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사회의 불교와 명상|불교는 어떻게 생겨나고 어떻게 이어져오고 있나

서구 사회의 불교와 명상

혜주 스님
동국대 WISE캠퍼스 아동청소년교육학과 부교수


2,600년 전 인도에서 시작된 불교는 다양한 루트를 거쳐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크게는 티베트, 동아시아, 남아시아 등을 거치며 불교의 큰 사상사를 이루었지만, 기원전 3세기경부터 유럽으로도 불교가 유입되어 철학적으로 연구되었다. 19세기에는 불교가 미국으로 전해져 명상 등과 같은 현대적 수행 체계를 마련하면서 불교문화와 수행의 전환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는 다시 한국으로 역수입되어 새로운 불교문화를 제안하고 있는데, 본고에서는 서구의 불교와 명상의 발전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서구에서의 불교: 초기 역사와 발전
서구 사회, 특히 미국에서 불교의 도입은 19세기 중반 아시아 이민자들의 이주와 함께 시작되었다. 당시 아시아 이민자들은 골드러시 시대를 맞아 광산에 취업하기 위해 미국에 들어왔고, 하와이와 미국 서부 지역에 정착하며 불교문화를 전파했다. 이에 1875년 샌프란시스코에는 중국 이민자들이 건립한 불교 사찰 여덟 곳이 존재했다. 1880년대에는 일본 이민자들이 들어오면서 정토진종을 시작으로 다양한 불교 종파들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후 1912년까지 일본의 파견 승려들이 약 20개의 불교 사찰을 운영하면서 미 서부 지역에서 불교가 체계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한다.

미국 서부의 불교가 아시아 이민자들을 중심으로 발전했다면, 미국 동부 지역의 불교는 유럽과 연결되거나 철학적 관심으로 시작하는 모습을 보인다. 19세기 중반부터 불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는데, 대체적으로는 유럽에서 시작되어 미국으로 유입된 경우로,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프랑스어로 번역된 『법화경』을 영어로 번역하면서 불교 철학을 소개했다. 1879년 런던에서 출간한 에드윈 아널드 경의 『아시아의 빛(The Light of Asia)』이 미국에서도 출판되었는데 미국의 첫 번째 불교 관련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이를 통해 불교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높아진다. 유럽에서는 1870년대부터 철학자들이나 신비주의 학자들 사이에서 불교에 대한 관심이 높았으며, 전통적으로는 학계에서 불교를 철학적으로 연구해오고 있었다.

1893년에는 미 중부 시카고에서 세계종교회의(World Parliament of Religions)가 열리고, 일본 임제종의 샤쿠 쇼엔 선사가 불교 대표로 초청받는다. 이때 그의 제자인 스즈키 다이세츠가 통역자로 오면서 철학자이자 신학자인 폴 카루스와 만나게 되었는데, 이 만남이 불교의 다양한 책과 경전을 영어로 번역하는 데 큰 기여를 하게 된다. 카루스는 1894년에 『가스펠 오브 붓다(The Gospel of Buddha)』를 출판해 불교의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면모를 서구에 널리 알렸으며, 특히 스즈키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의 객원 교수로 있으면서, 불교를 강의하고 불교 서적을 영문으로 번역해 서구 불교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이후 20세기에 들어서 미국에 티베트 불교가 소개되기 시작한다. 1949년에 몽골의 라마승인 Dilowa Gegen이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했고, 1955년 겔룩파 라마승인 게셰 나왕 왕걀이 도착했으며, 1958년에는 뉴저지에 라마불교사원을 세운다. 여기에서 세계적 불교학자인 로버트 서먼과 제프리 홉킨스 등이 공부하면서 불교학자로서의 길을 가게 된다. 14대 달라이 라마 존자는 1979년 미국을 처음 방문하게 되는데 그 이후 티베트 불교의 발전이 더욱 날개를 달게 된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는 베트남, 한국 등 다른 아시아 지역의 불교도들도 미국에 정착해 사찰과 선 센터를 세우는데 『선심초심(Zen Mind, Beginner’s Mind)』을 쓰면서 미국 전역에 선불교를 전파한 조동종의 순류 스즈키가 1962년에 샌프란시스코에 선 센터를 세웠으며, 1967년에는 조동종 선사에 의해 LA 선 센터가 세워진다. 이들은 현재까지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으며 현재 샌프란시스코 선 센터는 그린 걸치 농장 선 센터 등에서 선농일치를 적용하는 등 총 네 개의 센터로 확장되어 운영 중이다. 1972년에는 한국의 숭산 스님이 로드아일랜드주에 프로비던스 선 센터를 세운 후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으며, 미국 내 가장 많은 명상 센터를 보유한 샴발라 센터는 쵸감 트룽파 린포체에 의해 1976년에 세워진다. 베트남의 틱낫한 스님도 1961년 프린스턴대학교에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아 비교종교학을 공부하고자 처음 미국에 온 이후 1962년에는 컬럼비아대학교와 코넬대학교 등에서 불교를 가르친다. 그 후 베트남, 프랑스, 미국 등을 오가며 상가를 세우고 불교를 전파하기 시작했다.

이즈음 남방불교도 영향을 주게 되는데 현재까지도 중요한 명상 센터로 자리 잡고 있는 인사이트 메디테이션 소사이어티(Insight Meditation Society), 즉 통찰 명상 센터가 1975년에 조셉 골드스타인과 잭 콘필드, 샤론 샬츠버그 등에 의해 세워졌고, 미국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선을 포함한 다양한 명상을 접하게 된다. 그 후 불교 수행은 명상 프로그램으로 개발되기 시작하는데, 1979년에 존 카밧진에 의해 8주 MBSR(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 즉 마음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조절 프로그램으로 처음 소개된다.

불교의 수행이 현대적 명상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다: 세 번의 물결
명상이 대중화된 과정은 세 번의 주요 물결을 통해 이루어진 것으로 보고되는데(Harrington, 2008), 첫 번째 물결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치료와 선 명상의 융합이었다. 즉 선 명상이 무의식을 의식화한다는 것에 초점이 맞혀지면서 심리 치료와 접목하게 된다. 두 번째 물결은 마하리시의 초월 명상이 의학적으로 연구되면서 명상이 과학적으로 증명될 수 있음이 밝혀졌고, 이에 대중들이 명상에 주목하게 된다. 이때 초월 명상이 고혈압을 완화하고 심신의 이완 반응을 촉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Brown, Forte, & Dysart, 1984). 세 번째 물결은 바로 존 카밧진의 명상 프로그램 개발과 함께 시작된다. 카밧진은 MBSR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명상을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으로 전환해 심리적 건강을 도모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후 1995년도에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의 마크 윌리엄스와 케임브리지대학교의 존 티스데일, 그리고 캐나다 토론토대학교의 진델 시갈이 MBCT(Mindfulness Based Cognitive Therapy, 마음챙김 기반 인지치료)를 개발해 정신 건강 치료 분야에 적용했고, 이후에도 2003년에 폴 길버트의 CFT(Compassion-Focused Therapy, 자비 기반 치료), 2004년에 에모리대학교의 CBCT(Cognitively-Based Compassion Training, 인지 기반 자비훈련), 2008년도에 구글의 SIY(Search Inside Yourself, 내면 검색), 2009년 스탠퍼드대학교의 CCT(Compassion Cultivation Training, 자비 개발 훈련), 2010년 MSC(Mindfulness Self-Compassion, 자기연민) 프로그램 등이 꾸준히 개발되어 적용되면서 과학화, 대중화, 세계화되었다. 특히 2004년에 달라이 라마 존자의 제안에 의해 창립된 마인드 & 라이프 인스티튜트(Mind & Life Institute)는 불교와 과학의 만남을 촉진하면서 뇌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명상 과학을 성장시킨다.

한국의 명상 붐과 서구의 영향
과학자들이 종교와 명상을 연구하는 데 두려움을 느끼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McNamara et al., 2024)이 최근 『네이처』에 실렸다. 뇌과학자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명상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그 효과를 증명하면서 명상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고, 이제는 종교적 영성에 대한 연구를 더욱 활발히 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명상의 효과 연구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명상을 편견 없이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명상 인구가 증가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한국에서도 서구에서 개발된 다양한 명상 프로그램이 도입되면서 불교 사찰뿐 아니라 종교 중립적인 명상 센터, 학교, 관공서, 기업 등에서 명상이 도입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약 20억~50억 명이 명상을 실천하고 있으며, 마인드풀니스 박스(Mindfulness Box, www.mindfulnessbox.com)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성인의 15% 정도가 명상을 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구글 트렌드(Google Trends)에 따르면 호주는 세계에서 명상을 가장 많이 수행하는 국가이며, 그 뒤를 아일랜드, 스위스, 미국이 잇고 있다. 한국에서도 명상 관련 학과의 증가, 논문 발표의 활성화, 앱 사용자 수의 급증, 유튜브 콘텐츠의 활용 등 다양한 형태로 명상이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서구에서 시작된 명상의 대중화는 한국에서 지속적으로 확산되어 심리적 안정과 사회적, 정신적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도구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과학적 연구와 융합된 형태로 발전되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
Harrington, A. (2008). The cure within: A history of mind-body medicine. W W Norton & Co.

Brown D, Forte M, Dysart M. Differences in visual sensitivity among mindfulness meditators and non-meditators. Percept Mot Skills. 1984 Jun;58(3):727-33. doi: 10.2466/pms.1984.58.3.727. PMID: 6382144.

McNamara P, Newsome W, Linkenhoker B, Grafman J. Neuroscientists must not be afraid to study religion. Nature. 2024 Jul;631(8019):25-27. doi: 10.1038/d41586-024-02153-7. PMID: 38956342.


혜주 스님|미국 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에서 명상교육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 WISE캠퍼스 아동청소년교육학과 부교수로 있으면서 하트스마일 명상 지도자, CBCT 명상 지도자, 한국명상심리상담학회 이사, SEE Learning 사회정서인성교육 퍼실리테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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