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경쟁해야 하는 오늘 이 시대 붓다의 역할|이 시대의 부처님

AI와 경쟁해야 하는
오늘 이 시대 붓다의 역할

원빈 스님
송덕사 주지, 행복문화연구소 소장


붓다의 특징이자 붓다의 역할, 선호념과 선부촉
아라한은 자아를 완전히 죽인 살적(殺賊)이기에 새로운 문제의식을 품기 어려운 특징이 있습니다. 『금강경(金剛經)』에서 붓다가 수보리존자를 ‘선재선재(善哉善哉)’라고 칭찬하는 이유는 번뇌의 불이 완전히 꺼진 잿더미 속에서 중생에 대한 자비심으로 불사조와 같은 보리심을 일으켜 붓다의 길을 짊어졌기 때문입니다.

‘붓다는 아라한과 다른 점이 있다! 무엇일까?’

수보리존자는 붓다의 특별함을 인식했습니다. 그리고 그 특별함을 원했습니다. 수보리존자의 서원으로 탄생한 붓다의 길에 대한 문답이 『금강경』입니다.

수보리존자는 『금강경』에서 붓다에 대한 특징을 두 가지로 요약했습니다. 바로 선호념(善護念)과 선부촉(善付囑)입니다. 이 두 가지는 붓다의 역할입니다. 제자의 불안을 안심시키는 선호념하는 것과 안주하려는 제자에게 분명한 수행 주제를 주어 경책하는 선부촉하는 것이 바로 대체 불가능한 스승 붓다의 역할입니다. 이런 역할은 붓다를 상징하는 ‘대연민삼매(大憐愍三昧)’와 ‘일체지(一切智)’라는 두 가지 힘과 서로 상응합니다.

먼저 선호념이란 붓다만이 지닌 특성인 ‘대연민삼매’를 바탕으로 합니다. 붓다는 정기적으로 이 ‘대연민삼매’에 들어 세상을 관조합니다. 도과(道果)가 무르익은 중생이 이 연민의 그물에 걸리면, 두 발로 직접 그를 찾아갑니다. 제자의 마음을 선호념해주고, 도과를 성숙시켜줍니다. 오직 붓다만이 가능한 이 능력은 마법 같은 깨달음의 장면을 수없이 연출했습니다. 다음으로 선부촉이란 붓다의 두 번째 특징인 ‘일체지’를 바탕으로 합니다. 수행자는 다양한 핑계로 게으름에 빠져 안주합니다. 일체지자인 붓다는 방일함의 인과를 깊게 가려볼 수 있고, 수행의 장애에 대한 명료한 해결책까지 분명하게 알아 제시해줄 수 있습니다. 일체지란 알고자 하는 것을 걸림 없이 아는 지혜입니다. 이러한 붓다의 지혜로 의심과 게으름 등의 번뇌에 넘어진 제자들은 일어나 다시 열반으로 나아갑니다.

사회적 요구에 부응해 중생을 행복으로 이끄는 역할했기에
석가모니 부처님이 붓다로 불리는 가장 특별한 이유
붓다라는 존재에 대한 기준은 완성된 마음의 상태일까요, 아니면 역할일까요? 성불의 인(因)을 추구하는 수행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깨달음이라는 완성된 마음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붓다를 스승으로 의지하는 중생에게는 붓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아무리 고귀한 의식상태에 도달했던 석가모니 부처님이더라도 사회적 요구에 부응해 중생을 행복으로 이끄는 역할을 하지 않았다면, 석가모니 부처님이 과연 붓다라 불렸을까요? 인류 역사를 관통하는 모든 위대한 성인 중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이 가장 특별한 이유는 다름 아닌 이 역할 때문입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제자들을 ‘세간해(世間解)’로서 선호념하고, ‘조어장부(調御丈夫)’로서 선부촉한 분으로 성인 중에 유일무이합니다.

불멸 후 붓다의 역할 승단이 계승…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한국의 승단의 위상은 지금까지 계속 하락하는 추세
인류 역사상 공식적으로 인정된 붓다는 오직 석가모니 부처님뿐입니다. 그렇기에 불멸 후 붓다의 역할은 승단이 짊어지게 되었습니다. 사회적 요구에 대해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한 승단은 존중을 받지만,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승단은 점점 축소되었습니다. 현시점에서 한국의 승단은 명백히 후자입니다. 고려 시대에 리더이자 국왕의 스승으로서 존중받으며 사회적 역할을 했던 승단의 위상은 지금까지 계속 하락하는 추세입니다. 현재는 대통령과 정치인을 비롯한 일반 국민조차 승단에 질문을 하거나 요청하지 않습니다. 승단은 이제 더 이상 지혜를 지닌 세상의 리더로서 기대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종단 차원에서 10년 대계 세우고 붓다 수행 프로그램 개발해
붓다를 향한 시대적 요구에 대응해야
역할 수행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현 사회의 문제와 고통을 이해해야 합니다. 한국은 현재 ‘조용한 중독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세대별로 각기 다른 심각한 중독 증상을 보이는 상황으로 이것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주관 세계의 흐름입니다. 사회현상을 살펴본다면, 현재는 AI를 필두로 한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고 가상현실이라는 또 하나의 세상이 태동하는 시기입니다. 이것은 이 세상에 대한 객관 세계의 흐름입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붓다를 향한 시대적 요구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상과 현실이 중첩된 세상 속에서 중독이라는 심병을 겪고 있는 중생을 안심시킬 수 있는가?’

현재 한국 사회는 중독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보편적으로 10대 이전의 세대는 ‘스마트 기기와 당분’ 중독에 빠져 있습니다. 중·고등학생은 여기에 ‘스마트폰 도박’까지 더해 중독이 더욱 심각합니다. 20대 전후의 청년들 사이에서는 죽음의 마약이라고 불리는 ‘펜타닐’ 중독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30대 전후의 청년들은 ‘알코올’ 의존증 비율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고, 이외의 모든 세대에서는 ‘카지노 도박’ 중독으로 인해 패가망신하는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디어에서는 이런 현상을 쉬쉬하며 숨기고 있습니다. 승단은 한국인들이 다양한 중독에 사로잡혀 있는 현실을 인지해야 합니다.

중독은 암 덩어리처럼 자라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권한이 생김에 따라 점점 더 치명적이고 강렬한 중독에 빠집니다. 스마트폰 중독은 ‘집중과 몰입’을 빼앗아가는 부작용이 있지만, 이 정도는 노력에 의한 회복이 가능하기에 정상 범위에 있습니다. 그러나 알코올과 도박 그리고 마약 중독은 사람을 큰 파국에 이르게 합니다. 펜타닐과 같은 마약은 두뇌 자체를 망가뜨리기에 회생이 어렵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고통을 수행자 개인이 해결하려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종단 차원에서 10년 대계를 세우고 ‘미래 환경에 대응하는 종교 프로그램’과 ‘중독 예방 및 치유 프로그램’의 붓다 수행 프로그램을 개발해 시대적 요구에 대응해야 합니다.

메타버스 세상이 열린다는 것은 천지가 개벽하는 일입니다. 지금까지 공유하던 하나의 객관세계에 완전히 새로운 법칙의 세상이 무한히 열린다는 의미입니다. 가상현실은 마치 실제 존재하는 환경인 것처럼 가상의 환경을 제공해, 실제 현실과 상호작용을 하는 것과 같은 경험을 제공하는 기술입니다. 이러한 가상현실은 현실적 체감과 얼마나 일치하느냐에 따라 몰입도가 달라지는데, 이러한 몰입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오감의 자극을 적극 활용합니다. 근미래에 펼쳐질 가상현실은 두뇌를 완전히 속이는 기술을 바탕으로 접근성이 쉽고 현실감은 매우 높을 것입니다. 오히려 현실보다 더 강렬한 현실감과 자극적인 느낌을 제공할 것이기에 고락(苦樂)의 감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이러한 현실에서의 여러 제약 사항과 한계가 풀리는 가상현실에서는 중독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문제가 증폭될 가능성이 큽니다.

중독에 사로잡혀 불안에 시달리는 중생을 치유할 수 있는 붓다의 안심법문은 경전 속에 전부 담겨 있습니다. 이러한 안심법문을 선별해 가공하고 새로운 콘텐츠로 재생산해, 중생이 모여 있는 새로운 광장 개념인 가상현실 속에서 제공할 준비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승단은 10년 대계를 세우고 최우선으로 새로운 세상에 입장할 자격을 갖추어야 합니다.

세상의 모든 종교 AI와 경쟁해야 하는 시대…
붓다의 중생 구제 닮은 AI 서비스도 ‘곧’ 등장할 것
현재 전 세계의 크리스천이 열광하는 ‘AI 예수’라는 종교 서비스가 있어 직접 사용해보았습니다. AI에게 고민을 질문해보니, 도움이 될 만한 성경 구절을 추천해줍니다. 그리고는 묵상할 수 있는 질문을 제공해줍니다. 마지막으로 앞선 정보들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조언을 해줍니다. 너무나 친절하고 지혜롭게 느껴졌습니다. 이 AI의 역할이 바로 현대의 ‘세간해’이자 ‘조어장부’입니다. 불안한 마음을 선호념해 안심시켜주고, 나아가 안주하지 않도록 선부촉합니다.

현대인에게는 결코 종교가 필요 없는 것이 아닙니다. 종교가 그들의 요구에 응답하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AI 예수를 향한 대중의 관심과 활용 사례는 안심의 길을 찾는 욕구를 잘 보여줍니다. 이제 세상의 모든 종교는 AI와 경쟁해야 합니다. 어떤 이는 혹시 이렇게 반문할 수 있습니다.

“AI는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활용해야 한다!”

일견 일리 있는 말입니다. 하루빨리 검증된 ‘AI 붓다’ 서비스를 전 세계의 불자에게 선보일 수 있다면 말입니다. 이런 의견도 있습니다.

“AI 서비스는 부정확한 답변이 많다!”

AI의 정확함과 친절함은 가상현실 세계가 발전할수록 더욱 극대화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AI는 첫째,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학습된 데이터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상대적으로 일체지에 가까운 지식을 습득하게 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선부촉의 지혜로운 답변을 하는 능력은 크게 성장할 것입니다. 둘째, 질문자의 뇌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기술로 사람의 마음을 파악하는 타심통(他心通)에 가까운 능력이 되면, 그 답변과 대응이 훨씬 친절하고 자비로워질 것입니다. 사람보다 사람을 더 잘 이해하고, 자기보다 더 자기를 자비로운 관점으로 바라봐주는 붓다의 중생 구제를 닮은 AI 서비스는 이제 ‘곧’ 등장할 것입니다.

대중이 요구하는 붓다는 역할입니다. 시대의 요구와 질문에 응답하는 승단만이 구시대의 유물 신세를 면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승단이 존중받기 위함이 아닙니다. 시대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유연하고 지혜롭게 대응하는 것 자체가 상구보리의 실천이자 일체중생을 돕는 하화중생의 보살행입니다.

새롭게 열린 가상현실 속에서 ‘부처님오신날 봉축 게임’에 대중이 참여하며 즐거워하기를, 24시간 열린 정토의 아름다움을 구현한 가상현실 속 연꽃 위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모여 안심법문을 공부하고 수행하며 불안에서 벗어나기를, 다양한 차원의 세계에서 붓다의 진리가 담긴 콘텐츠가 극락조의 노래로 끝없이 울려 퍼지기를 발원합니다.

원빈 스님
해인사에서 출가했다. 중앙승가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행복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면서 경남 산청에 있는 송덕사의 주지를 맡고 있다. 저서에 『원빈 스님의 금강경에 물들다』, 『굿바이, 분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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