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것을 못 견디는 성격이에요 | 코이케 류노스케 스님의 즉문즉답

지는 것을 못 견디는
성격이에요


‘다른 사람보다 앞서고 싶어.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 내가 해낸 일을 누군가 해내면 기분이 나빠’라고 생각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을까요?

마음속에 ‘지기 싫다’는 자존심의 번뇌가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이를 아는 것이 자신을 변화시키는 첫걸음입니다.

하지만 그런 감정에 대해 ‘떨쳐버리고 싶다!’는 공격적인 감정을 만들어내면 결코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그러면 역으로 공격적인 에너지가 연료가 되어 자존심의 번뇌는 더욱 강화됩니다. 이것이 이른바 ‘자존심 놀이’라는 것이지요. 이럴 때는 ‘떨쳐버리고 싶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 불쾌한 느낌을 확실하게 실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존심이 뭉게뭉게 피어오를 때 마음에는 왠지 모를 불쾌함이 번지고, 신체에도 가슴과 배를 중심으로 몹시 불쾌한 느낌이 느껴질 것입니다. 자존심이라는 번뇌와 함께 활성화되는 그런 불쾌감은 피하지 말고 철저하게 느끼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하면 ‘자존심 놀이 때문에 고통스러울 바에는 이런 감정을 아예 만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자동적으로 생겨날 것입니다. 이로써 ‘자존심 놀이는 기분 좋아’라는 잘못된 정보도 비로소 수정되겠지요. 마음의 프로그램을 바꾸면 성격도 좋은 방향으로 변하기 마련입니다.

무엇을 위해 일하는 걸까요

반년쯤 전에 퇴직하고 최근 다시 구직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막상 면접에 가면 예전 직장에서 진절머리가 났던 일들이 떠올라 의욕이나 열정을 보여주기가 어렵습니다. 하기 싫다는 마음을 억누르고라도 일을 해야 할까요?

옛날에는 하기 싫어도 논밭을 일구며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삼아 자아실현을 해야 하지요. 창조적인 일이 아니면 멋있지 않다’라는 가치관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그래서 무척 살기 힘들고 숨 막히는 세상이 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일을 통해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전체의 1%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사람들 대부분은 ‘싫어. 이건 뭔가 아니야’라고 생각하면서도 살기 위해 일하는 실정이지요. 앞서 언급한 가치관에 세뇌당한 이상 ‘일해도 충실감을 느낄 수 없어서 불행하고, 일하지 않으면 삶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불행’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러므로 가장 먼저 ‘하고 싶다. 하고 싶지 않다’라는 ‘욕망, 분노’의 발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사실 일은 누구든지 할 수 있고, 일단 일을 시작하면 나름의 즐거움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해야 돼’라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일을 할 수 없게 되지요. 또 한가하면 고민할 시간만 잔뜩 생기기 때문에, 직장이 없는 것에 대한 불안감도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일단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부터 멈춰야 합니다. 그리고 살아가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 지금 꼭 해야 할 일을 생각해보세요. 일단 일을 시작하고 집중하면 즐거운 일은 반드시 따라옵니다. 그것은 ‘청소하기 싫어. 귀찮아’라고 생각하면서도 일단 청소를 시작하면 방이 깨끗해지는 즐거움에 청소를 마칠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답니다.

‘하고 싶다. 하고 싶지 않다’라는 지배적인 생각부터 멈추세요. 그리고 ‘지금은 이것이 필요’, ‘다음은 이것이 필요’, ‘그다음에는 이것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그때그때 필요한 것에 집중하세요. 그런 다음 그 이외의 것에 의식이 떠돌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코이케류노스케(小池龍之介) 스님
도쿄대학교 교양학부를 졸업했다. 현재 쓰쿠요미지의 주지이며, 『생각 버리기 연습』, 『번뇌 리셋』등을 펴낸 인기 작가이기도 하다. 웹사이트 ‘가출공간’을 열어 직접 그린 선(禪) 카툰과 에세이, 상담을 통해 마음 다스리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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