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이 함께하는 삶을 만드는 38가지 체크리스트 | 원빈 스님의 경전 이야기

붓다의 행운 수업, 『행복경(幸福經)』

왜 사람들은 행운에 열광하는가?

원빈 스님
송덕사 주지, 행복문화연구소 소장

그림│김아름

동서고금 막론하고 인류는 행운에 집착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운(運)을 참 좋아합니다. 자력수행(自力修行)을 특징으로 하는 불자들조차 복을 비는 것은 물론 연초에 점(占) 보는 것을 선호합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가 행운에 집착한다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보편적인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행복경』으로 알려진 『마하망갈라숫타(Mahāmaṅgala-sutta)』는 이런 보편적인 상황에 대한 묘사로부터 시작됩니다. 석가모니 부처님 재세 시 인도의 한 마을에서 논쟁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논쟁은 ‘무엇이 행운의 상징인가?’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아침에 소를 보면 운이 좋다든지, 향기로운 꽃 냄새를 맡으면 운이 좋다든지 등 당시 인도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갑론을박(甲論乙駁)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한국 문화에서 보면 ‘아침에 똥차를 보면 운이 좋으니, 복권을 사야 한다’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 행운에 대한 서로의 생각이 확고하고 팽배한 상황이 답답했던 한 천신이 제따와나에 계신 부처님께 찾아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합니다.

“많은 신과 사람들은 행복을 바라고 있습니다. 무엇이 으뜸가는 행복인지 말씀해주십시오.”

붓다 행운학의 특별함
부처님께서는 행운이 함께하는 삶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38가지 체크리스트를 말씀하시는데, 이것이 『행복경』의 내용입니다. 『마하망갈라숫타』는 세 가지 제목으로 번역되었습니다. 『행복경(幸福經)』과 『축복경(祝福經)』 그리고 『길상경(吉祥經)』입니다. 이 세 가지 제목은 셋처럼 보이지만, 사실 한 가지 맥락으로 연결됩니다. 제목에 대한 논리 구조를 분석함으로써 붓다의 행운학이 어떤 점에서 특별한지 살펴보겠습니다.

피터 홀린스(Peter Hollins)의 『운을 기획하라』에서는 보편적인 사람들이 행운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이렇게 표현합니다. “우리가 운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운이 우리 편이길 바란다는 사실 하나뿐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모두 행운을 바라지만, 행운에 대해 매우 무지합니다. 무엇이 행운의 확률을 높이는 조건인지 모르고, 이미 주어져 있는 일상 속 행운을 발견하지 못하며, 보더라도 의지력을 발휘해 그 행운을 잡지 못합니다.

붓다의 행운학은 행운의 조건을 스스로 형성하고, 보고, 잡는 단계로 행운을 만드는 “3단계 작운법(作運法)”입니다. 1단계 작운법은 바로 행운의 확률을 높이는 두 가지 조건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두 가지 조건은 외적 조건과 내적 조건으로서 외적 조건은 환경과 관계를 바꾸는 것이고 내적 조건은 마음의 습관을 바꾸는 것인데, 이 두 가지 조건을 형성하는 것이 바로 『행복경』의 38가지 체크리스트입니다. 이것은 행운의 씨앗을 파종하는 것입니다. 2단계 작운법은 파종된 이후 지속적인 관찰과 애정 어린 관리를 통해 자라나는 행운을 보는 것입니다. 3단계 작운법은 잘 자라난 행운이라는 열매의 기회를 능동적으로 잡는 것입니다.

이 3단계 작운법을 『행복경』의 세 가지 제목과 연결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경전의 가르침에 따라 38가지 조건을 파종하는 것은 ‘길상’에 해당합니다. 다음으로 잘 자라나고 있는 일상 속 행운을 발견하는 것은 ‘축복’에 해당합니다. 마지막으로 축복으로 여겨지는 기회를 잡는 것이 바로 ‘행복’입니다. 이 선순환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 : 행운을 심는다[작: 作]

2단계 : 축복을 발견한다[관: 觀]

3단계 : 행복을 잡는다[취: 取]

작운을 위한 38가지 체크리스트
붓다의 행운학은 무작정 행운을 기다리기만 하는 무지를 넘어서 있습니다. 자력으로 행운의 확률을 높이는 방법과 다가온 행운을 보고, 잡는 것까지의 행동 강령이 포함된 운 좋은 삶을 구현할 수 있는 완벽한 교과서입니다. 이 교과서는 삶 속에서 교정되어야 할 38가지 습관 체크리스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 『행복경』에서 가장 중요한 총론에 해당하는 전반부를 살펴보겠습니다.

“어리석은 사람과 가까이하지 말고 지혜로운 사람과 가까이하며, 존경할 만한 사람을 공경하는 것 이것이 으뜸가는 행복이다.”

38가지 행운의 조건에 대한 총론은 단순합니다. “원리악우 친근현선(遠離惡友 親近賢善)”은 모든 종교와 철학 그리고 자기 계발서의 공통 원리입니다. 행운이란 좁게 해석하면 불선한 사람을 멀리하는 것과 선한 사람들과 가까이하는 것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넓게 해석한다면 사람이 아니라 조건으로 대체하면 됩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내용은 으뜸가는 행복을 논하는 첫 번째 체크리스트가 ‘원리악우’라는 점입니다. 이는 매우 중요하고 상식적인 원리이지만, 많은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새롭게 건물을 짓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요? 당연히 청소와 기반 공사입니다. 사람 그리고 세상과의 관계를 바꿔 행운의 확률을 높이고 싶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이미 맺어진 악성 관계를 정리하고, 앞으로 다가오게 될 악성 관계는 피하는 것입니다.

이를 손절(損切, 손해를 감수하고 이미 맺은 잘못된 관계를 정리하는 기술)과 거절의 기술이라고 표현합니다. 이 두 가지 기술을 지혜롭게 활용할 수 있다면 행복한 삶 속 시한폭탄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악성 관계는 시기의 문제일 뿐 결국 터질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어리석은 사람(조건)과는 ‘절대로’ 함께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작운법의 시작입니다.

다음 주목해봐야 하는 내용은 ‘친근현선’의 구체적인 방법론입니다. 손절과 거절은 기술만 있으면 오히려 쉽습니다. 하지만 지혜로운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방법으로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 몇 가지 소개하겠습니다.

첫째는 존경할 만한 존재를 존경하는 태도입니다. 불보살님들이 수희찬탄(隨喜讚歎)을 가장 뛰어난 수행으로 강조하시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서로 진심 어린 존경이 없다면 이것이 바로 악성 관계입니다. 반대로 서로 수희찬탄한다면, 기존의 악우조차 선우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존경, 수희찬탄은 미묘하고 수승한 공덕을 지니고 있습니다.

둘째는 본찰(本刹)과 가까운 곳에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38가지 체크리스트 중 “바른 법을 배울 수 있는 장소에서 살아가는 행운”을 해석한 것입니다. 친근현선하겠다고 아무리 다짐하고 존경할 만한 이를 존경하더라도 이 원칙을 실천하지 못한다면, 그 마음은 결국 변질되기 마련입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집니다. 최선을 다해 가까이하고 싶은 스승이나 도반이 생겼다면, 내면적으로는 진심으로 존경하는 마음가짐을 준비해야 하고 외면적으로 그들과 함께할 수 있는 도량 가까이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이것이 으뜸가는 행복입니다.

옛 스님들은 수행을 잘할 수 있는 필수 조건으로 선스승과 선도반 그리고 선도량 세 가지를 말씀하셨습니다. 이 세 가지가 모두 바른 법을 배울 수 있는 장소입니다. 물론 물리적인 장소는 바로 선도량, 즉 본찰입니다. 수행자가 살기 좋은 최고의 입지는 학군 좋은 곳이 아니라 좋은 스승과 도반들이 서로 존경하며 살아가는 장소, 본찰과 가까운 곳입니다.

정리하면, 붓다의 행운학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작운법 3단계가 핵심입니다. 행운은 직접 ‘작·관·취(作·觀·取)’하는 것입니다. 『행복경』 속 38가지 체크리스트를 표로 만들어 벽에 붙인 뒤 매일매일 일상을 점검해보시기를 권합니다. 이 38가지 중 몇 가지를 삶의 습관으로 만들었는지가 바로 여러분의 ‘대운’입니다. 점을 보러 가지 않아도 이 원칙을 이해하고 실천한다면, 항상 행운과 함께하는 삶이 될 것이라고 보장해주는 『행복경』의 부처님의 선언과 함께 이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이와 같은 삶을 산다면 어디서나 실패하지 않고 어디서나 번영하리니 이것이 으뜸가는 행복이다.”

원빈 스님
해인사에서 출가했다. 중앙승가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행복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면서 경남 산청에 있는 송덕사의 주지를 맡고 있다. 저서에 『원빈 스님의 금강경에 물들다』, 『굿바이, 분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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