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불교의 역사와 현주소|대만 불교

대만 불교의 역사와 현주소
- 세계 선도적 비구니(比丘尼)회의 비결

김응철
중앙승가대학교 포교사회학과 교수

대만의 스님과 신도들 (출처|『법보신문』)

대만 불교, 전통 불교 종단과 신흥 4대 종문이 선의의 경쟁하며 함께 발전
대만 불교의 현주소를 진단한다면 단연코 신흥 4대 종문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신흥 4대 종문은 1960년대 이후 새롭게 형성된 대만의 불교 단체로 불광산사, 자제정사, 중대선사, 법고산사 등이 포함된다. 그리고 불광산사는 성운 스님, 자제정사는 비구니 증엄 스님, 중대선사는 유각 스님, 법고산사는 성엄 스님 등이 개산조라 할 수 있다.

이들 사찰들은 각자 특징적인 활동으로 현재 대만 불교를 이끌어가는 주류 불교 단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불광산사는 국제불광회를 중심으로 하는 국제 포교 활동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자제정사는 자제공덕회를 중심으로 국제 구호, 사회복지 및 자연보호 등의 분야에서 두각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중대선사는 선 수행으로, 법고산사는 교육 및 연구 분야에서 대만 불교를 선도하고 있다.

그러나 대만 불교를 이끌어가는 사찰과 불교 단체가 이들 신흥 불교 종단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1949년 국민당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륙에 거주하던 스님들이 대거 대만으로 이주하면서 임제종, 정토종, 화엄종 등 전통 불교 종단들이 자리 잡았다. 따라서 대만에는 이들 전통 불교 종단들과 신흥 불교 단체들이 선의의 경쟁과 함께 발전해가고 있다.

비구니 스님이 비구 스님에 비해 4배 정도 많아…
소수의 비구 스님의 지도하에 다수의 비구니 스님이 그 문하에서 함께 수행
그렇지만 대만 불교는 비구 스님의 출가는 적고 비구니 스님의 출가는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전통 종단이든 신흥 종단이든 관계없이 비구니 스님의 비율이 매우 높은 것이 현실이다. 대만 전체에 스님이 몇 명이나 되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찾을 수 없다. 다만 2022년 현재 대만 정부에서 운영하는 종교 관련 홈페이지인 전국종교자신망(全國宗敎資訊網, https://religion.moi.gov.tw)에서 제시하고 있는 자료를 통해서 일부를 살펴볼 수 있을 뿐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대만의 종교 조직의 형태는 재단법인, 사찰, 사회 단체 등 세 가지로 구분하고 있는데 불교 관련 재단법인은 총 159개가 등록되어 있다. 불교 사찰은 2022년 현재 2,152개가 등록되어 있다.

대만 전체의 불교 인구는 전체 인구의 35% 수준인 약 850여 만 명이고, 사찰에서 활동하는 종교인의 수는 약 11만여 명으로 알려져 있다. 대만에서 가장 큰 종단이라고 할 수 있는 불광산사의 경우 활동하는 스님의 수가 약 1,300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에서 비구 스님은 약 200여 명, 비구니 스님은 약 1,000명 정도 되어서 비구 및 비구니 스님의 비율이 1:5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대만 전체적으로 보면 비구니 스님이 비구 스님에 비해 약 4배 정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대만은 소수의 비구 스님의 지도하에 다수의 비구니 스님들이 그 문하에서 함께 수행하고 있는 모습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대만 불교를 분석하는 데 있어서 비구 스님의 지도력도 중요하지만 비구니 스님들의 활동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대만 화련에 있는 자제정사의 경우는 비구니 증엄 스님의 지도력으로 독자적인 비구니 종단을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증엄·효운·항청·소혜 비구니 스님,
대만 불교 발전시킨 핵심 비구니 지도자로 평가
1990년 대만의 『복보주간(福報週刊)』이라는 주간지에서 남성 중심으로 16명의 심사단을 초청해서 ‘올해의 가장 영향력 있는 불교 지도자’ 10명을 선발한 바 있다. 이 당시에 비구니 스님이 4명이 선정되었다. 여기에는 증엄(證嚴, 1937~), 효운(曉雲, 1912~2004), 항청(恆清,1943~), 소혜(昭慧, 1957~) 네 사람의 비구니 스님들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들이 현재 대만 불교를 발전시킨 핵심 비구니 지도자로 평가할 만하다.

증엄 스님은 자제공덕회를 중심으로 불교자제병원과 의과대학을 설립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효운 스님은 최초의 불교대학인 화범리공학원(華梵裡工學院)을 설립했고, 항청 스님은 대만 비구니 최초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국립대만대학교 교수가 되었으며, 법광불교연구소 소장을 맡아 불교학 연구 및 학술화에 공덕이 컸다. 소혜 스님은 불교 호법 운동을 전개하는 데 공로가 큰 것으로 평가받았다.

현대의 대만 불교 발전 과정에서 자제공덕회의 창립자인 증엄 스님의 역할은 결코 과소평가할 대상이 아니다. 증엄 스님의 자제공덕회의 활동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생략한다.

효운 스님은 광둥성 남동해 출신으로 인도 유학을 하면서 고대 인도 문화와 예술을 연구하고, 대만으로 온 뒤 1958년 천태종으로 출가해 중국문화대학 교수로 재직했다. 1990년에는 화엄공과대학을 설립했으며 1993년 화범인문과학기술대학으로 개칭하고 인문학과 과학기술을 융합시키는 노력을 했으며 이 대학을 화범대학으로 승격시켰다. 효운 스님은 교육자, 예술가, 철학자로 명성을 얻었으며 동시에 반야선행자로서 불교 교육을 통한 인간 정토의 구현을 평생의 지업(志業)으로 삼았다.

항청 스님은 중학교 선생님으로 재직하던 중 1970년 미국으로 유학해 교육학 석사를 받은 후 1975년 출가했다. 1979년 위스콘신 대학에 입학한 후 불교학을 공부하고 1984년 「영명연수 선사의 선정사상 융합」이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대만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법광불교문화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면서 불교계의 많은 인재를 양성했다. 항청 스님은 중국전자불전협회(CBETA)를 발전시켜 불교 국제 네트워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다양한 불교 자료를 전산화하고 인터넷을 통해 검색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소혜 스님은 1957년 미얀마 양곤에서 태어났으나 1965년 대만으로 이주해 1980년 구족계를 수지했다. 그리고 수행과 학업을 마치고 1997년부터는 현장대학(玄奘大學) 종교학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소혜 스님이 대만 사회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87년 “대만의 비구니 스님들의 절반 이상이 이혼이나 애정 결핍으로 출가를 했다”는 신문 기사가 비구니 스님들의 이미지와 평판이 실추되었다고 생각해 항의 방문과 구독 거부 운동을 전개하면서부터였다. 소혜 스님은 중국불교회 청년위원회 산하에 호교 조직을 설립하고 그 업무를 총괄했다. 1993년부터는 중화민국 배려생명협회를 창립하고 이사장을 맡아서 동물 복지 입법을 추진했다. 그리고 부처님오신날 휴일 지정, 불교의 여권신장 운동, 팔경법 폐지 선언, 정치적 견해 표명 등 여러 가지 호법 및 사회 활동으로 대만 비구니 스님들의 위상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

‘향광니승단’, 비구니 스님들이 독자적으로 사찰 건립하고 활동한 성공 사례
대만 불교계에서 비구니 스님들이 독자적으로 사찰을 건립하고 활동하는 사례 중에서 주목할 만한 성공 사례는 ‘향광니승단(香光尼僧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 단체는 1939년 비구니 오인(悟因) 스님에 의해 창건된 향광사(香光寺)를 거점으로 7개 사찰 및 교육, 문화 단체로 발전했다. 1974년 향광사 방장 오인 스님과 40여 명의 비구니 스님들이 모여서 향광니승단을 설립했다. 이 단체는 현재 약 100여 명의 비구니 스님들이 결집해 교육, 문화, 사회봉사 등 3대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교육은 생활선, 불교 교리 등을 중심으로 7개 거점 교육기관에서 매년 약 2,000여 명의 불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비구니를 배출하는 향광비구니대학도 운영하고 있다. 출판 포교를 위해서 출판사, 잡지사, 멀티미디어 영상 음향 등의 다양한 자료를 만들고 있으며, 불교도서정보센터를 설립하고 각종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지역사회 봉사를 위해서 자원봉사단을 조직하고, 50여 개의 어린이 학교, 청소년 캠프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역사회 돌봄 프로그램도 시행 중이다.

비구니 스님들의 높은 교육 수준과 대사회적 활동 전개하는 안목과 지혜,
고도의 전문성, 조직화된 힘 등 조화 이루며 대만 불교의 혁신적 발전 견인
대만의 비구니 스님들이 불교 발전에 기여하고 두각을 나타내게 된 배경에는 높은 교육 수준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출가 전에 이미 유학과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거나 출가 후에도 일반 대학교수로 재직하는 등 능력을 발휘하는 비구니 스님들이 다수 있었다. 이 스님들이 중심이 되어 출가자를 교육시키면서 여러 전문 분야에서 활동하는 비구니 스님들이 많이 배출될 수 있었다.

그리고 비구니 스님들이 수행에만 머물지 않고 다양한 사회활동과 포교 거점을 구축하는데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리고 이러한 비구니 스님들의 활동은 불교계 내부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을 정도로 설득력과 포용력을 갖추고 있었다. 또한 비구니 스님들은 개별적인 원력에 머물지 않고 단체를 만들고 조직화된 힘을 결집함으로써 비교적 빠른 기간에 사찰을 건립하고, 활발한 포교 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대만의 비구니 스님들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비결은 교육 역량, 대사회적 활동을 전개하는 안목과 지혜, 특정 분야에 있어서 고도의 전문성, 그리고 조직화된 힘 등이 조화를 이루면서 대만 불교의 혁신적 발전을 견인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비구니 스님들의 출가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대만 불교의 사례는 출가자가 급감하고 있는 한국 불교계에서 깊이 관찰하고 연구할 필요가 있다.


김응철|중앙승가대학교 포교사회학과 교수, 『불교신문』 논설위원, 문화치유명상단체 사단법인 동명 이사장, 저서로는 『10분 치유명상』, 『둥근 깨달음 천수경』, 『재가불자가 되는 길』, 『부처님 제자들의 수행과 포교이야기』 외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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