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긍정 정서는 깨달음으로 강화된다|현대인의 감정, 어떻게 다루어야 하나

불교의 긍정 정서는
깨달음으로 강화된다

노부호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명예교수


불교의 긍정 정서는 현재 느끼는 감정 상태보다 윤리적 가치에 기초를 둬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즐거움을 주는 건설적인 긍정 정서를 키우고 고통을 주는 파괴적인 부정 정서를 줄여나가고자 한다. 깨달은 사람은 파괴적인 정서를 모두 제거한 사람이다. 그들은 탐욕과 분노와 같은 파괴적인 정서를 점진적으로 극복함으로써 애정, 동정과 같은 건설적인 정서를 개발하고 확대해왔다. 내적 의식개혁 과정을 거친 것이다.

불교와 심리학에서 긍정 정서와 부정 정서의 개념이 다르다. 심리학자들은 경험할 당시에 좋은 기분을 느끼면 긍정 정서이고 나쁜 기분을 느끼면 부정 정서이다. 불교에서는 당장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그러한 정서의 장기적인 결과를 보고 긍정 정서인가 부정 정서인가를 결정한다. 심리학자들은 긍정 정서로부터 오는 삶의 만족감을 행복이라고 하고 주관적 안녕감이라고 부르고 있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긍정 정서를 많이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행복은 긍정 정서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말도 하고 소확행이라는 말도 있다. 친한 친구들과 찻집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은 분명 긍정 정서이고 필요하지만 외부에서 긍정 정서를 추구할 것이 아니라 자기의 가치와 성품을 개발함으로써 자기 내면에 그러한 긍정 정서가 항상 존재하도록 하는 것이 불교의 방법이다. 불교의 긍정 정서는 현재 느끼는 감정 상태보다 윤리적 가치에 기초를 두고 있는지의 여부이다. 불교에서의 긍정 정서는 자기중심적이지 않고 타인 중심적이다.

사무량심과 깨달음
불교의 대표적인 긍정 정서는 자비희사의 사무량심이다.
자: 동식물을 포함한 모든 존재의 복지, 행복, 안전을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다. 비: 다른 존재의 고통과 아픔에 대해 공감하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다. 희: 다른 사람들의 행복과 성공을 함께 기뻐하는 마음이다. 사: 평정심이라고 한다. 죽음을 비롯한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기를 잃지 않으려는 마음이다.

우리가 이 네 가지 정서를 잘 발휘한다면 살기 좋은 조화로운 세상이 되겠지만 실제는 그렇지 못하다. 우리가 사무량심과 같은 긍정 정서를 발현하지 못하는 이유는 상실의 두려움 때문이다. 상실의 두려움은 우리가 탐욕과 집착의 삶을 살기 때문이다. 『반야심경』은 탐욕과 집착을 내려놓고 상실의 두려움을 극복해 열반에 이르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가 탐욕과 집착에 빠지는 이유는 공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공의 개념으로부터 이 세상의 모든 사물과 존재는 연기적 조건에 의해서 자연적으로 생성 변화 소멸해가기 때문에 영원한 실체가 없고 인연 생기하는 상호 연결성과 상호 종속성하에서 공생하고 있다는 지혜를 터득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자타불이의 세상에서 자리이타의 삶을 살아야 하는데 탐욕과 집착에 빠진다는 것은 이 세상은 영원한 실체가 있고 상호 분리되어 있다는 망상을 가지고 혼자만 잘되겠다는 것이므로 고통을 벗어날 수 없다.

우리의 마음은 불성(보리심)과 중생심으로 되어 있는데 상실의 두려움이 없으면 불성이 발현된다. 스티브 잡스는 2005년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 축사에서 죽음을 생각하면서 상실의 두려움을 벗어나 용기 있게 미래를 선택하라는 말을 했다. 영원한 실체가 없는 세상에서 잃을 것이 없다는 것이다.

명상과 마음챙김
실체가 있다는 망상을 버리고 탐욕과 집착에서 벗어나 열반을 이룬다는 머리로 이해한 지식을 실천적 지혜로 만들기 위해서는 명상과 마음챙김과 같은 수행을 통해서 점진적으로 몸에 체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명상은 생각을 하나로 집중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기 위한 것이고 마음챙김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나 우리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관찰하면서, 우리 몸이 어떻게 느끼는지 인식하는 것이다.

명상과 마음챙김에 이러한 차이점이 있지만 명상과 마음챙김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의 마음을 현재로 오게 하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은 그냥 내버려두면 과거와 미래로 가게 된다. 마음이 과거와 미래로 가게 될 때 우리의 마음은 탐욕을 키우고 후회와 불안이라는 부정 정서에 물들게 된다. 부정 정서는 그 자체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확대 재생산된다. 우리의 마음이 과거와 미래로 가는 것은 탐욕과 집착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고 과거와 미래로 가면 탐욕과 집착은 더욱 강화된다.

현재로 돌아올 때 우리의 마음은 탐욕과 집착이 없어지고 순수해져 긍정 정서가 개발된다. 현재로 돌아오기 위해 취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명상에서 호흡을 관찰하는 것이다. 명상은 현재를 느끼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걷기 명상도 걸으면서 현재를 느끼는 것이다. 주위의 여러 가지 사물을 보고 관찰하면서 느낌을 갖는다. 현재를 느낄 때 우리는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명상과 마음챙김을 할 때 현재에 머물기 위해서는 생각과 감정이 떠오를 때 휘말리지 않아야 한다.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받아들이고 관찰하면 저절로 사라지기도 하고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경우에는 무언가 원인이 있기 때문인데 그 원인을 파악하고 분석해 주체적으로 대응해나갈 수 있다. 마음이 현재에 와 있다는 것은 현재 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고 집중하고 있을 때 마음이 순수해지므로 우리의 불성이 발현되고 긍정 정서가 개발된다.

부처님의 제자인 주리반특도 먼지를 털고 마당을 쓰는 등 청소에 집중했기 때문에 마음이 순수해지고 성품이 개발될 수 있어 깨달음에 이를 수 있었다.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며 매우 힘들게 살았던 에크하르트 톨레도 29세 때 마음챙김을 통해서 현재에 집중함으로써 획기적으로 내면의 평화를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명상, 마음챙김을 통해서 우리의 마음을 현재에 머물게 하는 것은 과거나 미래로 가려는 마음을 현재로 가져오는 것이므로 마음의 통제력을 강화시켜준다. 마음의 통제력이 강화될 때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 충동적 반응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 주체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우리의 불성인 긍정 정서가 발현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이것은 잔인하고 처참한 극한 상황에 있는 유태인 수용소에서도 마지막 남은 빵 한 조각을 나눠 주며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던 사람들이 있었던 것처럼 어떤 상황에서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는 아무도 빼앗을 수 없는 빅토르 프랑클이 말하는 인간 최후의 자유다.

성품의 개발
불교의 긍정 정서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외부에서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발현되므로 불성이고 일반적으로 말해 성품이다. 성품을 개발하는 것이 바로 긍정 정서의 개발이다. 불교의 정서는 가치에 기초를 두고 있다. 성품은 정서이므로 가치에 기초를 두고 있고 가치는 인생관에 따라 결정된다. 인생관을 믿음이라고 말한다. 인생관, 즉 믿음을 수립하는 대상에는 일, 사람, 사회, 죽음, 인생의 다섯 가지가 있다.

일은 자기의 창조적 표현이다라는 믿음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사업적 가치를 가지게 된다. 그러면 사업적 가치로부터 일을 할 때 나를 완전히 몰입해서 하는 열정의 성품을 갖게 될 것이다. 또한 사람이란 무한한 잠재력이 있고 잠재력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믿음이 있다면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인간적 가치를 지니게 된다. 그러면 인간적 가치로부터 우리는 모두 하나라는 애정의 성품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세상이 바르게 돌아가도록 사심을 버리고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믿음이 있다면 사회와 조직의 발전을 개인의 이기적 이득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도덕적 가치를 가지게 된다. 그러면 도덕적 가치로부터 불의에 저항하는 정의의 성품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인생에서 존엄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믿음이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를 잃지 않는 영성적 가치를 가지게 된다. 그러면 죽음을 비롯한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허정(虛靜)의 성품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인생은 자기를 찾는 과정으로 평생 수행해야 한다는 믿음이 있다면 인생의 가치와 철학을 확립하고자 하는 철학적 가치를 지니게 된다. 그러면 인생의 문제에 대해 사색하고 반성하는 성찰의 성품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상의 성품 개발 과정은 성찰에 기초를 두고 있다. 우리의 다섯 가지 믿음과 가치 그리고 성품은 성찰의 결과이다. 여기에서 제시한 열정, 애정, 정의, 허정(虛靜), 성찰의 다섯 가지 성품은 불성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본질을 나타내는 것이므로 성품의 개발은 자기를 찾는 것이고 깨달음으로 이어진다.(노부호, “참나를 찾는 자아실현으로서 깨달음”, 월간 『불교문화』, 9월호(통권 제265호), 2022 참조)

의미와 꿈
의미는 일생을 두고 추구할 가치 있는 일을 말하는데 꿈이라고도 부른다. 꿈과 의미는 살아가야 할 이유를 말하는 것으로 삶의 의욕, 동기부여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빅토르 프랑클은 유대인 수용소에서 의미를 찾지 못한 사람은 삶의 의욕을 잃고 쉽게 삶을 포기해버렸다고 말했다. 삶의 의욕, 동기부여가 긍정 정서를 강화시키는 요인이다.

빅토르 프랑클 자신도 인생의 의미를 찾고 긍정 정서를 회복한 사례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매섭게 추운 날 찢어진 신발 때문에 눈물이 날 정도로 아픈 발을 절뚝거리며 행군을 하면서 오늘 밤 무엇을 먹게 될까, 소시지 한 조각이 추가 배급으로 나온다면 빵 한 조각과 교환해야 할까, 2주 전에 받은 보너스에서 남은 마지막 담배 한 개비를 한 그릇의 수프와 교환할까 등 사소한 일들만 생각하는 상황에 역겨움을 느끼고 생각을 미래로 바꾸기로 했다.

그러자 그는 쾌적한 강의실에서 열심히 경청하는 청중들 앞에서 수용소의 심리적 경험에 대해 강의하는 자기 모습을 그릴 수 있었다. 삶의 의미를 찾고 미래의 꿈을 그릴 수 있게 되자 열정적인 삶의 의욕을 느낄 수 있었다. 자기 내면의 긍정 정서를 회복한 것이다. 사람은 미래의 꿈과 희망을 가질 때 더 생생하게 현재를 살 수 있고 현재를 생생하게 살 때 강한 긍정 정서, 즉 불성이 발현되어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긍정 정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깨달음을 지향해야 한다. 『반야심경』은 공의 개념을 이해하고 상실의 두려움을 극복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명상과 마음챙김은 우리의 마음을 현재에 머물게 함으로써 순수하게 해 긍정 정서를 개발할 수 있게 한다. 긍정 정서는 또한 성품을 개발하는 것이고 꿈과 의미를 추구하는 것이다.

노부호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버지니아 공과대학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21세기비즈니스포럼 공동 대표로 있다. 저서로는 『V이론에 의한 제3의 경영』, 『통제경영의 종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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