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화경』 「비유품」 중에서
화택에 대한 비유
사리불아, 옛날 옛적에 어느 나라의 한 마을에 큰 장자가 살고 있었느니라. 나이는 매우 늙었으나 재산이 한량없이 많고 토지와 가옥과 하인들이 대단히 많이 있었느니라.
그 집은 매우 크고 넓었으나 대문은 오직 하나뿐이었고, 그 안에 백 명, 이백 명 내지 오백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었느니라.
그 집은 모두 낡아서 벽과 담은 무너지고 기둥뿌리는 썩었으며 대들보마저 기울어져 위태롭게 생겼는데, 갑자기 사방에서 불이 일어나 집들이 한창 타고 있었느니라.
그때 그 집 안에는 열 명, 스무 명 혹은 서른 명이나 되는 장자의 여러 아들들이 있었느니라.
장자는 이 큰불이 사방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고 크게 놀라 두려워하며 이렇게 생각하였느니라.
‘나는 비록 이 불타는 집에서 무사히 나왔지만, 내 여러 자식들은 이 불타는 집 속에서 장난하고 노느라고 불난 것을 깨닫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며 놀라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으며, 불길이 곧 몸에 닿아서 고통을 한없이 받으련만 걱정하는 마음도 없고 나오려는 생각도 아니하는구나.’
사리불아, 장자는 또 이렇게 생각하였느니라.
‘나는 기운이 세니 옷 담는 상자나 궤짝을 가지고 가서 담아 들고 나오리라’ 하였다가 다시 생각하기를 ‘이 집의 문은 하나뿐인데 매우 좁고 협소하다. 아들들은 너무 어려 놀이에만 정신이 팔려 있으니 자칫 잘못하여 어린 것들이 땅에 떨어지면 불에 타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그 어린 것들한테 이 집이 한창 불에 타고 있으므로 무섭다는 말을 들려주어 지금 빨리 뛰어나오지 아니하면 불에 타서 죽는다고 하리라.’
이와 같이 생각한 장자는 그 여러 자식들한테 빨리 나오라고 소리쳤느니라.
아버지는 애가 타서 불쌍하게 생각하고 좋은 말로 타이르고 달랬으나, 아이들은 장난에만 정신이 팔려 즐기느라 믿지도 아니하고 놀라지도 아니하고 두려워하지도 아니하여 나오려는 마음이 전혀 없으며, 또 불이 어떤 것이며 집은 어떤 것이고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어 가는지도 모르고 다만 이리저리 동서로 달리고 뛰놀면서 아버지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였느니라.
이때, 장자는 이런 생각을 또 하였느니라.
‘이 집은 벌써 맹렬한 불길에 휩싸여 타고 있어, 나의 아들들이 지금 나오지 아니하면 반드시 불에 타게 되리니, 내가 이제 방편을 써서 아들들이 화재를 면하게 하리라.’
그 아버지는 여러 자식들이 장난감을 좋아하는 줄을 아는지라, 가지가지 기이한 장난감을 보면 반드시 기뻐하리라 생각하고 아이들에게 말하였느니라.
“너희들이 좋아하고 갖고 싶어 하는 진귀한 장난감이 여기 있으니 너희들이 지금 가지지 아니하면 이 뒤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다. 여러 가지 양이 끄는 수레·사슴이 끄는 수레·소가 끄는 수레들이 지금 대문 밖에 있으니 너희들은 이 불타는 집에서 빨리 나오너라. 너희들이 달라는 대로 나누어 주겠노라.”
이때, 여러 아들들은 아버지가 말하는 진귀한 장난감이 마음에 들었으므로 기뻐하며 서로 밀치면서 앞을 다투어 불타는 집에서 뛰쳐나왔느니라.
이때, 장자는 여러 자식들이 불타는 집에서 무사히 나와 길 네거리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마음에 걱정이 없어지고 편안하고 흐뭇하여 기쁨에 넘쳤느니라.
(중략)
사리불아, 저 장자가 몸과 팔에 기운은 있으나 쓰지 않고 다만 은근하게 방편으로 여러 아들들을 불타는 집에서 힘써 건져낸 뒤에 보배로 된 큰 수레를 주듯이, 여래도 그와 같아서 비록 힘과 두려움 없음이 있지만은 쓰지 아니하고, 다만 지혜와 방편으로 삼계의 불타는 집에서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성문과 벽지불과 불승의 삼승을 설하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느니라.
“너희들은 욕계와 색계와 무색계의 불타는 집에 있기를 좋아하지 말라. 누추한 빛깔과 소리와 냄새와 맛과 감촉을 탐내지 말라. 만일 탐내고 애착하면 불에 타게 되느니라. 너희들이 욕계와 색계와 무색계에서 빨리 나오면 반드시 성문과 벽지불과 불승을 얻으리라.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하여 이 일을 책임지고 보증하니 허망하지 않으리라. 너희들은 다만 부지런히 정진하라.”
여래는 이와 같은 방편으로 중생을 권유하여 바른 길로 나아가게 인도하시고는 또 말씀하시었느니라.
“너희들은 반드시 알라. 이 삼승법은 성인들이 칭찬하는 바이며, 자재하여 얽힘과 속박이 없고 의지하거나 구할 것이 없느니라. 이 삼승을 타기만 하면 번뇌가 없는 근기와 힘과 깨달음과 도와 선정과 해탈과 삼매 등을 스스로 즐길 것이며 한량없는 편안함과 기쁨을 얻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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