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깨달음, Let it be!|10분으로 배우는 불교

불교의 깨달음, Let it be!

정상교
금강대학교 불교인문학과 교수


‘타타타’와 ‘렛잇비(Let it be)’
한 번쯤 길거리나 지하철에서 종교인들의 전도 활동과 마주친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종교의 교리는 잘 모르지만 언제나 듣는 단어는 천국과 지옥이다. 그런데 천국과 지옥은 특정 종교를 떠나 모든 종교 생활의 궁극적 결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조합이 아닐까. 그래서 불교도들 역시 자비행, 보리심, 참선 및 염불 수행의 결과 획득하는 깨달음의 구체적 모습으로 지옥과 대비되는 극락정토를 떠올릴 때가 많은 듯하다.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실천했을 때 우리는 과연 사자가 어린아이와 뛰어노는 그러한 천국, 극락, 천당, 정토에 도달할까? 이러한 생각은 불교의 깨달음이 무엇인가 하는 물음에 다름 아니다.

1990년대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의 삽입곡인 ‘타타타’는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크게 히트했던 노래다. 그런데 타타타(tathātā)는 고대 인도의 산스크리트어로 ‘거짓 없이 있는 그대로의 성질(모습)’의 의미를 가진, 불교의 깨달음을 나타내는 매우 중요한 용어이다.

타타타라는 용어 자체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의미만큼은 너무도 자주 접하고 있다. 부처님의 명호 중 하나로 ‘여래(如來)’를 쓰고 있고, 고매한 수행자의 품격을 참 ‘여여(如如)하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여기에 쓰인 ‘그럴 여(如)’는 ‘~와 같은’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바로 ‘타타타’ 중 타타(tathā)의 한자 번역어이다. 간단히 말하면 여(如)는 ‘거짓 없이 있는 그대로의 성질(모습)’을 일컫는 말이다. 그렇다면 부처님을 성스럽게 표현하는 여래에도 사용되는 여(如), 즉 ‘거짓 없이 있는 그대로의 성질(모습)’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할까? 참 많은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유명한 비틀스의 ‘렛잇비(let it be!, 순리에 맡겨라)’에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렛잇비의 가사를 보면, 힘든 일을 만났을 때, 어둠의 시간 속에 있을 때, 세상 모든 사람들이 상처받고 살아갈 때, 구름이 가득한 밤 비추는 한 줄기 빛과 같은 지혜의 말씀이 있을 테니 그것은 바로 렛잇비라고 한다. 이와 같이 가장 어렵고 힘들 때 들려줄 수 있는 최고의 해답이 렛잇비라면 거기에는 어떤 심오하고 신비스러운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극락정토에 머물기 위해 필요한 것은 순리에 맡긴다는 렛잇비
여타 종교에서 말하듯 죽음 뒤에 천국이 있는지 지옥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지금’을 살아가기 때문에 이 순간 일어나는 일들 속에서 웃고 울고 화내고 미워하고 후회하며 살아간다. 남이 봤을 때 별거 아닌 일도 내가 즐겁고 기쁘면 천국이 될 것이고 그 반대가 되면 지옥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천국과 지옥은 늘 반복되니 천국도 천국이 아니고 지옥도 지옥이 아니게 된다. 그렇다면 진정한 극락정토에 머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 필요한 것이 순리에 맡긴다는 렛잇비가 아닐까. 이를 불교적으로 이해하자면 방치와 체념이 아니라 있는 그대의 모습, 타타타를 바라보라는 말이 된다.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 많은 일들의 원인을 남 탓으로 돌린다거나 감정에 휩싸여 판단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어떨까. 그제서야 문제의 바른 해결책이 보이고 명확한 앎이 싹트고 그로부터 천국과 지옥을 끝없이 반복하는 소모적인 삶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실상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지혜’, 즉 ‘여실지견(如實知見)’, 타타타의 획득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불교의 깨달음, 불교의 극락정토는 죽은 뒤가 아니라, 혹은 저 머나먼 구름 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실지견을 획득한 지금 이 순간 존재하게 된다.


정상교|금강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 대학원 인도철학-불교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금강대 불교인문학부 교수로 있다. 주요 저서로 『도쿄대학 불교학과-소설보다 재미있는 불교 공부』 등이 있다.

댓글 쓰기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