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찾아가는 봉은사 봉은불교대학|공부하는 불교, 불교교양대학

행복을 찾아가는
지혜로운 출발

봉은사 봉은불교대학


휴대폰으로 사진 한 장을 전송받았다. 화창한 햇살 아래 붉은 매화가 활짝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었다. 보내준 이에게 “남쪽 지방 어디쯤이냐?” 물었더니, 서울이란다. 그것도 강남 한복판의 삼성동 봉은사라고 했다. 봉은사 홍매화가 사진작가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치를 만큼 인기가 높다는 말도 덧붙였다.


봄꽃보다 더 화사한 ‘아름다움’을 찾는 사람들
봉은사 경내는 한창 꽃대궐이었다. 능수백매화가 꽃을 틔운 채 처마 밑으로 휘늘어져 우아하고, 샛노란 산수유와 백목련, 보랏빛 제비꽃, 잎을 떨군 동백도 꽃잔치의 주인공이었다. 그중 단연 인기 으뜸은 휴대폰 사진 속의 ‘영각 홍매화’였다.

그 영각의 네 기둥에 적힌 주련 가운데 두 구절이 봄을 탐하는 마음에 슬며시 잔물결을 일으켰다.

無影樹頭花爛漫 靑山依舊劫前春(무영수두화난만 청산의구겁전춘)
그림자 없는 나뭇가지마다 꽃들은 흐드러지게 피고, 청산은 여전히 겁전(劫前)의 봄이로구나
- 진호석연(震湖錫淵) 스님의 『석문의범』 「대예참례」 중에서

봉은불교대학 토요반 범준 스님 강의 모습

봉은사 명상길을 찾은 상춘객들로 인해 경내 구석구석까지 야단법석 아닌 곳이 없는데, 서쪽 외곽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봉은불교대학 강의실에는 다양한 나이와 계층의 불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오늘은 불교대학 63기 토요반(오후 2시~5시) 수업이 있는 날이다. ‘부처님의 생애 3’ 강의를 맡은 범준 스님(봉은사 전임강사)이 자리를 잡고 앉자, 삼귀의, 우리말 반야심경, 청법가가 차례로 울려 퍼진다. 낭랑하고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범준 스님의 강의가 시작된다.

오늘 공부할 ‘부처님의 생애’ 제5장부터는 부처님의 제자 중에서 중요한 인물들이 어떻게 부처님의 제자가 되는지 그 과정에 대한 세세한 이야기들이 나와요.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죽림정사를 지어 바친 빔비사라왕의 이야기인데, 죽림정사는 마가다국 라자그리하에 세워진 불교 최초의 사찰, 사원입니다.

이때가 부처님 연보에 따르면, 부처님의 세속 나이가 36세 되던 해입니다. 35세에 깨달음을 얻고 바로 1년 뒤에 죽림정사가 지어진다는 말이에요. 그리고 뒤에 한 번 더 나오겠지만, 그 1년 뒤 코살라국에 기원정사가 세워져서 부처님과 불교 교단 제자들에게 기증이 돼요. 이 말은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기 전까지는 온갖 고생을 다 하셨지만, 깨달음을 얻고 나서는 인도 전체가 다 부러워하는 마가다국과 코살라국의 두 왕을, 1년 간격으로 제자로 삼을 만큼 순탄한 삶을 사셨다는 거예요.

부처님이 빔비사라왕의 요청으로 마가다국의 수도 라자그리하로 돌아오는 내용과 죽림정사를 기증받는 이야기, 교단이 성립되는 과정까지 세세한 강사 스님의 해석을 거쳐 수강생들에게 전달된다. 짧고 드라마틱했던 예수님의 삶이 평탄하게 장수를 누린 부처님의 삶과 견주어지는 새로운 시각에 수강생들의 눈빛이 반짝인다.


봄나들이 유혹을 이겨내고 강의실을 찾은 다섯 번째 토요일, 기초학당(70기) 수료자 수계식이 있는 날이어서 빈자리가 제법 많다. 이번 토요반 입학생은 총 122명(150명 정원), 2023년도(144명)에 비해 줄어들었다. 수목반(오전 10시~12시)까지 합쳐서 봉은불교대학 정원은 300명에 이른다. 전국에 있는 불교대학 가운데 최대 규모인 만큼 교과 과정과 학사 관리 등이 체계적이다. 봉은기초학당(기본 교육 과정)을 수료한 사람만 입학할 수 있고, 불교대학을 수료하면 불교대학원, 봉은경전학교 등에서 공부를 계속할 수 있다.

봉은불교대학은 1년 과정 2학기제로 운영되고, 매해 3월에 개강한다. 봉은사 전임 강사인 범준 스님과 더불어 진관 스님(동국대 강사), 진흥 스님(붓다템플센터 명상센터장), 여연 스님(조계종 전 교수아사리), 혜장 스님(불교레크레이션협회 회장), 광우 스님(BTN 〈소나무〉 진행자), 현견 스님(베이징대 철학 박사), 이미령 교수(칼럼니스트, 경전 이야기꾼), 주수완 교수(우석대 교수), 김종용 교수(동국대 WISE) 등이 강의를 맡고 있다.

『어원별곡』(서정범)이란 책에 따르면, ‘아름다움’의 어원이 ‘나다움’에서 나왔다고 한다. ‘아름’이란 말에 ‘나’라는 뜻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아름다움’은 자신답게 존재하고 발현할 때 진정으로 드러난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제 조금씩 낯을 익힌 63기 토요반원들은 강의가 끝나면 삼삼오오 모임을 갖고 신행 활동도 같이하면서 서로 평생의 도반을 만들어가고 있다. 불교 수행이 자신을 찾는 것이라면, ‘나다움’을 찾아가는 불자들은 꽃보다 더 아름다울 것이다. 봄꽃보다 더 아름다운 불자들을 봉은불교대학에서 보았다.

봉은사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 531
02) 3218-4821~3
www.bongeunsa.org

봉은불교대학
02) 3218-4821~3
수목반: 매주 수·목요일(오전 10시~12시)
토요반: 매주 토요일(오후 2시~5시)

교육 내용
불교 개설, 대승불교개론, 부처님의 생애, 
불교사(인도, 중국, 한국)의 이해, 
불교사상과 교리, 불교미술의 이해와 
봉은사 문화재, 경전으로 만나는 불교, 
불교 수행과 선의 이해

노희순
월간 『대중불교』 편집차장을 거쳐 월간 『봉은』과 『실크로드』, 『우바이예찬』 등에서 편집장으로 일했다. 현재 불교 잡지사 및 출판사의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판교노인복지관 등에서 하타 요가를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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