌지우지할 수 없는 일입니다. 반면 악귀의 기승인 정신병은 마음을 보호함으로써 개인이 다스릴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니 불자 개개인은 재난이 심해질수록 더욱 철저히 마음 수행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이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대부분 불안을 해결하지 못한 채 바깥 경계를 쫓아다닙니다. 『법구경』 「인연담」 속 왓지국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들은 왕에게 몰려가 재앙의 원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추궁했습니다.

“대왕이시여, 세 가지 재앙이 이 도시에 들이닥쳤습니다. 과거 일곱 명의 왕이 통치하던 기간에는 이런 재앙이 일어난 적이 없습니다. 과거에 정의로운 왕이 통치할 때는 이와 같은 재앙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왓지국의 왕은 시민들의 추궁에 대해 자신이 문제가 있는지 조사하도록 응해줍니다. 왕은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모든 행동을 조사하게 했지만, 그가 저지른 죄악은 없었습니다. 왕에게 부덕함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자, 사람들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었습니다. 그러자 대신들이 국회에 모여 국가의 문제를 의논했고 그 결과, 부처님께 이런 요청을 하게 됩니다.

“부처님이시여, 웨살리에 세 가지 재앙이 들이닥쳤습니다. 부처님께서 가신다면 재앙이 물러갈 것입니다. 부처님이시여, 저희를 어여삐 여기시어 함께 가주셨으면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분명히 구분할 수 있는 현명한 분입니다. 그렇기에 섣불리 답변하시는 것이 아니라 먼저 천안통(天眼通)으로 미래를 살펴보셨습니다.

‘웨살리에서 『보배경』이 처음으로 울려 퍼지면 경에서 나오는 위신력이 십억 세계에 미칠 것이다. 이 경전을 암송하면 많은 중생이 법에 대한 이해를 얻고 재앙은 가라앉을 것이다.’

범부의 생각과 성인의 지혜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성인은 할 수 있는 일에 몰두하고, 할 수 없는 일을 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범부는 할 수 없는 일에 몰두하고, 할 수 있는 일에는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범부는 성인과는 정반대로 생각하고 행동하기에 ‘전도몽상(顚倒夢想)’이라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시민과 국왕은 모두 할 수 없는 일에 집착하며 자신의 불안한 마음을 다스릴 의무를 저버린 것과는 달리 부처님께서는 할 수 있는 일에 초점을 맞추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재난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음을 확인하신 후 왓지국의 요청에 응해 왓지국으로 길을 떠나셨고, 부처님의 위대한 공덕과 『보배경』의 위력으로 고통에 빠진 중생들을 구하셨습니다.

남 탓을 그만둘 수 있는 수행자의 무기
불안한 상태는 육근(六根)과 육경(六境)의 화합으로 생겨납니다. 안 좋은 객관적 상황과 주관이 상응할 때 ‘불안(不安)’이라는 결과를 도출하는 것입니다. 불안할 때의 마음은 마치 미친 코끼리처럼 통제 불가능하게 날뛰어서 일을 더욱 크게 만듭니다.

“부처님이시여, 우리가 그곳에 있을 때 무시무시한 형상들이 나타나 놀라게 했습니다. 그곳은 수행할 만한 장소가 아니어서 돌아온 것입니다.”

『법구경』 「인연담」에는 안거 기간 동안 안거 수행을 깨고 부처님께 도망쳐 온 수행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자신의 불안한 마음을 남 탓하는 수행자들을 바라보면서 어떤 기분이셨을까요? 한 무리의 수행자들이 안거를 지낼 곳을 찾던 중 고요한 숲을 발견했습니다. 이곳에서 안거를 지내기로 한 후 각자 자리를 잡고 수행을 시작했습니다. 이 숲에 살던 목신들에게는 갑작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경전에 묘사되는 목신들의 입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계행을 갖춘 스님들이 숲에 들어와 나무 아래 머문다면 우리들이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나무 위에서 사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목신들은 비구들이 오늘 하룻밤 머무르고 내일 떠나리라고 생각하며 가족을 데리고 땅에 내려와 머물렀습니다. 그러나 다음 날도 비구들이 마을에서 탁발하고 숲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목신들은 나무 위가 편안한 집입니다. 수행자의 수승한 공덕을 존중해 땅에 내려와 있었지만 지내기가 너무 불편합니다. 하루 이틀은 참을 수 있었지만, 보름이 지나자 결국 그들은 참지 못하고 폭발했습니다. 그러자 목신들은 스님들을 내쫓기 위해 갖가지 방법으로 스님들을 괴롭히기 시작한 것입니다. 목신들은 낮에는 선방에서, 밤에는 잠자는 꾸띠에서 또는 경행대 끝에서 목 없는 귀신의 모습이나 다리 없는 귀신의 모습으로 나타나거나 소름 끼치는 귀곡 소리를 질러대며 스님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수행 도중에 귀신이 나타나면 마음이 어떨까요? 아라한이 아닌 이상, 당연히 마음은 불안과 공포에 빠질 것입니다. 하지만 부처님의 가풍에 어울리는 수행자라면 이때 결코 남 탓을 해서는 안 됩니다. 자신의 마음을 보호하는 실력이 부족한 것, 이것이 유일한 원인이자 해결책의 실마리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하지만 수행자들은 실력 부족이 아닌 귀신 탓을 하며 부처님께서 계신 제따와나로 되돌아온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절대로 그 숲으로 되돌아가지 않겠다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비구들이여, 그곳이 그대들이 되돌아가야 할 곳이다.”
“부처님이시여, 절대로 되돌아가지 않겠습니다.”
“비구들이여, 처음에 갈 때는 무기가 없이 갔지만 이번에는 무기를 가지고 가거라.”


부처님께서는 수행자들에게 자비심으로 마음을 보호할 수 있는 『자애경』이라는 무기를 주셨습니다. 불안함에 대해서 남 탓은 그만하고, 자비심을 바탕으로 마음을 보호할 수 있는 가르침을 주신 것입니다. 수행자가 불안 속에서 안심을 회복하는 방법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불안을 자각 → 남 탓(외부 환경)을 멈춤 → 불안의 원인, 번뇌에 주목 → 수행자의 무기에 의지해 안심을 회복


2025년은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연재해와 전염병 그리고 귀신병까지 무엇이 찾아올지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다만 수행자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합니다. 귀신병인 정신병으로부터 마음을 보호하는 것, 오직 이것뿐입니다. 여러분은 불안해질 때 안심을 회복하는 무기, 나만의 수행 주제가 있으신가요? 조금이라도 상황이 좋을 때, 수행의 무기를 준비하신다면 재난의 시대 속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원빈 스님|해인사에서 출가했다. 중앙승가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행복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면서 경남 산청에 있는 송덕사의 주지를 맡고 있다. 저서에 『원빈 스님의 금강경에 물들다』, 『굿바이, 분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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