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세대 갈등의 원인과 현상|특집, 세대 갈등의 불교적 해법

한국 사회에서
세대 갈등의 원인과 현상

박재흥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세대 차이란 역사적·문화적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빚어진
사고방식이나 행위 양식의 차이
인간은 사람들을 일정한 방식으로 분류해 인식하고 각 범주의 사람들에게 각각 달리 대하는 경향이 있다. 남성과 여성, 청소년과 노년층, 부유층과 빈곤층 등의 범주들이 그 예이다. 이러한 범주화는 수많은 사람들을 낱낱으로 인식하고 평가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기 위해 이루어진다고 한다. ‘세대’ 역시 이러한 범주화 방식의 하나로서, 사람들의 출생 시기에 주목해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은 사고방식과 행위 양식이 동질적이고 그 이전이나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과 다르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세대 현상이란 어느 세대가 갖는 독특한 특성이나 세대 차이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독일의 사회학자 만하임(K. Mannheim)에 따르면, 동일한 지역(역사·문화권)에서 비슷한 시기에 출생한 사람들은 역사적·문화적 경험을 공유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사고·감정·행위 양식도 비슷해지기 쉽다고 한다. 이러한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교류하며 공동 운명체로서의 연대감이 형성될 때 그들을 세대라 했다. 예컨대 한국에서 198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이 성장기에 경제적 풍요와 정보화 등의 경험을 공유하고 그에 따라 개방적이고 자유분방한 사고방식과 행위 양식을 지니며 서로 연대감과 동류의식을 느낀다면 이들을 하나의 세대로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세대 개념을 이렇게 정리하고 나면 세대 차이 개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세대 차이란 세대 특성의 차이, 즉 역사적·문화적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빚어진 각 세대의 사고방식이나 행위 양식 면에서의 차이를 뜻한다.

세대 차이와 갈등 최근에 갑자기 나타난 현상 아니다
‘이걸요? 제가요? 왜요?’ 1980년대에서 2010년대 초에 출생한 소위 MZ세대 직원이 직장 상사의 부당하다고 여기는 업무 지시에 대해 전형적으로 보이는 반응 양식이라 한다. 직장 상사에게 말대꾸하는 것을 금기시하던 시절이 있었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2년 출생) 혹은 그 이전 세대의 경우가 그러했고 현재 50대 중반에서 60대 초인 86세대에게도 그러한 경향이 다소 남아 있었다. 세대 차이와 갈등은 물론 최근에 갑자기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기원전 3세기경 고대 이집트의 나이 든 사람들은, 젊은이들이 버릇이 없고 연장자의 지혜와 경험을 존중하지 않는다며 그들을 못마땅하게 여겼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현재 80대 연령층인 4.19세대가 그 윗세대로부터 개인주의적이고 타산적·충동적이라고 비난받았다는 기록이 있는데 쉽사리 믿어지지 않는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일까? 아랫세대에 대한 윗세대의 비판적 시선이 반복되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그 역(逆)도 성립한다.

문화적 차이, 희소자원의 불균등한 소유와 배분,
정보통신 기기 친숙도 차이와 정보 격차가 세대 갈등의 원인
세대 갈등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① 문화적 차이, ② 희소자원의 불균등한 소유와 배분, ③ 정보통신 기기 친숙도 차이와 정보 격차가 바로 그것이다.

첫째, 문화적 차이(혹은 가치관 차이)는 세대 갈등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 여러 차이들 중에서도 특히 주목할 만한 영역은, 권위주의 대 탈권위주의 문화의 충돌, 그리고 집단주의 대 개인주의 문화의 충돌이다. 우선 전통적인 유교 문화에서는 인간관계에 상하 위계서열이 있다고 보고 각 위치에 적절한 방식으로 예의범절을 지킬 것을 강조했다. 나이나 사회적 지위의 높낮이에 따라 상대방을 달리 대하는 수직적·권위주의적 인간관계, 여성을 상대적으로 낮추어 보며 하대하는 남녀차별 관행 등이 이러한 문화의 예이다. 이러한 권위주의적 사고와 가치관은 시대가 바뀌고 세대가 교체됨에 따라 점차 약화되는 추세에 있지만 그 잔재가 여전히 남아 있어서 젊은 세대와 갈등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 젊은이들은 전통적 예절이나 격식, 연장자나 국가의 권위주의적 통제, 수직적 인간관계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갖고 저항한다. 다음으로, 집단주의 대 개인주의 문화의 충돌 역시 세대 갈등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 집단주의 문화는 개인보다는 집단(공동체)의 목표와 이해관계를 중시하고 집단의 화합을 위해 자기주장을 삼가는 문화를 의미한다. 가족 공동체를 위해 개인의 희생도 감수하는 가족주의, 그 원리를 그대로 받아들인 직장 공동체의 유사 가족주의, 국가가 개인의 사적 영역과 시장을 관리 통제하던 1960~1970년대 국가주의 등이 집단주의의 예들이다. 개인주의 가치를 지향하는 젊은 세대들은 이러한 집단주의 문화를 단호하게 거부하고 저항한다. 이러한 탈권위주의와 개인주의 문화는 성장기에 경제적 풍요와 민주화, 세계화를 최초로 경험한 1970년대 출생 세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그 이후 더욱 강화되었다.

둘째로, 세대 갈등은 권력(영향력)이나 경제적 기회와 같은 희소자원의 소유와 배분을 둘러싸고 발생하기도 한다. 권력을 지키려는 나이 든 세대와 그것을 양도하라는 젊은 세대 간의 세대교체 공방, 일자리·연금 정책·예산의 배분 등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신·구세대 간의 갈등이 바로 그러한 예이다. 세대교체 공방은 국회의원 총선에서도 빠짐없이 등장하는 주요 쟁점인데 이번에도 86세대·다선(多選) 의원 용퇴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경제적 기회를 둘러싼 갈등도 치열하다. 한 연구에서는, 상호 유대가 강고한 베이비붐 세대와 86세대의 상층부 과잉 점유가 기업의 재정을 악화시켜 비정규직 양산과 청년 실업의 주요 배경이 되었음을 통계 분석을 통해 밝힌 바 있다. 그 밖에도 세대 갈등을 야기하는 쟁점들이 수두룩하다. 제한된 일자리를 두고 세대 간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평균 수명이 늘어난 만큼 정년을 연장할지 여부와 임금 피크제를 어떻게 정착시킬지의 쟁점, 국민연금 기금 소진을 막고 미래 세대의 노년층 부양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민연금의 현행 보험료율을 얼마나 높이고 수급 연령을 늦출지의 쟁점,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현 상황에서 재정 적자를 감수하며 고령층의 지하철 무임승차 정책을 유지할지의 쟁점 등이 모두 세대 간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쟁점들이다.

마지막으로, 정보통신 기기의 친숙도 차이와 정보 격차가 세대 간 소통을 어렵게 하고 나아가서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정보화 속도는 매우 빠른 편이다. 인터넷 서비스는 1990년대 중반에, 스마트폰은 2010년경 보급되기 시작했는데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는 이제 그것이 옷이나 신발과 같이 품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들에게는 디지털 중심의 온라인 서비스 활용이 중요한 일과가 되면서 뉴스나 생활 정보 등의 검색은 물론이고, 상품 주문, 금융 거래, 각종 예약과 결제, 택시 호출 등의 서비스를 제공받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블로그,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자료를 공유한다. 특히 2019년 말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 이래 비대면(非對面) 문화가 일상화되면서 디지털 기기 사용이 더욱 가속화되었다. 식당, 은행, 호텔, 백화점 등의 공공장소에는 정보·서비스 제공이나 상품 구매를 위해 직원 대신 터치스크린 방식의 정보 단말기(키오스크)가 속속 설치되어 이용이 서툰 고령층을 당혹스럽게 한다. 이러한 디지털 환경으로의 급속한 전환과 정보 격차는 중·고령층의 일상생활을 불편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자존감 저하와 우울감 야기, 나아가서 세대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직접적으로 핀잔이나 눈치를 주는 행위, 혹은 무시하거나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 모른 척 외면하기 등의 비언어적 표현이 중·고령층의 분노를 일으키고 심각한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세대 갈등 완화에 관심 가져야
한국리서치에서 최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총 응답자의 80%가 한국 사회의 세대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고 49%가 이러한 갈등이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았다. 또한 위아래 세대와의 대화와 협업(協業)이 어렵고 생각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응답이 2년 전 조사에 비해 큰 폭으로 늘었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한국 사회의 세대 갈등이 생각보다 심각함을 보여준다. 세대 갈등이 발전의 동력이 된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그것이 세대 간의 소통을 어렵게 하고 대화 단절을 불러일으키며 나아가서 사회 통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갈등 완화에도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박재흥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미국 뉴욕주립대(버팔로) 사회학과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뉴욕주립대(버팔로) 사회학과 객원교수로 활동했고, 경상대 사회학과 교수를 지냈다. 현재는 경상대 명예교수로 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의 세대문제: 차이와 갈등을 넘어서』, 『세대 차이와 갈등; 이론과 현실』이 있고, 『디지털 혁명과 자본주의』 등의 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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