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이 경험되도록, 아픔이 표현되도록|법상 스님과 함께하는 마음공부

고통이 경험되도록,
아픔이 표현되도록

법상 스님
목탁소리 지도법사


고통, 아픔, 불안이 찾아올 때
고통, 역경, 슬픔, 불안, 불편, 아픔, 병 이런 부정적인 것들에 대한 잘못된 편견이 있다. 이런 부정적인 것들은 삶을 방해하고, 무언가 잘못되고 있는 것이라는 막연한 판단들이 그것이다.
장자의 혼돈을 애써 들먹이지 않더라도, 혼돈이란 오히려 진리를 잘 드러내주고 있는 그 무엇일 수 있다. 고통스럽다고 해서, 잘 풀리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을 문제, 실수, 불행이라고 진단하지는 말라. 진리가 반드시 ‘잘 풀리는 느낌’, ‘기분 좋은 느낌’, ‘성공적인 느낌’, ‘정상적인 느낌’일 필요는 없다. 때때로 진리는 그 반대의 느낌을 통해 오기도 한다.
중요한 점은 지금 내 기분, 느낌, 판단이 어떠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내가 서 있는 지금 이 자리에 온전히 존재하고 있는가다.
판단을 빼고, 해석을 빼고, 정상적이거나 비정상적이라는 판단, 불행하거나 행복하다는 분별을 빼고, 그저 거기에 있어 보라.
때때로 비정상적이거나, 불행하게 느껴지거나, 기분이 가라앉거나, 잘 안 풀리는 방식의 경험을 통해 오는 진리를 받아들여야 할 때가 있다. 괴롭고 고통스러운 상황이 꼭 필요할 때가 있다. 그때가 언제일까? 현재가 시킬 때! 내 삶이 그 위에 서 있을 때!
그때는 다만 그것을 활짝 열고 경험해주라. 고통이 경험되도록, 아픔이 표현되도록, 존재가 무너져 내리고 부서지도록 허용해주라. 그것이 지금 나에게 왔다면, 그것은 곧 경험됨으로써 진리로 드러나기 위해 온 것이다. 그 진리를 마음껏 살아주라. 죽지 않으니.
정상적이어야 한다거나, 성공적이어야 한다거나,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 내 스스로 만들어낸 하나의 생각, 분별일 수도 있지 않은가? 새옹지마(塞翁之馬)란 말처럼 말이다. 비바람 치는 순간, 그 비바람을 온몸으로 맞아 보라. 그것이 당신을 풀려나게 한다. 진실과 마주하게 한다.

부정을 버리고 긍정을 확대해야 할까?
보통 이원성의 세상, 분별심의 세계에서는 부정적인 것들을 멀리하고 긍정적인 것들을 확대하라고 말한다. 어떻게 하면 부정적인 부분을 없앨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치유법, 수행법, 상담 기법들은 너무나도 많다. 그러나 오랜 전통 심리학에서조차, 그런 수많은 문제, 장애, 부정적 성격 등의 문제를 없애기 위한 그 어떤 노력이나 치유 기법들도 그것을 완전히 치유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심리학 또한 그 부정적인 부분을 그저 ‘내버려두라’고 말한다. 긍정심리학에서는 부정적인 것을 없애는 것보다, 오히려 긍정적인 것에 집중하는 것이 더 큰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마인드풀니스에서는 부정적인 것을 없애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라고 설한다.
사실 우리 내면의 부정적인 것들 또한 긍정적인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또 다른 일부다. 긍정과 부정은 서로 다른 둘이 아니라, 둘이 아닌 하나로써, 또 다른 나의 일부로써 거기에 있다. 그러니 부정적인 것과 싸워 이기려고 하면, 나 자신의 일부와 싸우려는 것과 같다.
단순하다. 나 자신이니,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라. 그것을 거부하지 말고, 부정하지 말고, 부인하지 말고, 그것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인정해주고, 판단하지 말고, 허용해주고, 경험해주라.
사실은 그 부정적인 것들, 문제들, 아픔들, 상처, 장애, 불평불만, 질병, 성격적인 문제 등 그 모든 것들은 해소되기 위해서 찾아온 것들이다.
해소되려고 나타났으니, 그걸 붙잡고 싸울 것이 아니라, 그것의 본연의 임무를 다할 수 있도록, 그래서 해소될 수 있도록 허용해주기만 하면 된다. 그때 오히려 부정적인 것들은 더 빨리 해소되어 사라져갈 것이다. 그럼으로써 긍정과 부정 너머의 참된 하나임, 불이법(不二法), 불이중도라는 참된 본성의 자리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긍정이나 부정에 휩쓸리지 않는, 그 너머의 바탕, 근원의 자리에 서게 된다.

역경의 교훈을 배우는 시간
어떤 역경(逆境)이 오더라도 저항하거나 거부하지 말고 받아들여 보라. 어떤 순경(順境)이 오더라도 붙잡거나 집착하지 말고 흘러가게 내버려두라.
우리는 싫어하는 것으로부터 빨리 벗어나려고 애쓰지만, 사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잠시 그것과 함께 있어주는 것이다. 지금은 그 괴로운 일들 속에서 벗어나야 할 시간이 아니라, 잠시 그 역경과 함께해야 하는 시간인 것이다. 왜 그럴까? 단순하다. 지금 내가 그것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지금 내게 왔기 때문이다.
바로 지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냥 있어 보라. ‘내가’, ‘삶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또 둘로 나뉜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있어 보라. 그때 무엇이 있는가? 무엇이 있다면 또 둘로 나뉜 것이다. 보는 것과 보이는 것! 보는 이것을 돌이켜 보라. 이대로 이렇게 있음을 알고 보는 이것은 무엇인가? 답은 없다. 질문이 곧 답일 뿐. 지금 이렇게 온전히 허용될 때 둘로 나뉘지 않는다. 이러할 뿐!
언제나 ‘지금 여기 이러함’만이 유일한 삶의 종착지다. 진리는 ‘지금 여기’에 이미 있다. 이미 100퍼센트 완전히 드러나 있는 진실을, 활짝 열린 가슴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지혜를 깨달을 수 있다.
역경은 거부할수록 더욱 괴로워지지만, 받아들여 활짝 열린 가슴으로 매 순간 존재할 때 생각지 못했던 역경의 빛나는 부분들을 발견할 것이다. 역경이 주는 교훈을 배울 것이다.

법상 스님|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불교학을 공부하다가 문득 발심해 불심도문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20여 년 군승으로 재직했으며, 온라인 마음공부 모임 ‘목탁소리(www.moktaksori.kr)’를 이끌고 있다. 현재는 유튜브 <법상 스님의 목탁소리>를 통해 소통하고 있고, 유튜브 <헬로붓다TV>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상주 대원정사 주지, 부산 목탁소리 주지를 맡고 있다. 저서로 『육조단경과 마음공부』, 『금강경과 마음공부』, 『수심결과 마음공부』, 『도표로 읽는 불교 교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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