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의 글로벌 수행 놀이터, 저스트비 템플(JustBe Temple) | MZ세대를 위한 포교 현장

바람 같은 이들의
마음을 붙드는 곳

저스트비 템플(JustBe Temple), 홍대선원


홍대의 글로벌 수행 놀이터
홍대, 게스트하우스, 청년, 사찰, 스님, 템플스테이, 요가, 댄스, 태극권 등등…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의미도 제각각인 단어들을 한데 묶을 수 있는 것으로 무엇이 있을까. 젊은이의 거리, 관광 명소로 잘 알려진 홍대에 가면 ‘글로벌 수행 놀이터’를 자처하는 이곳을 만날 수 있다. 부조화 속에서 조화를 찾아가는 공간, 그동안 미처 몰랐었던 내 안의 ‘진짜’ 나를 찾는 생활 속 수행의 장소. 저스트비 템플, 홍대선원이다. 홍대 지하철역에서 나와 바로 지척으로 연결되는 동교동 삼거리. 5분 남짓 대로변을 따라서 걷다가 골목 안쪽으로 꺾어지면 짙은 회색 건물이 나타난다. 숙박이 가능한 게스트하우스이자 사찰이다. 여기에 오면 템플스테이도 체험할 수 있단다. 서울에서 놀기 좋은 곳을 떠올린다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홍대에 템플스테이가 가능한 사찰이 있다니. 자고로 우리가 생각하는 템플스테이란 이런 도심 한복판이 아니라 자연 속에 파묻혀 있는 고요한 천년 고찰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게 아니었던가.

그런데 홍대라니. 첫 느낌부터 신선하고 독특했다. ‘조계종 홍대선원’은 작년 10월, 충남 예산 수덕사 포교당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이곳에는 주지인 준한 스님과 청년 포교에 뜻을 같이하는 다른 스님들 일곱 분, 사찰과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돕는 청년 스태프들을 다 합쳐 서른다섯 명의 인원이 함께한다.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로 방문객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1층은 안내 데스크와 카페(다도·독서 공간), 2층과 3층에는 템플스테이와 게스트하우스를 겸한 1인용 숙소가 있다. 4층과 5층에는 각각 사무실과 법당이 자리한다. 청년과 외국인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저스트비 템플(JustBe Temple)’이라는 영어 이름도 함께 사용 중이다. 숙박 공유 사이트인 에어비앤비(Airbnb)와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을 통해 홍보와 소통 창구를 마련했다.

홍대선원 주지 준한 스님

번잡한 동네인 홍대에 청년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포교 사찰이 문을 연 것은 주지인 준한 스님의 의지가 컸다. 늘 쫓기듯 힘들게 살아가는 젊은 친구들이 불교를 접하고 마음 수행을 하면서 하루빨리 근심,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을 깨닫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모태 불자인 준한 스님은 서울에서 나고 자라 미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을 마친 인재. 대학 재학 중에 겪은 교통사고를 계기로 출가를 결심한 그는 선불교(禪佛敎)가 가장 현실적인 종교이자 실용 철학에 가깝다는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치열하고 각박한 요즘 시대에 마음 수행을 중시하는 선불교의 정신이 ‘나답게 사는 것’, ‘지금까지 몰랐던 나를 찾는 것’을 추구하는 우리의 현실과 가장 잘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마음의 문제입니다. 나에 대한 믿음을 갖고 생활 속에서 수행을 계속 이어나가야 잘못된 생각과 선입견에 속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자신감을 갖되 자만심과 특별함을 경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감 뒤에는 동일한 크기의 부끄러움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겠죠.”



춤도 수행이 될 수 있는 공간
홍대선원은 불안과 고민이 많은 청년들이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이 되고자 한다. 1층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방문해 차를 마시 수 있는 라운지 같은 공간. 5층 법당에서는 새벽에 올리는 예불을 시작으로 좌선, 명상, 요가, 프리댄스, 글쓰기, 그림, 태극권 등 다양한 강좌가 매일 진행된다. 강좌는 스님들과 청년 선생님들의 자원봉사로 진행되는데 누구든 수업을 들을 수 있다. 1층에서 만난 에세이 작가 김수현 씨는 요즘 출가 전 체육관을 운영했던 법증 스님에게 태극권을 배우는 중이다. 이곳에서 열리는 강좌를 확인하려면 인스타그램의 공지를 눈여겨보라고 알려줬다. 그런데 어떻게 시끄럽고 요란한 춤이 수행이 될 수 있을까? “수행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세요. 수행이 주는 치유와 깨달음, 자유로움은 몰입에서 옵니다. 어떤 것을 즐기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무아지경이 수행이 되는 거죠. 그렇게 생각하면 춤이든 명상이든 다를 바가 없어요.” 재미가 있어야 수행도 지속할 수 있다는 게 준한 스님의 이야기다. 식당으로 이용되는 지하 1층에서는 종종 ‘채식 포트럭 파티’가 열린다.

홍대선원을 다녀가거나 이곳에 관심을 갖는 많은 사람들이 전국 각지에서 간식, 과일, 생활 용품 등의 선물(=공양)을 보내주는데 그 마음과 정성은 홍대선원을 찾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있다. 코로나 시국으로 운영난을 맞은 한 불자의 게스트하우스를 인수해 1년 동안 직접 리모델링을 했다는 이곳.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제약이 많았던 여행도 자유로워지면서 외국인 방문객도 조금씩 늘고 있다. 국적, 성별, 연령 상관없이 교류하면서 시너지를 얻는 공간이 되고 싶다는 홍대선원은 우리 문화와 역사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과 함께 전국 각지의 천년 고찰을 탐방하는 프로그램도 기획 중이다. “다음에 이 근처를 지나갈 일이 있으면 편하게 한번 들르세요.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면서 안부 묻고 이야기를 나누면 좋지요.” 홍대선원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 다시 이곳에 올 때 함께하면 좋을 이가 누가 있을지 떠올려봤다.

홍대선원 인스타그램 @justbe_temple

취재·글|손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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